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이 합병을 할 때, 합병비율은 논란이 되기 마련이다. 기업의 실질적 가치는 물론 시장 가치도 객관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매모호한 ‘전망’의 가치를 곁들여 놓으면 더욱 난잡해진다. 결국, 기업의 가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증명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누구의 설득력이 더욱 타당한가에 달려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그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이며 결국 검찰은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했다.

이 논쟁의 핵심은 당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외압 혹은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와 합병비율에 있다. 일각에서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국민연금 보유지분에 평가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하지만 사실 주가가 향후 어떤 방향을 그리고 나갈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물론 현 시점에서 당시 두 기업의 합병 이후 ‘시너지효과’에 대한 찬란한 전망은 분명 거짓말이 됐다. 하지만 향후 삼성물산이 눈부신 성장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단순 소모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합병 직전으로 돌아가 보면 국민연금은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합병비율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양사 합병 기준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조2200억원), 제일모직 4.8%(1조1800억원)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양사 주식의 평가금액이 비슷하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그런데 합병비율 문제에서 평가금액은 필요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일까. 핵심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제일모직 대비 삼섬물산의 합병비율이 높아야 국민연금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국민연금이 이러한 사안을 몰랐을까.

지난 11월 23일 국민연금은 또 하나의 해명자료를 냈다.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1대 0.35는 삼성물산 주주에게 다소 불리하나 시너지효과 등이 합병의 불리함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결정적 실수를 했다. 시너지효과와 합병비율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합병 후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이 높아지면 시너지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국민연금은 지속적으로 쟁점을 흐리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이 반드시 취해야 했던 행동은 합병에 대한 무조건 ‘반대’ 의사 표시가 아니다. 삼성물산의 전망이 긍정적이라면 단연 합병 후 삼성물산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입으로 합병비율에 대한 ‘불리한 조건’이라며 마치 시너지효과를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 ‘희생’의 대가는 누가 가져갔을까.

기자가 우선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국민연금이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있는지 여부가 아니다. 왜 국민연금이 합병비율에 대해 말도 되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는지, 또 그 ‘희생’에 따른 국민연금이 얻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국민연금은 향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폭등하더라도 ‘평가익’ 얘기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지분율을 높였다면 더 많은 평가익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