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으로 물든 공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e스포츠 중계를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멋진 플레이에 환호성으로 답하기도 한다. 여기는 글로벌 게임쇼 지스타 2016 현장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트위치가 차린 부스다.

트위치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특히 게임 방송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아프리카TV와 비슷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2011년 문을 열어 3년 뒤 유통 공룡 아마존 품에 안겼다. 당시 인수 금액이 9억7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트위치는 글로벌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올해 행사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는다. BTC관 부스 규모를 40부스에서 올해는 100부스로 키웠다. 현장을 보랏빛 e스포츠 축제로 물들이는 한편 국내 게임을 해외에 알리는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8일 지스타 현장에서 트위치의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알버트 김 트위치 코리아 GM(제너럴 매니저)을 만났다. 그는 트위치 창업 멤버이며 아시아인 최초 직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트위치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로컬 매니저를 이끌고 한국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미국 트위치 본사 직원들, 난생 처음 한국 온 까닭은

1년 사이에 한국에서 트위치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알버트 김 GM은 이를 체감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긴 어렵지만 한국 이용자가 3~4배 늘었습니다. 팬층이 두터운 스트리머(트위치에서 BJ를 부르는 용어)도 대거 영입에 성공했죠.”

그는 경험 많은 스트리머 영입을 올해 가장 큰 성과로 여겼다. 그들이 주도적으로 방송을 이끌어가면서 기존 스트리머도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풍월량, 쉐리, 홍방장, 머독 등 경쟁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스타 BJ가 대거 트위치로 ‘이사’를 왔다.

이는 이른바 ‘아프리카TV 갑질 논란’에 따른 BJ 이탈 행렬과 맞닿아 있는 흐름이다. 논란이 불거진 시기에 트위치로 영입된 BJ도 존재한다. 트위치 입장에서는 갑자기 반사이익을 누릴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알버트 김 GM도 이 사건을 언급했다. “경쟁사가 실수를 했다면 우린 그 사례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가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린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겉으로만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와 트위치는 한국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개인 방송 플랫폼 서비스를 오래 운영했으며 경험 많은 스트리머도 다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유저를 잘 모을 수 있는지 가르쳐야 했어요. 한국에서는 경험 많은 분들이 많다보니 교육이 필요 없더라고요. 반대로 방송에 대해 우리가 배우고 있죠.”

본사 인식도 달라졌다. 일례로 지난해 지스타엔 아시아권 지사 직원들만 한국을 찾았는데 올해엔 미국 본사 직원들도 한국을 찾았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난생 처음 오는 이들이 한국의 현황을 직접 보고 배우려고 찾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미국과는 다른 한국 상황을 확인하고 놀라워하고 있다고 알버트 김 GM은 전했다.

한국게임으로도 대회 열 의향 있다

트위치는 각종 e스포츠 대회를 기획해 운영한다. 이는 시청자를 순식간에 빨아들인 비결이기도 하다. ‘e스포츠 강국’ 한국과 트위치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 사람들은 게임을 정말 잘해요. 게임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이게 어떤 게임이든 적용될 수 있죠. 어느 게임이든 대회를 만들려면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잖아요? 한국은 정말 많습니다.”

트위치는 여러 게임 대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 게임으로 진행한다. 일반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게임도 다수다. 한국게임으로 진행되는 대회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알버트 김 GM은 분명 계획은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국내 개발사와도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그러면서도 한국게임으로 진행되는 대회가 없는 이유를 밝혔다. 미국에서 메이저 타이틀로 통하는 게임으로 한국에서 대회를 활성화해서 ‘이런 것도 한국에서 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비전을 먼저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덧붙였다. “한국 게임사들도 자신들이 만든 게임으로 글로벌 대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아직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진 않아 더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트위치 코리아의 내년 목표를 묻자 알버트 김 GM은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현지화, 서비스 개선, 파트너 확보, 파트너를 위한 기술 보완과 이벤트 마련 등을 열거했다. 또 하나는 오피스 오픈이다. 트위치 코리아 직원들은 사무실 없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