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연예인이 된 유병재 씨가 JTBC '말하는대로'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국을 풍자하는 버스킹을 했습니다. 유료방송가구 시청률 2.295%를 기록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올려 화제가 되었는데요. 방송에서 유병재 씨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섹시한 이미지만 알려져 슬퍼요, 얼굴이 너무 알려져 힘들어요'..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아이고, 힘들겠다' 싶었지만 막상 저는 그 장면을 2평짜리 고시원에서 봤어요"라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옛말에 '연예인과 재벌 걱정은 하지 말아라'는 격언이 있지요. 얼굴이 알려진 그들은 나름 그들만의 고충이 있겠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보다는 잘 살아요. 그리고 이 격언을 ICT로 가져오면 어떨가요. 이런 명언이 탄생하지요. '애플 걱정은 소용없다'

 

애플...흔들리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담긴 세계 유일무이한 기업집단 애플. 수많은 영화의 소재이기도 합니다. 히피감성이 충만했던 한 남자가 친구들을 등쳐먹으며 독불장군처럼 굴다가 카리스마 넘치는 의지력으로 애플 제국을 건설했지만 쫒겨났고, 다시 돌아와 신화를 완성하는 영화 잡스가 대표적입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또 사실과 동 떨어진 내용도 많지만 영화 잡스야 말로 대중이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소비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의 대기업, 혁신의 대명사, 불멸의 존재, 인류역사를 바꾼 위대한 집단. 애플은 이 모든 찬사가 어울리는 유일무이한 곳입니다. 당장 아이폰을 보세요. 애플 전문 IT매체 애플인사이더는 3일(현지시각) BMO 캐피탈의 시장 분석가 팀 롱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수익의 103.6%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폰 혁명! 애플!

팬덤층도 두텁습니다. 샤오미의 미펀이 아래에서 위로의 팬덤이라면, 애플의 팬덤은 위에서 아래로의 권력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애플에 대한 비판을 신성모독으로 여깁니다. 국내 언론이 애플의 개발자 회의 및 신제품 출시일을 두고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면 '혁신이 없는데 왜 1등이냐', '애플은 혁신이 없다고 말해도 계속 이긴다'는 말을 하지요. 나아가 '삼성 빨아주느라(?) 고생이 많다'는 비야냥을 날리고는 합니다.

일견 동의합니다. '애플에 혁신이 없다'는 말은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앞으로의 애플도 그럴까요?

애플의 위기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가진 곳입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에 사용자 경험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전략을 적절하게 배합해 이를 아름답게 창조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에 팀 쿡 CEO의 유통전략이 빛을 더합니다. 위대한 기업이며, 혁신이 없을 수 없는 기업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곳곳에서 감지되는 애플의 위기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애플이라는 위대한 기업을 욕보이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단편적으로는 애플의 아이폰 매출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 동력이 떨어지는 점입니다. 여기에 아이폰의 총마진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더해집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20일(현지시간) 지난 2009년 아이폰 매출 총마진이 57.7%에 달했으나 오는 2018년에는 29%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더불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공장 이전 압박과 중국 등 신생시장의 장악력 약화도 문제입니다. 애플의 최근 중국 시장 매출은 30% 가량 하락했어요. 법인세 인하로 숨통이 트이겠지만 애플의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 리스크도 뇌관입니다.

그렇다면 애플 외 전략은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까요?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무선 라우터(공유기)사업을 정리하는 대목은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비수익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무선 공유기를 바탕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꾸리려는 구글과의 행보와 배치됩니다. 물론 다른 복안이 있겠지만, 생태계적 측면과 비수익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의지는 다소 이색적입니다. 참고로 애플은 자체 모니터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어요.

▲ 출처=캡처

진짜 위기
물론 이러한 위기는 단편적입니다. 또 애플뮤직 및 다양한 생태계적 측면의 경쟁력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애플이 어마어마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애플의 진짜 위기는 따로 있습니다. 최근 애플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가 흔들리고 증강현실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기민한 상황판단이 돋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전략의 흔들림이 조직문화적 측면에서 고려된다면 어떨까요? 미국 투자사 오펜하이머의 앤드루 우어퀴츠 애널리스트는 21일(현지시간) "애플은 차세대 혁신을 주도할 용기가 없다"고 단언해 눈길을 끕니다. 결국 아이폰 의존도가 높아지며 현재의 위치에만 매몰될 것이라는 말인데, 이는 애플의 현재와 미래에 있어 매우 심각하고 적절한 진단이라고 보여집니다.

더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애플 전체의 방향성에 뭔가 알 수 없는 잡음이 어른거리는 것도 포착됩니다. 애플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2016년 'EEO-1'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직에는 여전히 백인 남성이 절대다수라고 합니다. 다양성의 변화는 분명 엿보이지만 이를 조직 문화의 경직성으로 해석하면 너무 멀리간 것일까요?

결국 애플의 진짜 위기는 단순히 아이폰이 덜 팔리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결단과 기민한 후각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외부의 비판에서 나옵니다. 아이폰6S 배터리 무상 교체에 나서며 애플 코리아 홈페이지에 영문을 그대로 올려버리는 꼼수, 여전히 비판받고 있는 시장의 상대적 차별, 신성장 동력으로 향하는 담대한 용기의 실종.

애플은 위대한 기업이지만, 분명 균열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애플을 판단해야 합니다. '애플은 신(神)이 아니다'라는 전제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