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서 운영하는 공장이 전국에 여러 곳 있습니다. 막상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관리 매뉴얼에 따라 해당 사고 관리는 어떻게든 진행됩니다. 문제는 공장 주변 언론을 포함 한 이해관계자 관리인데요. 기본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국 각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사고 발생 시 주변 이해관계자 관리에 대한 이슈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사고 상황 등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해당 상황에서 어떤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에 대해 미리 훈련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 생산시설에서 사고 발생 시 발견되는 공통적 대응 상황을 한번 둘러보죠. 먼저, 공장으로 밀려오는 지역 언론과 주민들을 공장 직원들이 최대한 차단하곤 합니다. 이것이 기본적으로는 안전 확보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취재 방해나 은폐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면 문제입니다. 공장 입구에서 기자들을 밀치고,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고 때리면서 초기 대응에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언론이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황 브리핑에서도 종종 문제가 목격됩니다. 평소 훈련 받지 못한 공장장이나 안전 팀장 등이 과도하게 자세한 브리핑을 시도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말려 들어갑니다. 이를 들은 화난 지역 주민들에게 곤욕을 치릅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대형 사고의 경우 언론 취재가 이어지면,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머물 수 있는 기자실을 설치해주도록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장 현장에 가보면 실제 기자실 설치 운용이 가능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기, 인터넷, 통화장비시설 등이 전혀 여의치 않는 곳들이 많습니다. 적당한 공간이 아예 없는 기업도 있습니다.

지역 공장마다 훈련받은 언론 대응 담당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평소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홍보성 언론 대응은 본사 홍보실에서 처리 가능하지만, 위기 시에는 초기부터 본사 홍보실이 직접 관여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본사 홍보실 직원들이 지역으로 파견되기 전까지라도 초기 대응을 담당하는 공장 내 직원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정해져 있어도 적절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당연히 초기 대응 실수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의사결정하기에 충분한 현장 정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지역 공장들도 꽤 많습니다. 현장에서의 사고는 대부분 사후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보고를 하더라도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보고되거나, 누락이나 생략이 발생합니다. 본사에서 생각하는 사고와 현장에서의 실제 사고 간에 갭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공장 내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집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공장장이나 핵심 임원들은 언론, 지역주민, 관공서, 조사 기관, 노조, 피해자들 등에게 이러 저리 불려 다니게 됩니다. 매뉴얼상으로는 현장의 위기관리 센터를 안정적으로 지휘하게 되어 있는데, 이해관계자들의 호출과 문의와 연락, 보고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됩니다. 거기에 본사 보고까지 여기저기 챙기다 보면 실제 현장의 위기관리가 진행은 되고 있는지 지휘라인이 모호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업의 공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관리에만 집중하고, 이해관계자 관리에서는 발을 빼려 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소극적이고 반응만 하는 대응으로 민감한 시기를 일단 모면해 보고자 합니다. 창구 통제도 잘 되지 않아서 여러 직원들이 갖가지 메시지들을 전파합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계속 희박해지는 것이죠.

일단, 이상의 모든 공통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본사 차원에서 설치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이 현장을 방문해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가서 눈으로 현장을 보고, 현장에서의 한계와 어려움을 들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간단한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현장의 직원들이 사고 발생 시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잘할 수 있을지, 언론 대응 역할을 맡은 현장 직원은 잘 훈련되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실이나 피해자 캠프 등은 정확하게 어느 곳에 설치 가능한지, 설치에 필요한 구체적 설비와 물품들은 무엇인지 같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잘 되어 있겠지…’ 하는 막연함이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큰 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