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화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모든 영화들의 오프닝이나 엔딩크레딧에는 ‘배급’이라는 소개가 등장한다. 얼핏 들으면 무엇인가를 ‘공급한다’거나 혹은 ‘나눈다’는 느낌은 오지만 정확히 영화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서 ‘배급’은 곧 영화의 유통을 의미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배급이 잘 이뤄져야 좋은 시나리오들이 영화화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화 콘텐츠들이 세계무대에 선보일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영화의 유통을 맡고 있는 배급사들, 그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까.

영화 제작과 유통 메카니즘

배급사의 업무를 설명하려면 우선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극장에서 상영되기까지의 메카니즘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시작점은 ‘기획’이다. ‘OO영화사’, ‘OO필름’ 혹은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불리는 업체들이 바로 영화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제작사다. 이들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영화화시키기 위한 기획을 한다. 이 기획을 가지고 제작사들은 영화 제작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여기에는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구성, 배우 캐스팅, 예산 책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투자사들은 제작사들이 제출한 기획안을 통해 시나리오의 수익성을 판단하고, 자금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픽업(Pick up)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투자를 주도하고 가장 많은 비용을 지원하는 업체들을 ‘메인 투자자(사)’라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메가박스플러스M 등의 업체들이 있다. 그 외로는 소규모 투자사나 벤처캐피탈에서 조성하는 펀드 등을 통해 영화 제작비용이 모금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면, 이 시점부터 배급사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배급사의 첫 번째 미션, 스크린(상영관)을 확보하라 

업계에서는 배급을 디스트리뷰트(Distribut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제작사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일을 의미한다. 배급사는 영화에 투입된 예산과 BEP(손익분기점)를 계산하고 멀티플렉스 업체들과 조율을 통해 상영관 수를 확보한다. 절대 법칙은 아니지만, 상영관 수는 수익과 정비례한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배급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작 예산을 넘어서는 수익을 가능한 빠른 시간에 거둘 수 있도록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영화의 상영을 스크린에 ‘건다’는 표현을 쓰는데 쉽게 말해 이 ‘거는’ 작업을 일선에서 주도하는 업체를 배급사라고 보면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영화업계에서는 배급사가 곧 메인 투자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배급사의 조율과 스크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두 번째 미션, 원칙에 따른 수익 배분

영화 한 편으로 인한 수익은 철저한 자본 투자와 배분의 논리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영화에 투자했던 메인 투자자들과 벤처캐피탈, 그리고 배급사, 제작사가 돈을 번다.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관객이 영화 한 편을 보기위한 비용을 1만원으로 가정하면, 10% 세금을 제외한 9000원의 수익이 남는데 이를 멀티플렉스와 배급사가 50%, 즉 4500원씩으로 나눈다. 배급사는 여기서 배급수수료 10~12%, 약 500원을 제하고 나머지 4000원씩을 제작비용에 이를 때가지 적립한다. 이렇게 발생한 수익이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배급사는 투자사와 제작사에 수익 배분을 시작한다. 투자비용 이상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투자사가 총 지분투자 비율 × 60%, 제작사가 나머지 40%를 가져가는 것으로 계산된다. 배급사가 메인 투자자일 경우에는 배급수수료와 수익을 동시에 가져가게 된다.

반대로 영화가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 손해의 100%를 투자자들이 감당한다. 여기서 제작사들은 수치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추후의 영화 제작에 있어 투자자들에 대한 제작 제안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100억 규모의 예산 투입을 가정할 때 관객수 200만 명~250만 명 정도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수준으로 본다.

주요 배급사들 

우리나라에는 4대 배급사라고 해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 엔터테인먼트. NEW 등이 주요 배급사들이 있다. 영화에 따라 배급사는 투자 없이 배급 업무만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상기의 업체들은 투자와 배급을 모두 진행하는 ‘투자/배급사’라고 보면 된다. 이중 CJ의 경우는 제작사와 공동으로 영화 제작기획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을 인수하면서 영화 제작역량까지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