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성인은 비만이 여러 가지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심각한 심뇌혈관 질환이 동반될 위험이 많으며, 수명이 단축되고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유럽식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방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시중 대형 마트에 버터 품귀 현상이 발생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다이어트는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지는 주제인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본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 감량으로 인한 타인의 시선에 대한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지 진정한 건강을 위해서는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 로비에는 비만 전문 클리닉이라는 광고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최근 이를 본 환자 보호자 및 환자들의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담 환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거의 모든 상담 받은 여성들은 기본적인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은 알고는 있으나 시행하지 않고 말 그대로 약만 먹고 쉽게 체중감량을 원했다. 필자는 이런 경우 대부분 약의 부작용 및 약을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요요 현상을 설명하고 생활습관 개선 노력 후 약물치료를 고려하자고 한다. 하지만 정말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2개월 전 필자의 외래로 20대 후반의 남자가 다이어트 상담을 위해 내원했다. 아버지가 급성 뇌경색으로 본원 신경과에 입원 치료 후, 비만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환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 담배도 하지 않고 헌혈을 수시로 하는,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비만 환자였다. 키 170㎝에 체중은 본원 체중계로는 측정이 되지 않았고 본인도 120kg까지 측정하고는 제대로 측정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문진상 6개월 전부터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면서부터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되어 운동을 거의 할 수 없었고 폭식 및 음식 절제가 잘 되지 않는 식습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단 기본적인 혈액과 소변 검사상 믿을 수 없게도 특별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압도 정상이었다. 처음으로 필자가 먼저 환자에게 체중감량을 위한 약물치료를 권유했고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1주일간 약물을 처방했다. 1주일 후 내원한 환자는 교감신경자극약제로 인한 심계항진 및 불면증 증상과 지방 흡수억제제로 인한 배변 양상 변화, 이뇨제로 인한 빈뇨 증상이 발생하지만 음식에 대한 욕구는 줄어드는 상태로 약물치료를 지속하기로 했다. 2주일간의 약물 복용 후 다시 내원한 환자는 여전히 본원 체중계로는 체중이 측정되지 않았지만 환자 본인은 몸이 가벼워진 느낌, 주위 지인들에게 살 빠졌다는 애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지난 방문 시 발생했던 부작용들은 여전하지만 견딜 만하다고 했다. 필자는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본인의 의지로 식습관 개선 및 운동량 조절을 꾸준히 시행해야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후 약물처방을 했다.

비만 치료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완치보다는 조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만 치료의 목표는 정상 체중으로의 감량이 아니며, 비만 환자들이 갖고 있는 건강 위험도를 개선시켜 주는 것으로써 기존 체중의 10~15%를 요요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3~6개월의 충분한 기간을 갖고 감량 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만 조절을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비만 환자라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의 전문의와 상담 후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꾸준히 노력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