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네 번째 촛불이 올라갔습니다. 100만 인파가 모였던 3차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는 서울 및 지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산되어 벌어지는 특징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 분노는 여전히 치솟고 있습니다. 야당 3당 모두 촛불집회에 참여해 강경발언을 쏟아냈으며, 청와대는 긴장모드로 돌입해 "국민의 목소리를 잘 살피겠다"는 반응입니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전인 정오 무렵, 이미 광화문 광장은 조금씩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이 여전히 벌어지는 가운데 19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시청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인 인상 깊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밝혀달라는 주장과 더불어 시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옆에는 우체국 직원들의 비정규직 논란과 관련된 서명도 진행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좌우로 소형 텐트가 빼곡히 몰려있는 가운데 운동회에서 자주 보던 '박터트리기'도 눈길을 끕니다. '하야'와 '탄핵'이라는 글이 적혀있는 모래 주머니를 던지면 박이 터지는데 그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처음 터트리면 '박근혜 하야'가 나오고 계속 터트리면 문어발과 동시에 비선실세 의혹들이 줄줄이 흘러 나옵니다. 러시아 인형인 마트로시카를 연상하면 편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박을 터트리면 '?'이라고 적힌 의문의 '박'이 나오고 이를 터트리면 말을 탄 인형이 게임 속 최종보스처럼 등장합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정의당 주최 미니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등을 필두로 많은 진보인사들이 간이차량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연설을 이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보수의 안보는 원균, 진보의 안보는 이순신이다"는 주장이 선명하더군요.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촛불집회의 최대 피해자를 말한다면, 19일 세종문화회관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커플이 아닐까 합니다.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인파와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인파가 뒤엉키며 분위기 자체가 어지러웠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에 온 하객들이 촛불집회 인원과 얽히면서 약간의 소동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객들의 이동통로를 집회 참가자들이 막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현장에서 술술 잘 풀렸습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광장 전체에 '도와드릴까요?'라는 팻말을 들고있는 젊은이들. 화장실 및 휴게장소 등을 안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공용 화장실이나 간단히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본행사가 임박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연단에 오른 사회자가 집회의 질서를 상기시키며 전열을 가다듬자 촛불과 깔개를 파는 상인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주로 연세가 있는 분들이었는데, 촛불의 경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3개에 2000원, 1개에 1000원에 판매하는 선이었습니다. 다가가 "얼마나 팔았느냐"라고 물으니 "파는 사람도 많고 주최측에서 촛불을 나눠주니 3차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많이 팔린다"고 말해주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LED 촛불도 많이 보이고 촛불도 노란색과 파란색 등 색을 넣은 것도 있었습니다. 아, 참고로 깔개는 1000원이었는데 의외로 인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집회 당일 현장에서 주최측이 한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을 무료로 나눠주었고, 일부는 이를 깔개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광화문 지하철 역사에서 무단으로 자리를 깔고 LED 촛불을 판매하다가 역 직원의 제지를 받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직원이 "거, 알만한 사람이 진짜"라고 소리를 지르자 무단으로 LED 초를 판매하던 상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군요.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죠.

김밥과 간식거리, 핫팩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주변 상권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한 듯 합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광화문 근처 돈가스 집에 갔는데, 김밥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원래 파는 김밥이냐"라고 물으니 "오늘만 파는 것이다"고 답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공용 화장실이나 식당의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해주며 그 과정에서 손님을 받으니, '윈윈'일까요? 물론 집회 현장에도 김밥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고조되고, 각지에서 행진하던 시위대가 조금씩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노총이 깃발을 앞세우고 광장에 들어오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정유라 등으로 분장한 이들이 오라에 묶여 걸어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교보문고와 KT사옥을 지나 광장에 들어왔는데, KT사옥에 붙인 '창조경제 박람회 현수막'과 더불어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이어진 예행연습 및 본행사. 중독성 깊은 하야체조와 힙합가수의 공연 등이 시작되며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중장년층 집회 참가자의 숫자가 상당히 많은 가운데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4차 촛불집회는 시작됐습니다. 그 촛불은, 지금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