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봄날은 간다'

연인들 간의 사랑이 무르익으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시기가 온다. 그래서 그들은 이따금씩 “나는 너에게 뭐니?”라고 묻곤 한다. 소위 ‘콩깍지가 낀’ 때라면 온갖 아름다운 말들로 답변을 들을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는 시기라면 그에 대한 대답은 영 시원치 않거나, 혹은 이별의 전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마케팅으로 적용되면 이것이 바로 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포지셔닝은 내(기업, 혹은 생산 제품)가 상대방(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되도록 긍정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긍정적 포지셔닝은 수많은 마케팅 기법과 방법론의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포지셔닝 구분, 'Case by Case'  
 
포지셔닝은 미국의 광고회사 간부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Al Ries)와 잭 트라우트(Jack Trout)가 동명의 도서 <Positioning>을 통해 처음 도입한 용어다. 본 도서의 가장 주된 내용은 ‘마케팅은 곧 인식의 싸움’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포지셔닝이 곧 마케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많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지고 잊혀지는 요즘, 잠재적 소비자들의 의식 속에 상품 및 기업 이미지를 특정 위치로 설정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론에서는 포지셔닝을 세분화해서 크게 5가지 분류로 구분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이름 붙여지기 나름이기 때문에 그 외에도 수많은 형태의 포지셔닝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제품이나 브랜드의 두드러진 특징을 강조하면, ‘특징 포지셔닝’이 된다. 단적인 예로 ‘가장~~한’, ‘제일 ~~한’ 이라는 표현의 광고 문구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강조하면 편익 포지셔닝, 가격(저렴하거나, 혹은 비싼 만큼 특별하다거나)을 강조하면 가격 포지셔닝, 특정 부류의 소비자들을 향한 맞춤을 강조하면 사용자 포지셔닝, 제품이나 브랜드를 해당 범주의 최초(First)라고 주장하면 범주 포지셔닝이 되는 등이다.

기업은 자사의 특정 제품에 대한 포지셔닝을 적용하기 전에 준비 과정을 거친다. 소비자를 분석하고, 경쟁 제품의 포지셔닝을 분석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이는 순서대로라기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 출처= 세븐일레븐

포지셔닝과 소비자 인식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상품군은 ‘식품’이 있다.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롯데제과의 과자 빼빼로다. 빼빼로는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우정의 상징’으로 포지셔닝돼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이제는 거의 고착화된 수준에 이르러 이따금씩 발생하는 부정적 이슈에도 끄떡없을 정도가 됐다. 그 밖에 온갖 영양소를 강조해 건강한 아침 대용식으로 자리잡은 켈로그(Kellogg)나 포스트(Post)의 시리얼, 한국인의 정(情)과 제품을 동일시시킨 오리온 초코파이情, 가족들과 일요일에 먹는 식품이라는 오뚜기 카레와 농심 짜파게티 등은 매우 성공적인 포지셔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최순실과 프라다, 부정적 포지셔닝의 좋은(?) 예   

부정적 포지셔닝은 기업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다. 기업들이 망하려고 애쓰지 않고서야 자사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포지셔닝을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경우는 없다. 대표적 사례로는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의 신발 브랜드 프라다(PRADA)의 매출감소가 있다.  

지난 11일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한 조선일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프라다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10%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두한 최 씨가 신고 있던 명품 신발이 프라다 제품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된 것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조선일보는 프라다의 경쟁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구찌’의 매출은 같은 기간 30%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프라다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부정적 포지셔닝이 소비자들에게 설정됨으로 인해 피해를 본 셈이다.  

“이전과는 다른 거다! 이전과는!” 리(Re) 포지셔닝 

리포지셔닝은 부정적 포지셔닝 설정에 대한 대처 혹은 새로운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보일 때 적용된다. 리포지셔닝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이전과는 다르다’다. 부정적 포지셔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해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 확실한 차별화를 둬야 한다. 신제품 출시에는 이전에 비해 더 좋아진 점들을 강조해야 한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례가 바로 애플(Apple)이다. 애플은 6개월~1년의 간격을 두고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제품 설명회를 열고 ‘이전에 없었던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상전벽해(桑田碧海)할 변화가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많은 애플 마니아들은 항상 그 혁신에 열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