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처럼 완벽한 자동차가 한국에 온다면서요? 현대차-한국지엠과 삼파전을 펼친다던데, 이제 저 두 회사는 망하겠네요?”

최근 만난 한 지인이 건넨 말입니다. 평소 그가 자동차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이날 발언은 유난히 과격하더군요. 조심스럽게 어디서 들은 얘기냐고 물었습니다. 기사를 읽었다고 합니다.

논리 전개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①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시스템을 구현하겠다고 발표한 뉴스를 접함. ②테슬라는 완벽한 자동차라고 판단.(자율주행을 이미 구현했다고 착각) ③국내 시장에서 현대차-한국지엠과 ‘삼파전’을 벌인다는 기사를 읽음. ④두 회사의 경쟁력은 형편없다고 계산.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기사를 봤답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지금 구현할 수 없다고 멍청아’라는 어조로 극약처방을 내린 뒤에야 2번 논리가 틀렸다는 점을 수긍하더군요.

지인은 자신이 (약간) 착각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4번째 주장은 끝내 굽히지 않았습니다. 전 결국 그를 설득시키지 못했고요.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습니다.

이성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그냥 테슬라가 좋았을 뿐입니다. ‘삼파전’이라는 표현의 우매함, 전기차 시장의 규모 등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돌이켜보니 비슷한 일화가 또 있었습니다. 테슬라가 모델3 양산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였습니다. 한 모임 자리에서 누군가 저에게 모델3의 충전 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전 별 생각 없이 슈퍼차저 기술을 생각해 “배터리 용량에 비해 빠른 편일 것”이라고 답했고요.

함께 있던 선배가 말을 이었습니다. “모델3는 배터리팩을 통째로 교환하는 구조입니다. 혁신적이죠.” 저에게 공부 좀 하라는 핀잔도 남기셨습니다. 선배는 당시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배터리팩을 교체해주는 테슬라의 서비스를 충전 방식과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테슬라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사망자가 100명 넘게 나오고 모델3가 자동차 안전도 검사에서 낙제점을 받아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초창기 테슬라가 전기모터 생산업체 AC프로펄션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 등에는 관심도 없을 테고요.

숨길 수 없는 매력입니다. 전기차 시장은 당초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일찌감치 포기했던 분야였습니다. 이 같은 곳에서 벤처기업이 일어났고, 지금은 미래를 향해 가장 먼저 달리고 있습니다.

▲ 테슬라 모델3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차량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그들이 만든 이미지를 동경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브랜드니까요.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해 보입니다.

다만 머리를 비우고 테슬라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싶습니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있습니다. 모델 S 완충 시간이 휘발유차 기름 넣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글도 봤어요.

전후세대 수입산이면 무조건 맹신하던 문화와 일정 부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5~6년 전 수입차 시장이 한창 커지던 시절 모두가 ‘호갱’을 자처했던 지난날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디젤 게이트’ 이후 미국에서는 소비자 보상금으로 수십조원을 쓰면서 국내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폭스바겐 사례도 있고요.

테슬라가 국내 론칭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매의 눈’으로 관찰해주세요. 인프라 확장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차량 인도가 얼마나 빨리 되는지 등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매우 굼뜬 행보를 보이고 있거든요.

테슬라의 ‘진짜 매력’을 우리나라 고객들이 모두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