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세금 탈루? 개인정보? 물론 그 이슈야 여전하지만 이번에는 다소 이색적입니다. 바로 가짜뉴스 논란입니다.

 

 

트럼프 당선의 숨은 일등공신, ICT?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깜작 당선됐습니다. 벌써부터 인수위원회의 내분이 시작됐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불어진다는 등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나오는 상태에서 소위 반 트럼프 시위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일까요, 당연히 넘어야 할 산일까요?

특히 실리콘밸리의 표정이 어두워 보입니다. 사실상 페이팔 마피아인 피터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힐러리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IT전문매체 엔가젯은 지난 6월 폴리티코를 인용해 “애플이 트럼프 대선운동 지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아예 통합 성명서를 발표해 비슷한 뜻을 전하기도 했지요.

이해가 됩니다.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ICT보다 전통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백인 블루컬러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심지어 ICT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아이폰 백도어 논란에 있어 국가권력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글로벌 도메인 권력도 미국 정부가 꾸준히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일관적으로 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 논란이 터진겁니다. 무슨 뜻일까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가짜뉴스가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대거 유통이 되었으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론이 비등해졌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월드폴리티커스닷컴(WorldPoliticus.com)을 볼까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비중있게 다뤘는데 알고 보니 해당 사이트는 마케도니아에 거주하는 한 청년이 만든 가짜뉴스 홈페이지였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검증하지 못했어요. 버즈피드에 따르면 월드폴리티커스닷컴의 악의적 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무려 14만회나 공유되며 퍼졌습니다.

▲ 출처=각 프로필

미국이, 특히 힐러리 지지자들이 분개한 대목이 바로 여기입니다. 페이스북과 구글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떠돌았고 이에 힘입어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에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며 ICT 현안에 있어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의 ‘F8 2016’에서 사실상 트럼프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기조연설을 통해 “나는 사람들과 국가들이 전 세계와 연결되는 대신 내부로만 향하는 것을 본다. 벽을 세우자는 무서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막고, 이민을 허용하지 않으며, 무역을 축소하려고 하고, 인터넷조차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대상이 트럼프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있지요.

그러자 트럼프의 대변인 카크리나 피어슨(Katrina Pierso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를 향해 “우리는 텍사스나, 직업 문제, 이민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나아가 피어슨은 “나는 마크 저커버그가 그의 사적인 경호를 포기하고, 값비싼 집에서 나와 국경 근처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 근처로 이사 온다면 비로소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본인도 CNN을 통해 “나는 마크 저커버그를 만난 적 없다”면서도 “우리 사이에 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보수적인 뉴스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IT매체 기즈모도는 지난 5월 일부 폭로자의 주장을 인용해 "페이스북 이용자들 중에서 인기있는 뉴스를 보여주는 트렌딩 토픽 운영자들이 보수적인 뉴스를 고의로 삭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스 큐레이터 책임자인 톰 스타키는 "(의도적 뉴스 배제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엄격한 가이드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치적 관점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어요.

이랬던 페이스북이 트럼프 당선의 1등공신이라니, 마크 저커버그 CEO도 발끈했습니다. 그는 가짜뉴스가 논란이 되자 즉각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뉴스는 99%가 진짜”라고 주장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구글과 함께 알고리즘 개편을 통해 일말의 리스크를 걷어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페이스북 내부에서는 가짜뉴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마크 저커버그 CEO도 그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미 직원 중심으로 TF까지 가동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 출처=페이스북

“플랫폼이냐, 미디어냐”

페이스북과 구글 논란을 살펴보니,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방법은 약간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짜뉴스. 사이트까지 만들어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례는 드물지만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흐르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면 5만 원을 준다더라”는 괴문서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떠도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인 문재인 후보가 사비를 털어서 이 돈을 대고 있다는 말도 있는데, 지난 주말 집회에 100만 명이 참석했다고 보면 소요비용만 500억 원에 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가 참여정부 시절 금괴 200톤을 빼돌렸다는 설도 카카오톡을 통해 떠돌고 있다는 겁니다. 돈의 출처가 맞아 떨어지네요.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자, 이렇게 보면 문제의 단면이 얼핏 보입니다. 맞습니다.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각자의 간격이 좁아지며 ICT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분명한 정보, 검증되지 않는 정보가 마구 떠돌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에 그친다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특정 인물이자 조직을 공격하는 등 비합리적인 행태를 조장한다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트럼프처럼 백도어를 열어서라도 응징해야 할까요? 테러방지법이라는 미명으로 ‘때려잡아야’ 할까요.

만약 후자라면 일차적 자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바로 플랫폼에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스북, 구글에게 있습니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TV가 생각납니다.

최근 아프리카TV는 유명 BJ의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도서관을 시작으로 탈 아프리카TV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시작은 광고 규제지만, 이 문제에는 아프리카TV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프리카TV는 스스로를 사실상 미디어로 규정하고 강력한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이에 반발한 BJ들은 “마음껏 뛰노는 플랫폼이 아니었다!”고 놀라는 겁니다.

자, 아프리카TV는 플랫폼일까요? 미디어일까요? 스스로는 후자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글로벌 ICT 기업의 생존전략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전자가 생태계 전략적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거나 외연을 확장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그런데 왜 굳이 후자가 되려는 것일까요? 성장통을 강제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를 받기 때문에!

아프리카TV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사를 봅시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일반 방송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는 논쟁은 곧장 아프리카TV의 정체성, 나아가 규제의 방법론으로 펼쳐지기 일쑤였습니다. 올해초에만 의미있는 사건들이 꽤 많았어요. 방심위는 지난 3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일부 불량 BJ에 대한 퇴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며 6월에는 아프리카TV를 두고 장애인 비하 및 선정성 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네, 맞아요. 미디어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페이스북과 구글의 가짜뉴스 논란과 겹쳐볼까요? 페이스북과 구글은 미디어가 되어야 할까요? 플랫폼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미래는 예단할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해 특히 페이스북은 일종의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개할 수 없는 나름의 알고리즘으로 콘텐츠의 조정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을 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으나 ‘선의 경계’는 아무도 모릅니다. 페이스북은 어엿한 미디어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99%의 뉴스가 진짜다’고 외치는 것은 아닐까요?

진실이 무엇인지, 지향점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일련의 문제는 분명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모바일에 익숙해졌고, 플랫폼은 생활밀착형이 되었습니다. 자, 이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빨간색 알약이냐, 파란색 알약이냐, 파격이냐, 파쇼적 질서냐, 그리고 ‘미디어냐, 플랫폼이냐’...고민은 현재에 이르러 새로운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