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2016년도 전국 전세 가격은 안정세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16년 9월까지 1.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전세 가격이 떨어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집값과 다르게 주택 전세 가격은 2008년 이후 매년 10% 내외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도별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로 경제침체가 극심했던 2008년 전세 가격이 떨어진 이후 2009년 6.23%대로 회복세로 돌아서고 2010년 9.59%, 2011년 15.28%로 크게 뛰었다.

이후 매매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세 가격은 매매가의 두 배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3년 4.31%, 2015년 6.05% 수준으로 전반적으로는 안정세 속에 서울이나 경기 지역 등에서 국지적인 전세난이 나타났다. 2016년 들어서는 전세시장이 활황에서 안정으로 반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를 찾지 못해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역전세난 등의 예상하기 힘든 시장의 흐름을 보였다.

▲ 출처=리얼투데이

2016년 전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 아래 4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전세 중심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세 가격 상승은 2015~2016년에 충분히 반영되면서 전세 수급상황이 안정되고 전세 가격도 소폭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저금리 기조에서 집주인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월세와 구매 기로에 선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선택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교통여건이 좋아지는 경기 지역에서 분양을 받아 거주지를 대거 경기 지역으로 옮겼다. 때문에 아파트 분양시장은 최근 몇 년 새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고 전세 가격 안정에 큰 몫을 했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경기 침체의 영향에 따른 눌러앉기 심화 현상이다. 기준금리 1% 시대, 사실상 제로금리에도 전반적인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 기업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가 어려워지고 가계의 씀씀이는 줄어든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이사를 가지 않고 그래서 전세 가격이 안정되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요인은 강남발 집값 상승의 확산에 따른 전세 매물 증가다. 강남으로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은 주변 지역의 집값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게 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시작된 고분양가 아파트가 분양에서 인기를 끌면서 재건축 아파트 추진이 활발해졌고 주변 가격이 상승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다시 주변 집값이 상승하는, 소위 강남 가격 수준에 따라 지역별 가격 높이 맞추기 현상이 활발히 진행된 것이다. 이런 장세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마련하는 소위 갭(Gap) 투자가 활성화된다. 이런 수요층이 매입한 주택은 다시 시장에 전세로 나오고 전세 수급을 좋게 만든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보인 것은, 집을 투자 대상으로 매입하고 대출을 받기보다는 전세로 다시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2017년에도 2016년 전세시장의 영향을 미쳤던 변수들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늘어나는 아파트 입주 물량과 강남 집값 파급효과의 확산 그리고 인상 여부가 거의 결정된 금리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로 판단된다.

▲ 출처=리얼투데이

2016년 9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1.03% 상승하며 2015년 연간 상승률(6.05%)에 훨씬 못 미쳤다. 지역별로는 제주 아파트 전세 가격이 4.55% 상승으로 가장 많이 올랐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방 지역은 거의 전세 가격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9월까지 서울이 1.99% 상승해 2%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2015년 같은 기간 7.5% 상승한 것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의 상승세다. 경기 지역 전세 가격은 1.63% 상승해 서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지역 전세 가격 상승률도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인천 지역 전세 가격도 경기 지역과 비슷한 1.65%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별 전세 가격 변동률을 보면 한강 이남보다 이북 상승률이 2배가량 크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한강 이남 지역의 전세 가격은 1.32%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강북구, 광진구, 마포구 등 한강 이북 지역은 2.76%로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서울에서 전세 가격이 3% 이상 오른 곳은 마포구(4.73%), 서대문구(3.84%), 용산구(3.33%), 중랑구(3.32%), 동대문구(3.23%) 등 도심권으로 나타났다.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 지역 중 상대적으로 전세 가격이 낮은 곳들이다. 그러나 강남구(1.01%), 서초구(1%), 강동구(1.1%) 등은 1% 내외의 안정세를 기록했고 송파구는 전세 가격이 연초보다 떨어져 -0.69%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2016년 서울 강남권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주변 신도시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의 입주가 되면서 강남권 전세수요자들이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불과 1~2년 전에는 아파트 입주가 대거 이뤄져도 전세 가격 회복이 빠르게 이뤄진 것과 대비된다. 집주인 중심 시장에서 세입자 중심의 시장으로 중심축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경기 지역 시장 상황도 서울과 비슷하다. 경기 고양(2.39%), 의정부(2.08%), 파주(3.10%), 양주(2.25%), 광주(2.29%) 등의 지역은 연초 대비 2% 이상 전세 가격이 상승했지만 성남(0.83%), 2016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이 쏟아진 평택(0.49%), 안산(0.40%), 성남(0.83%), 오산(0.82%), 이천(0.22%) 등의 지역은 1% 이하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사강변도시에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 영향권에 속하는 하남 전세 가격은 연초에 비해 2.71% 하락했고 안성 대덕지구 입주 여파로 안성 지역 전세 가격도 0.04% 하락했다.

광역시나 지방 지역 전세 가격은 대부분 1% 내외로 물가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수도권에 속하는 인천광역시와 부산광역시 전세 가격이 각각 1.65%, 1.91% 올라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진 대구광역시(-2.40%), 충남(-0.70), 경북(-1.58%) 등의 지역은 어김없이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및 수도권 전세시장 전망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전세 가격 상승이었다. 전세 재계약 시 억 소리 나게 보증금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다. 2016년에는 억 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장이 바뀌었다. ‘몇 달 새 억 올랐다’,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은 재건축, 분양권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추세로 봐서는 분양권과 재건축 주택에 대한 투자 열기는 2017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2015~2016년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된 아파트 공급의 여파가 매매시장 및 전세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장 전반적으로는 매매 가격이 강남발 상승 확산될 것인가 아니면 외곽 지역의 침체가 중심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세시장 및 매매시장의 실수요층이 엷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후자 쪽의 영향이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 상황이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해 봐야 한다. 낮은 금리 속에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세 물량을 늘렸다는 점과 예금 등 대체 투자처의 상대적인 장점이 높아질 것을 감안하면 금리상승은 전세 수급상황의 악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금리인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급악화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리얼투데이

2016년 주택전세 시장은 다른 변수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년에 비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았다면 전세 가격이 하락하고 아니면 평균적인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식이다. 거시경제변수의 변화에 따른 뚜렷한 방향성을 확인하기 힘든 상태여서 2017년에도 아파트 입주 물량에 따라 전세 가격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7년 아파트 입주가 예정된 물량은 37만6000여 가구로 2016년에 28만1706가구에 비해 34%가량 증가할 예정이서 전세 수급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역별로는 재건축‧재개발 이주 이슈가 있는 서울과 인구이동이 활발한 경기, 인천 지역이 평균적으로 2~3%대의 상승이 점쳐진다. 그러나 입주 물량이 1만 가구 이상 대거 쏟아지는 화성(2만2331가구), 김포(1만1133가구), 수원(1만832가구), 시흥(1만2036가구) 등은 해당 지역이 주변 지역의 전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서울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7년 입주 물량 증가가 전년에 비해 많지 않고,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입주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강동구(5344가구), 송파(2374가구) 등은 2017년에도 안정세가 예상된다.

수도권에 비해 인구 움직임이 적은 지방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이 예상된다. 평균적으로는 1~2%대의 변동률에서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물량이 많아지는 동시에 조선업 불황으로 내수침체가 예상되는 울산, 부동산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구, 입주 물량이 최근 몇 년 새 유지되고 있는 경상권과 세종시 등은 전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양호한 시장 흐름을 보이고 있는 부산, 강원, 전라권역은 상승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