▲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차 보러 오셨어요?”

갑작스런 찬바람에 체감온도가 낮아진 24일. 장갑·목도리 등으로 단단히 ‘무장’한 매매업자들이 입을 열었다. 평일 오후 2시께, 예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다. ‘장안평이 많이 죽었다’는 말이 떠오르려던 참이었다.

중고차 ‘메카’ 장안평의 저력

단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약 20~30명의 판매원들이 말을 건넸다. 무심한 듯 슬쩍 질문을 던지는 사람, 적극적으로 눈을 맞추며 대화를 유도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첫 마디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똑같았다. “차 보러 오셨어요?”

한 판매원은 집요하게 어떤 차를 보러 왔는지를 물으며 따라붙었다. 옆에 있는 동료는 그에게 핀잔을 줬다. “(차 사러 온 사람) 딱 봐도 아니잖아.”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늦가을의 여유를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어느덧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이 때문인지 차를 둘러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단지 안쪽에 있는 중소 업체들을 찾아 차를 보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세’가 정해져있었고, 원하는 차종을 말하면 물건을 보여줬다. 대형 매매업체들이 마련한 건물 안에는 상대적으로 고객들이 많이 있었다.

“티볼리 2015년식이 1500만원이고, 벤츠 C 200 d 2010년식 2000만원 정도 해요. 폭스바겐 차도 보여드릴까요?” 입구 인근에서 만난 업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뚱한 표정을 짓고 있자 난데없이 중고차 오픈마켓의 단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거긴 사기 많이쳐요. 그 가격에 그게 말이 되나? 싸게 올려놓고 일단 불러들인 뒤 다른 차를 보여줄지도 몰라요.”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사람이 많지 않다는 질문에 한 업자가 답변했다. “지금이 비수기에요. 연말인데다 찬바람도 불잖아요. 고객들은 대부분 해가 바뀌고 1월이 되면 중고차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 중 ‘앓는 소리’를 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인기 차종의 경우 물건이 들어오자 마자 빠진다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다.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려 고객을 상대하는 업자도 있었다. 장안평의 ‘저력’이 느껴졌다.

“딱 보면 시장이 많이 작아진 것처럼 보이지요? 비수기라 그렇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유난히 친절했던 한 매매업자의 설명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한쪽에는 수입차들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 브랜드가 차량을 전시하고 있었다. 한성모터스가 운영하는 벤츠 전시장 안에는 4~5명의 고객들이 차를 둘러보고 있었다. 가격이 다소 비싸도 ‘믿을 수 있는’ 중고차를 판다는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장안평은 대한민국 중고차 시장의 역사를 품은 장소다. 조선시대에는 기마 훈련장, 일제강점기에는 동양척긱주식회사의 경작지로 사용됐던 땅이다. 1977년 구획정리 사업이 시행되고, 1979년부터 중고차 매매시장이 문을 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시장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장안평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도 한때 ‘쇠락의 길’을 걸었던 장안평을 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올 2021년까지 이 곳을 중고차 시장의 ‘메카’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지난 10월 초 ‘서울 자동차 페스티벌’을 이 곳에서 열며 목표 달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장안평은 시설 현대화, 수출 활성화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국 중고차 시장은 연간 거래 370만여대, 약 20조원의 규모를 지녔다. 자동차 성능이 발전하면서 향후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고차 시장은 블루오션이에요.” 한 매매업자가 건넨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