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의 담보 책임에 관한 규정은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서 그 규정에서 정하는 내용과 달리 약정할 수 있고, 하자 담보 책임을 면제·경감하는 특약의 효력도 당연히 인정된다. 다만, 민법 제672조(담보 책임면제의 특약)는 ‘수급인은 제667조, 제668조의 담보 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므로, 수급인이 담보 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그가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문제는 하자 담보 책임을 면제하는 특약만이 아니라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을 단축하는 약정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민법상의 제한이 가능한가에 있다.

관련해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19032 판결은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서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을 민법에 정한 것보다 단축하는 약정을 했고, 수급인이 설계도서에서 정한 내용과 달리 시공함으로 인한 하자가 그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을 넘겨서 발생한 사안에서 ‘원심은 나아가 위 아파트는 민법 제671조 제1항 단서가 규정한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건물로서 수급인의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은 10년이고, 그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위와 같은 시공상의 하자를 알면서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이상, 민법 제672조의 취지에 따라 피고는 그 하자에 관해 10년 동안 담보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민법 제672조는 담보 책임을 면제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담보 책임 기간을 단축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까지 적용 또는 준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했으나,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672조가 수급인이 담보 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해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그와 같은 경우에도 담보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데 있으므로, 담보 책임을 면제하는 약정을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담보 책임 기간을 단축하는 등 법에 규정된 담보 책임을 제한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도 수급인이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해 그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면 위 규정의 취지를 유추해 그 사실에 대해는 담보 책임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도급받은 아파트 신축공사 중 지붕 배수로 상부 부분을 시공함에 있어 설계도에 PC판으로 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합판으로 시공했기 때문에 도급계약 시 약정한 2년의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이 경과한 후에 합판이 부식되어 기와가 함몰되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인 바, 위와 같은 시공상의 하자는 외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이고, 하자로 인한 손해가 약정담보 책임 기간이 경과한 후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피고 사이에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을 준공검사일부터 2년간으로 약정했다 하더라도 피고가 위와 같은 시공상의 하자를 알고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은 이상, 약정담보 책임 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담보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의 경우 민법 제672조를 유추 적용 해 피고는 위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해 담보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봄이 옳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672조의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