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윤진(가명)씨는 지난 8월 한 시중은행에서 1년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1억 9500만원을 대출받았다. 금리는 2.31%이다. 같은 조건으로 이달(11월) 기준 대출을 받는다면 2.82%로 올라간다. 3개월만에 0.5%나 상승한 것이다. 심지어 적금, 예금, 아파트 관리비 등 거래를 대출은행으로 바꾸는 조건하에 약속받은 최소 금리다. 김 씨는 단기간에 크게 오른 금리를 보고 내년 이자 부담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가 5%에 육박하면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국내 주택경기가 경착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를수록 기존 대출자들도 이자부담이 커지고 신규 대출 희망자도 높아진 금리로 대출을 망설이면서 주택시장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들어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금리는 최근 연 5%까지 상승했다. 오는 12월 미국 금리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이어서 시장 내 불확실성 요인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 건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채권금리가 상승하며 은행권의 조달금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은행권에 가계대출을 더 줄일 것을 주문했고 이자수익이 줄어든 은행권은 개인에게 가산금리를 더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활황기였던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11월 3주차 서울 재건축아파트는 지난 주 대비 0.20% 떨어져 가격하락폭이 커졌다. 서울 전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0.02% 상승하며 지난 주에 이어 상승폭이 둔화됐다.

전세가격도 서울과 경기·인천을 중심으로 지난 주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전매기간 제한과 청약자격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11.3 부동산 대책과 각종 불확실성 영향으로 수요자 관망심리가 더 강화됐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변동금리로 기존 대출자까지 이자부담↑

기준금리는 1.25%, 사상 초유의 저금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은행이 가산금리를 적용해 기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당장 이자부담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대출금리가 올라간만큼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과 새롭게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부담이 더 늘어난다.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당장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대부분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변동금리로 1억 원을 은행에서 빌리면 금리가 연 0.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부담은 10만원 늘어난다.

거치없이 원리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7월 22일 발표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전환한 상태이기도 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더욱 요원하기만 하다.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깊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채관리를 위해 여러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그때마다 각종 풍선효과를 양산했다. 아파트 집단 중도금대출규제를 골자로 한 '8·25 대책'을 세웠지만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했고 신규 분양자들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며 집단대출 금리도 4% 초반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특히 저금리에 단기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분양시장이 이상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카드론,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여타 신용대출규모가 급증해 이미 가계부채 질이 악화되고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부채 상환 여력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미국 기준금리가 오는 12월 인상될 전망이어서 국내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과 금리는 상반되는 관계를 형성한다. 금리가 오르는 만큼 주택 수요자의 자금마련 부담이 커져 주택시장은 매수 수요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국내 경제의 실물경기가 악화되면 부동산시장도 수요기반이 약해져 조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정책적인 변수가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수요자들로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향후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라면, 변동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가능성에 대비하여 월 소득 대비 부채 상환 여력을 꼼꼼하게 체크해 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