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공시된 대우건설의 3분기 보고서에서 희한한 ‘코멘트’가 등장했다.

의례히 ‘적정’이 쓰여 있을 감사 의견 자리에 ‘분기 의견검토 거절’이라는 말이 나와있던 것이다. 외부감사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에 대해 감사 검토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냈다.

공시가 시작된 그날 저녁 증권업계 관계자 한 사람이 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분기 감사의견 거절이면 거래 정지인가요?” “네?” “반기면 차라리 확실한데 분기니까요. 저희도 지금 파악 중이에요.” 의도치 않게 황당한 반응만 서로 주고받는다. 내가 “거래소는 뭐라고 하나요?”하고 되물었더니 “거기도 지금 당직 직원만 남아 아직 확실한 답을 안 주고 있어요” 한다.

다른 회계사 한 사람도 “이런 건 처음 보네요. ‘잡주’에나 있는 일을 (대형주인) 대우건설이 당하니…”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증권업계와 다른 감사인마저도 대형주로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거래 정지’까지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반기나 연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당한 기업은 거래정지 이후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감사인이 회사에 무언가 중대한 회계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의심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분기 보고서를 검토하기 위해 대우건설이 제출한 공사 수익, 미청구 공사 등 주요 안건의 자료가 적정성을 판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우건설은 3분기(7∼9월)에 한해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는 3일 사이 20% 가까이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5000억원 이상이 증발했다. 당장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하락 검토 등의 악재를 안게 됐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은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부정적 검토대상에 올렸다.

그와 별개로 국내 빅4 회계법인인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과 분식회계를 공모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회계법인이 부담스러운 감사대상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는 평가와, 금융감독원이 정한 지정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경험한 리스크로 인해 ‘너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등 그 '불똥'이 대우건설에 튄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리는 중이다.

최근엔 공시 직전인 11일 대우건설의 공매도 거래량이 상장 이래 최대치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와의 인연으로 ‘반짝 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던 대우건설, 이유 없는 호재를 이유 있는 악재가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