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이다. 인터넷, 모바일이 바꾸어 놓은 세상에 수많은 센서들이 연결되면서 어마어마한 데이터들이 마케터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이런 데이터의 가치를 깨달은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해 왔었다. 물론 기대 이상의 마케팅 성과를 거둔 기업들도 있지만 대체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아날로그 상태에서 주먹구구식 마케팅을 하고 있다.

왜 그럴까를 고민해 보면 과거에는 데이터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데이터의 품질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고객의 구매이력, 소셜미디어, 센서, 이메일, 로그 데이터 등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수집 및 처리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구축에 과도한 예산과 전문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직접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전문인력을 육성할 필요도 없어지고 있다. 매우 우수한 클라우드시스템을 이용하여 마케팅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관련 수많은 행사들이 있었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들도 많이 생겼다. 기회가 되어 4일간의 빅데이터분석 과정을 수강하면서 왜 제대로 마케팅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정보시스템(개발자), 분석 프로그램 및 랭귀지(분석가), 활용(마케터 등) 등의 빅데이터 관계자들의 직무 특성에 따라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필자는 지난 30여 년 간 마케팅 리서치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업무를 나름 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이해하고자 했지만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장벽이 곳곳에 높게 처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빅데이터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직무 중심의 사고가 빚은 결과이다. 조만간 기술축적과 활용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으나 만약 빅데이터의 본질을 간과한다면 빅데이터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을 수도 있다.

마케터에게 중요한 데이터는 빅데이터가 아니라 마케팅의 성과를 높이는데 필요한 의사결정에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는 데이터다. 그 동안 마케팅에서는 서베이나 구매이력 등 정형화 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개발이나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해 왔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런 데이터만으로는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고객들의 행동패턴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다. 빅데이터가 출현하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했지만 빅데이터의 시대인 현재도 여전히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바로 데이터의 본질을 간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데이터는 의사결정에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스마트데이터이다. 스마트데이터는 빅데이터에도 스몰데이터에도 있다. 마케터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정확하게 요구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즉, 데이터가 아니라 씽킹이 문제인 것이다. 그것도 빅씽킹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빅데이터의 본질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가 마케팅 의사결정에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으로 마케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마케터는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추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미 마케팅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고객으로 넘어갔다. 고객의 정보는 시장에 있고 그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우리의 내외부에서 축적되고 있다. 고객의 구매여정을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싱글뷰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살아있는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마케팅에 반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빅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빅씽킹을 해야 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