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 고덕신도시 인근 지역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요. 지금이 ‘인 서울’하는 적기일까요?”

일산, 동탄 등 경기권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최근 ‘인 서울’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이들 중 대다수는 서울 각지 출신으로 서울 전세값 부담이나 가장의 직장 이전 등의 이유로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3, 40대 젊은 주부들이다.

이런 글에 달리는 댓글도 각양각색이다. ‘서울에선 신도시 만한 자연환경과 생활 인프라 누리기가 어렵다’부터 ‘서울의 문화생활이 그립다’, ‘교육여건은 여전히 서울 강남이 최고다’, 서울 집값이 살인적이지만 더 오를 모양새라 더 미루면 서울 진입이 어려워진다’까지 이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산이나 분당으로 이주한 1기 신도시인들 중 ‘역시 강남’이라며 다시 돌아오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때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던 분당은 집값 상승으로 2006년 강남, 서초, 송파, 목동, 용인, 평촌 등과 함께 ‘버블 세븐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분당과 일산 아파트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고점에서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기 시작했다. 2013년 분당의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평균 매매가격은 매달 약 749만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조사결과도 있었다. 지금까지 낙폭이 회복되지 않고 있자 서울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울은 최후의 보루”… 신도시인의 ‘귀향’

노태우 대통령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탄생한 1기 신도시들은 입지여건이 비교적 우수해 도시화로 급격하게 비대해진 서울 지역의 인구를 분산시키는 데 성공한다. 2기 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의 주도로 2003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다. 1기 신도시들의 경우 건물 노후화가 진행되고 2기 신도시는 서울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의 저자 김장섭은 “다마신도시가 도쿄 중심으로부터 약 30㎞ 떨어진 도시로, 우리나라를 여기에 대입해보자면 다마신도시급에 해당하는 도시들은 2기 신도시인 청라, 송도, 영종, 동탄, 파주 운정 등이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우리의 2기 신도시는 서울에서 30~45㎞ 떨어진 곳에 건설됐다. 그는 “현재 이들 신도시는 일자리 창출 기능을 못 해 다마신도시와 비슷한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서울에도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이어진다면 2기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 시내나 인근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GTX가 생기면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사실 송도에서 강남까지 시간도 시간이지만 편도가 거의 1만원 수준이다. 하루 왕복 2만원이고 25일 출퇴근한다면 50만원이 된다. 송도의 새 아파트 32평형의 월세 가격이 100만원이고 강남의 새 아파트 32평 월세가 200만원이다. GTX 비용을 제하면 50만원 차이다.”

과거 일본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건설업 부양을 과도하게 한 바람에 2010년까지 매년 110~150만호 정도를 지어 도쿄와 다마신도시 등에 공급했다. 그 결과 내수는 일정 수준 끌어올렸지만 문제는 남아돌게 된 집이었다. 월세 가격이 떨어지고 신도시로 빠져나갔던 청장년층이 대거 도쿄 도심으로 돌아오면서 다마신도시가 공동화(空洞化)됐다.

그는 “런던, 뉴욕, 싱가포르, 홍콩, 오클랜드, 시드니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도쿄도 강남과 같은 수요자 최고 선호 지역은 떨어지지 않고 올랐다”면서 “서울 강남과 2호선 역세권 라인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2기 신도시의 경우 일본의 경우처럼 폭락한 예가 있고, 지방도시도 고령화로 빈집이 속출하고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전망이 밝다고는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는 도심에~

1인 가구의 증가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가 더 이상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새로운 기준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유럽의 도시들에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고 도쿄의 1인 가구는 45%에 육박한다.

▲ 1인가구 밀집지역. 출처=서울연구원

한국의 1인 가구 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혼자 사는 가구만 전체 가구의 27% 이상에 달한다. 비혼족이나 딩크족 등 젊은 화이트칼라 세대와 은퇴세대 등으로 구성된 서울 1인 가구는 지하철 2호선 축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들은 주거환경의 개선을 위해 도심을 떠나 신도시로 가서 살지는 않는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오피스, 호텔, 주거를 복합 개발하는 방식의 ‘콤팩트 시티’도 서울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교통·문화·업무·쇼핑 인프라를 다 갖춘 삼성동 옛 한국전력부지는 도쿄 롯본기힐스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롯본기힐스가 위치한 미나토구와 흡사한 옛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전망도 밝다.

강북과 강남의 중간에 위치해 서울 시내 최고의 입지를 가진 용산역 일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용산 철거 참사를 겪으면서 슬럼화됐다. 이 지역은 최근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개관과 용산 4구역 개발 등으로 다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용산역과 이촌역 사이에 위치한 5만3066㎡ 규모의 용산4구역이 개발되면서 옛 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속도를 내게 됐다.

 

11.3 부동산대책 ‘강남 조이기’에 강북 부활 ‘날갯짓’

도심 중에서도 강북에 위치한 구도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도심 중에서도 강북에 위치한 구도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 주택시장은 냉기까지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실거주지로 강북 지역이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서울 시내 곳곳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남에도 강남에 비해 집값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현재 올해 강북 지역의 평균 분양가(3.3㎡당)는 ▲마포구 2233만원 ▲은평구 1579만원 ▲성북구 1565만원 ▲동대문구 1789만원 등으로 서울 한강이남(평균 2701만원)보다 낮다. 특히 2014년 대비 서초구의 평균 분양가는 103% 오른 4373만원, 강남구는 76.7% 오른 3915만원에 이르렀다.

▲ 1,2기 신도시 현황. 출처=국토교통부

지난 2014년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이 낸 보고서 ‘서울시 1인 가구의 공간적 밀집지역과 요인 분석’에 따르면, 서울 1인 가구가 밀집된 HH(High-High) 지역은 서울시 관악구, 중구, 마포구 그리고 강남 지역 일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2000년 강남구 신사동, 논현동, 역삼동 일대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였으나, 2005년 이후부터 관악구 고시촌으로 옮겨 갔다가 최근에는 마포구와 서대문 등 도심 인근으로 이주했다.

보고서는 1인 가구를 밀집시키는 요인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수, 임대주택 수, 40~60㎡의 소형 주택 수와 20㎡ 이하의 초소형 주택 수라고 전했다. 서울의 1인 가구들은 출퇴근이 용이한 역세권 지역에서 임대료 부담이 적은 초소형 주택을 찾고 있었다. 1인 가구 10명 중 7~8명이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계층이며 취업자의 과반수가 서비스직과 판매직 등 블루 컬러 직업군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다만 “문제는 ‘공급’이다”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실제로 런던이나 파리 같은 재건축 부진 대도시는 광역 도시철도로 출퇴근하는 1인 가구가 주변 신도시에 많이 산다”면서 “공급이 원활해서 가격이 내려가면 도심에 사는 거고 그게 안돼서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 외곽으로 쫓겨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하남 위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주택공급이 부진한 상태에서 도심에 모여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공급 수준이 적다고 평가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구구조도 변화하고 전례 없는 경제 상황에서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주거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공급이나 대출 금리로 부동산 가격에만 집중하는 행태만을 보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