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페이스북 가짜뉴스 논란이 뜨겁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무나 홈페이지를 개설해 뉴스 사이트처럼 꾸미고 이를 페이스북에(혹은 구글에) 노출시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광고비를 받는 방식이 판을 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가짜뉴스가 판을 쳤고, 이러한 뉴스들이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전해져 트럼프 당선에 힘을 보탰다는 겁니다.

 

실제로 월드폴리티커스닷컴(WorldPoliticus.com)이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가짜뉴스 사이트에요. 미국 대선 기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비중있게 다뤘는데 페이스북과 구글은 검증하지 못했어요. 버즈피드에 따르면 월드폴리티커스닷컴의 악의적 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무려 14만회나 공유되며 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트래픽은 온전히 가짜뉴스의 수익으로 잡혔어요. 지금도 논란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죠.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요. 가짜뉴스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페이스북에 올려 트래픽을 유도하려는 '미친자'는 아직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22일 네이버 컨퍼런스에서 한성숙 대표 내정자도 이 부분을 말했다는 겁니다. 한 내정자는 "네이버에 가짜뉴스는 없다. (기자 간담회에 모인) 여러분이 가짜뉴스를 쓰지만 않는다면"이라고 말했어요. 포털이 언론을 줄세우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공적 영역의 포털 역할론일까요? 나름 의미가 있지만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자, 본론으로 돌아와서 페이스북 이야기를 하자면...국내에서 사실 가짜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콘텐츠가 가끔 페이스북에 걸리는 것은 보입니다. 네이버 뉴스처럼 공신력을 나름 인정받는 창구가 아닌,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은 분명 '가짜뉴스의 모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훌륭한 블로그나 카페가 대다수에요. 그냥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 출처=각 프로필

여기에서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속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공적인,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인가? 포털도 비슷한 의문에 시달린 바 있죠. 낚시성 블로그에 카페 등등등...똑같은 질문이 이제 페이스북에도 해당되는 겁니다. 그리고 페이스북도 포털과 비슷하게 가려고는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했든 말입니다. 미디어냐? 플랫폼이냐? 선택의 순간입니다. 아프리카TV처럼 미디어로 가던가, 아니면 다들 모여 왁자지껄 떠들던가. 선택에 따른 후폭풍은 예단할 수 없지만.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페이스북은 공적 플랫폼이 당연히 아닙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거든요. 적절하지 못한 콘텐츠가 올라오면 차단하는 정도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가짜뉴스를 예로 든다면, 페이스북이 공신력 있는 콘텐츠와 일반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연하게 구분할까요? 인스턴트 아티클스가 의외의 답일까요? 일단 페이스북의 정책은, 비밀스러운 알고리즘과 더불어 완전한 개방을 추구하면서 최소한의 규제를 가하는 쪽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간극을 제대로 파고드는 이들이 최근 심상치 않게 보여 눈길을 끕니다. 페이스북은 공적 플랫폼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정부 로고를 사용한 페이지를 통해 플랫폼으로서의 페이스북을 믿고있는 사용자들에게 접근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것도 대출이에요.

▲ 출처=정부기관 로고

[한국스마트**]이라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정부 기관 로고가 대문에 걸려있어서 마치 금융당국이 운용하는 페이지 같습니다. 미래부나 기재부, 교육부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자와 소통하는 상황에서 얼핏보면 비슷한 페이지로 보입니다.

클릭해 들어가면 [한국**위원회]라는 곳이 나와요. 모바일에서 홈페이지를 들어가려고 하면 무조건 하단의 '상담하기' 칸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름(가명)과 전화번호를 넣어봤습니다. 5분 후 바로 전화가 오더군요. 말끔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저에게 대출을 권유합니다. "정부기관인가요?"라고 물으니 "정부기관 상품을 연결할 수 있다"는 답을 하더군요. 몇 분동안 상담을 받다가 "사실 제가 무직 상태라 무작정 전화해봤어요"라고 하니 "나중에 수익이 발생하면 대출을 받으세요"라며 친절하게(!) 응대해 줬습니다. 가슴이 따뜻합니다.

통화를 마친 후 업계 관계자에게 '한국**위원회를 아느냐'라고 물으니 다들 금시초문이라고 합니다. 본지 금융기자에게도 물어보니 '없다'고 하더군요. 소박한 해당 홈페이지의 문구들을 모두 뽑아 구글링을 해도 나오는 것이 없습니다. 국정원도 아니고...네. 대출업체였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이 완전히 정제된, 확실한 콘텐츠만 올라오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기관의 로고를 붙이고 그럴싸한 이름을 명명한 페이지가 보이니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가짜뉴스처럼 작정하고 돌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를 두고 "스폰서 광고의 형태로 진행되는 건"이라며, "누구나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이 보기에 명확하다고 보이는 곳은 '블루라벨'을 부여한다고 전합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광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냐고 물으니 "관련 내용을 접수하면 바로 검증에 들어가 조취를 취한다"고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페이스북은 모두의 공간이면서 비즈니스의 장터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 정도의 악랄함은 없어도, 미끼 및 유인에 있어 일부 문제가 되는 페이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선정성 및 폭력성 짙은 콘텐츠에 대한 문제해결과 더불어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실수라고만 무작정 이야기하기에는 또 애매한 상황. 결론은 두 눈 크게 부릅뜨는 것 밖에는 없을까요. 초연결 시대에 진입하는 우리의 숙제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