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세상에 둘도 없는 피규어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던 드론,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스피커가 있습니다. 다양한 세계 맥주와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가 있습니다. 게다가 고풍스런 바버숍, 그리고 다트가 있는 펍(Pub)이 있습니다. 그곳은 ‘남자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일렉트로마트입니다. 이마트에서 아내가 장 보는 동안, 남자들은 그곳에서 어린 아이가 되어 보고 만지고 던지고 흔들어댑니다.

또 그곳에 가면 슈퍼히어로 일렉트로맨이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슈퍼히어로가 됩니다. 음향기기 매장에서는 ‘아는 만큼 들리는 리얼 사운드’, ‘솜털까지 기립시키는 전율의 사운드’, ‘감성 급속 충전 중’이라고 말을 붙이고, 피규어 매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잇템’을 자랑하고, 밥솥 판매대에서는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론 분위기를 한껏 잡고, 때론 귀엽게, 때론 개구쟁이처럼, 갖가지 포즈로 아내를 마트로 보낸 남자들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맨’은 김용진 작가의 액션히어로물로 일렉트로마트의 브랜드 웹툰(Brand Webtoon)입니다. 주인공 일렉트로맨은 지구를 침공하는 마야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슈퍼영웅으로 등장합니다. 이 영웅 스토리가 일렉트로마트 곳곳에서 재연되고, 이곳을 방문한 남자들은 다시 어린 시절 슈퍼영웅을 꿈꾸게 되는 거죠. 바로 일렉트로맨이 그들의 어린 영웅을 깨우고 있답니다.

이렇게 일렉트로맨과 같은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브랜드 웹툰’이라고 합니다. 즉 기업이나 기관의 브랜드를 홍보해주는 웹툰이라는 뜻으로 최근 기업이나 기관이 젊은 층에 친숙한 웹툰을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입니다. 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웹툰의 연결점이 되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모습과 역할 규정을 브랜드 콘셉트에 제대로 맞춰야 합니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지, 그 캐릭터는 무슨 역할에 대한 전략을 정확하게 정하는 것입니다.

일렉트로맨의 캐릭터는 바로 슈퍼히어로입니다. 이는 어른이 된 남자들에게 어린 시절 향수를 소환하게 했죠. 그래서 매장 곳곳에서 일렉트로맨이 다 큰 남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든지 ‘솜털까지 기립시키는 전율의 사운드’라든지 하면서요.

일렉트로맨과는 조금 다르지만 현대백화점이 진행했던 ‘월리와 친구들’도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초대형 월리 광고판을 설치했고, 매장 곳곳에는 월리와 친구들 캐릭터 디자인과 빨강, 노랑, 파랑 등 밝고 화려한 원색으로 꾸몄으며, 백화점 내 월리 캐릭터를 찾아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고객에게 쿠폰 선물을 주었습니다. 또 백화점 내에 설치된 5개의 월리와 친구들 캐릭터 스탬프를 모아온 고객에게는 메모지 등의 사은품을 선물했죠.

캐릭터 ‘월리’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가’라는 1987년생 캐릭터입니다. 당시 월리의 팬들은 이제는 중장년층이 되어 어엿한 백화점의 주요 고객이니, 월리를 보며 추억을 재소환하게 되었죠. 그리고 백화점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말을 걸어오는 월리와 함께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었죠.

기업과 기관에서 창조된 많은 캐릭터들이 단순히 홈페이지나 회사 소개서에서 장식으로 굳어져 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기업과 기관에서 창조한 캐릭터는 끊임없이 고객들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정성을 들여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반드시 고객과 말을 걸며 떠들고 다녀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 활동하는 소통하는 캐릭터가 되고 고객과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캐릭터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100년이 지난 지금도 겨울이 되면 코카콜라가 만든 빨간 옷의 산타는 아직도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 죽전 일렉트로마트의 일렉트로맨 이미지, 사진 촬영 : 김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