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전통을 이어오기 위해 10년 전부터 사업영역을 수술한 필립스는 글로벌 리더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지켜가는 기업이다. 인간 존중과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그들의 가치가 사업영역에서 얼마나 빛을 발휘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김태영 사장
■2006년 12월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김태영 사장은 지난 1982년 ㈜필립스전자에 입사한 이래, 의료기기 사업본부의 창립 멤버로서 25 년 동안 의료기기 분야에 종사했다.

김태영 사장은 1985년 ㈜필립스전자 의료기기 사업본부장, 1990년 필립스 메디컬 시스템즈 아시아태평양 경영위원, 1994년부터 2년 동안 미국 필립스 메디컬 시스템즈 전략사업 이사를 역임했다.

이어 1997년 ㈜필립스전자 전무 겸 의료기기 사업본부장으로 복귀, 2000년부터 취임 전까지 ㈜필립스전자 부사장 겸 필립스 메디컬 시스템즈 아시아태평양 경영위원을 맡았다. 현재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사장(CEO) 및 Royal Philips Electronics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시내에서 하이얏트 호텔로 가는 남산 길을 오가다보면 필립스 매장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제법 이름난 남산체육관 건물이다. 밖에서 볼 때는 작은 필립스 매장 정도로 보였지만 안에 들어서면 마치 요새에 들어온 느낌이다.

외부에서는 한적한 곳의 작은 매장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100년 전통의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의 한국 법인인 필립스전자의 본사다. 서울이 한 눈에 그곳에서 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을 만났다.

“필립스의 기업 정신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룹의 설립 초기부터 지켜오는 가치이자 앞으로 필립스가 지켜가야 할 정신이다.”

김 사장은 ‘필립스 정신’을 강조하면서 필립스를 설명했다. 필립스는 재무적 성과만 중시하는 기업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테마가 무엇이냐가 그가 찾는 아이템이고 테마였다.

필립스전자는 세 가지 영역으로 사업이 나뉘어 있다. 헬스케어와 조명, 라이프스타일 부문이다. 김 사장은 필립스가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할 때 스타팅 멤버로 참여해 오늘에 이르렀다.

“헬스케어 사업 초창기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그냥 병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정도의 프로세스적 임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다. 정신적인 건강, 감성 등 우리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헬스 영역으로 가고 있다.”

김 사장은 “헬스케어 부문은 필립스가 세계 최고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건 엄청난 기술개발비에 있다”면서 “사실 15~20년 전만 해도 이런 사업을 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헬스케어 사업 분야를 지속하는 기업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필립스의 전문 헬스케어 제품으로는 진단용 영상 시스템(엑스선촬영기, CT, MR, PET CT, 초음파 등), 헬스케어 정보 기술 솔루션, 환자 모니터링 및 심폐소생 솔루션, 심전도 기기 등이 있다. 또한 필립스는 최근 홈 헬스케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헬스케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밖에 금융 솔루션, 컨설팅, 유지 보수 같은 고객 서비스도 지원중이다.

필립스전자 직원이 자사제품 ‘하트스타트’를 이용한 심폐소생술을 교육받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세종병원에 설치된 필립스의 ‘하이브리드 수술실 솔루션’.


필립스 헬스케어는 ‘사람중심’이라는 철학 하에 환자와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 임상 지식을 결합해 환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개선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김 사장은 “헬스케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병의 종류도 많아지고 공해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병이 다양해지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생명연장 기술이 발달되다 보니 만성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는 또 다른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 고급화 되고 새로운 헬스케어 사업을 원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폭발적이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재무적 요구가 시장의 크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의 요구를 맞추다 보면 상업적 측면과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엄청난 개발비를 감당하면서 신규 사업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분야다. 때문에 이 헬스케어 사업은 철학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헬스케어 사업이 공공재라는 인식과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기업 철학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사업 길을 밝힌 조명사업

필립스의 조명사업도 의료사업과 관련이 깊다. 원래 필립스는 조명사업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조명의 진공기술이 엑스레이 튜브와 관계가 깊어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하게 해준 영역이다.

필립스는 실외 경관 및 도로조명, 가정의 실내조명, 매장 및 사무실조명, 헬스케어, 관광조명, 공연장이나 영화관 같은 엔터테인먼트조명, 자동차조명 등 폭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글로벌 조명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개의 전구 중 1개는 필립스 전구이며, 자동차 3 대중 1대에는 필립스의 자동차 조명이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공항에서 사용되는 조명의 65%, 사무실, 병원, 주요 지형지물에서 사용되는 조명의 30%가 필립스 조명 제품이다.

