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컴퓨팅 글로벌 리딩 기업 엔비디아는 게임축제 지스타 붙박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꾸준히 BTC관에 부스를 차려 참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스타 2009를 시작으로 올해 행사에도 모습을 보였다. 2006년부터 엔비디아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용덕 지사장도 매년 부산으로 내려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기자와 만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85조원의 잠재력, 미래 보여주다

이용덕 지사장은 엔비디아 부스에서 만나볼 수 가상현실(VR) 체험관을 소개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가장 앞선 VR 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이죠. 엔비디아와 협업하는 세계 최고 게임 엔진 업체와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업체가 함께 전시를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이번 지스타에서 운영하는 VR 체험관은 지포스 GTX 1080 기반 최신 VR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진다. 먼저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관에서는 VR 콘텐츠 ‘디 언스포큰’과 ‘로보리콜’을 체험해볼 수 있다. 국내 시연은 처음인 최신 타이틀이다. HTC 바이브(VIVE) 전용관에서는 엔비디아 파스칼 아키텍처를 활용한 ‘VR 펀하우스’를 만나볼 수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분야를 개척한 회사다. GPU라는 용어는 1999년 엔비디아에서 지포스 256을 출시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글로벌 비주얼 컴퓨팅 시장에서 독주해왔다. AMD가 추격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엔비디아에 대적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비주얼 컴퓨팅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미래 산업 생태계에 접근 중이다. VR도 그중에 하나이며 엔비디아가 지스타에서 VR 체험관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출처=엔비디아

이용덕 지사장은 VR 산업이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분히 무르익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직 VR 콘텐츠가 부족하며 시스템의 발전도 100%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내년에는 VR이 대중에 조금 더 많이 알려지는 단계가 될 겁니다. 2018년엔 무르익어갈 것이며 2020년엔 완전히 활성화될 것으로 봅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VR은 2020년에 85조원짜리 시장이 됩니다.”

다만 국내 VR 산업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지스타 2016에서 엔비디아 부스를 비롯해 몇몇 공간에서 VR을 만나볼 수 있지만 국내 VR 기술·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느린 편이다. 이용덕 지사장은 VR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국내 업체에 콘텐츠 분야에서 승부를 볼 것을 주문했다. HMD와 같은 하드웨어를 개발하려면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콘텐츠의 경우 국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노려봄직하다는 얘기다.

그와 엔비디아는 국내 VR 생태계 확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에서 VR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 앞선 기술과 정보를 전파해주려고 노력한다. 최근 이용덕 지사장은 VR 대학생 모임 친구들을 회사로 초대했다. 엔비디아 엔지니어를 불러다 기술 강연을 진행하고 그가 직접 멘토링도 해줬다. 국내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엔비디아 코리아 VR 데모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용덕 지사장은 엔비디아가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까닭에 국내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여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거의 모든 VR 업체라든지 게임사와 컨택을 하잖아요. 그러니 기술 진화의 흐름과 발전 단계를 알고 있죠. 이를 역으로 국내 업체들에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게 엔비디아가 기업으로서 사회에 돌려주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페이스 투 페이스’ 전략으로 함께 간다

그는 특히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를 강조한다. 비즈니스든 멘토링이든 서로 얼굴을 맞대고 같이 호흡하는 방식을 신뢰하는 그다. “페이스 투 페이스로 접점을 바꾸고 나니 힘들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기술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렵거든요.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면 의미가 없죠. 한 명이라도 실제로 체험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엔비디아가 지스타 붙박이가 된 배경도 이해가 가능해지는 지점이다. “우린 엔비디아 팬들과 가까워지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지스타 부스에 가보면 팬들이 저를 알아봅니다. 그들도 서로 알고요. 인사하고, 악수하며, 사진도 찍습니다. 페이스 투 페이스로 계속 만나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결과죠. 지스타는 그런 팬들과 교류하는 하나의 장이기도 합니다. 올해 부스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키웠습니다.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지스타에 계속 참가할 것입니다.”

물론 팬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만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덕 지사장은 지스타에 유일하게 참가하는 GPU 회사로서 게임사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 커다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거쳐 구동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유도 있다. “엔비디아는 물론 외국 회사지만 지스타를 세계 4대 게임쇼로 만들려는 노력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