필립스는 지난 몇 년간 LED 조명관련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반도체 조명시장에서의 위치를 강화하며 조명부문에서의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필립스는 향후에도 LED 관련 기업들과의 M&A뿐만 아니라 LED조명 부문의 R&D를 확대해 지속적으로 필립스의 LED조명에서의 리더십을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조명사업은 헬스와도 관계가 깊다. 간단히 말하면 조명이 좋지 않을 때 책을 보면 눈을 버리거나 병이 생긴다. 조명이 좋지 않으면 심리적·감성적으로 병이 생긴다. 병은 심리적인 요인이 70~80% 달한다는 학설도 있다”면서 “모기에 안 물리는 전등이나 헬스 앤 웰빙에 연관이 있는 부분이 많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라이프스타일 사업도 마찬가지다. 면도기가 털을 깎는 기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상처가 나지 않아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 다른 제품들도 위생이나 식품 등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꼭 도움이 되는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세 가지 사업영역이 따로 떨어진 것 같지만 인간 존중, 인본의 가치에 부합되는 사업영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립스는 잘할 수 있는 것들만 한다”

100년이 넘는 전통과 6만건에 육박하는 기술력 등을 가진 필립스에서 꿈꾸는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전기전자 부문에서 좀 더 힘을 더하고 글로벌 기업이라는 장점으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김태영 사장은 “내부에서도 아직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사람이 하는 회사이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필립스는 필립스가 지켜야 할 가치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10년 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정리해왔다”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미 필립스는 10년 전에 여러 가지 사업을 정리했다. 지금의 3개 섹터를 제외하고 돈이 되는 사업들도 모두 팔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가치관에 위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때 필립스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되는 것들을 정리해놓고 필립스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골랐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필립스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결정해야 할 부분들이었기에 과감히 정리했다. 필립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기준축으로 놓고 시장의 요구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이외의 사업부분은 비록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영역이라 할지하도 과감히 팔았고 재투자 했다. 그런 선순환을 통해 오늘의 필립스 그룹과 필립스전자가 있을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이런 결정을 내리고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의 밑바탕에 필립스의 특이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들었다.

“어떤 구체적인 시스템이 있어서 이런 문제들이 걸러지는 게 아니라 시장의 요구와 회사의 역량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결국은 브레인들이 조직화되고 프레임화하게 되지만 직원들의 제안과 아이디어에 기반 한다. 우리는 ‘투 웨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소통에 강조를 하고 있다.”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김 사장은 앞으로의 필립스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필립스는 어떤 사업이라도 우리의 가치에 부합된다면 할 수 있다. 지금의 방향은 헬스와 웰빙이다. 요구는 너무 많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또한 반드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꼭 필요한 사업들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꼭 재무적인 성과만을 위해서 상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면 성과나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다.”

그는 인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은 고객의 삶에만 초점이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직원들이 행복해지지 않는 기업이 어떻게 인류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가족에게 성실히 하라는 것이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다. 삶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올해 여름휴가를 아내의 병 간호로 대신했다. 아내가 목 디스크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두고 직원들은 자상한 가장이라고 평한다. 평소에도 아내와 드라이브를 즐기고 가까운 곳에 가서 식사를 하는 멋쟁이라는 평이다. 인본을 추구하는 정신은 필립스의 가치이자 김 사장의 행동강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 & 필립스전자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Royal Philips Electronics)
본사 :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설립일 : 1891년, 네덜란드 기계 엔지니어였던 안톤 필립스와 제라드 필립스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탄소 필라멘트 램프 생산을 시작하며 필립스 & Co. 설립
회장 (CEO) : 프란스반하우튼 (Frans VanHouton)
임직원 수 : 전 세계 100여 개국 판매조직, 총 12만명 직원 근무
사업부문/조명(Lighting), 헬스케어(Healthcare), 소비자 라이프스타일(Consumer lifestyle)
성과 : 2010년 기준 총 매출액 유로화 223억유로
웹사이트 : www.philips.com

■㈜필립스전자(Philips Electronics Korea Ltd.)
설립연도 : 1976년
사장 : 김태영
총 종업원 수 : 300명
본사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60의199
필립스 코리아 주요 연혁
-1976년 1월 필립스전자 설립
-1976년 4월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사업부 개설
-1982년 6월 의료사업부문/조명사업부문 설립
-1985년 5월 소형가전사업부문 사업 개시
-1999년 9월 합작법인 LG Philips LCD 설립
-2004년 5월 자동차조명 부문 설립
-2006년 9월 반도체 부문 분사 (NXP)

한상오 hanso11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