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선배가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질문을 했다.

“넌 휴대전화에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몇 개 정도 있냐? 난 8개 있네.”

확인해보니 카드사 앱만 4개 있었다. ‘신한FAN 앱카드’와 신한카드 정보 제공 앱, KB국민카드 앱과 삼성카드 ‘TapTap 앱카드’가 화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계좌이체를 위해 깔아 놓은 은행 앱까지 합하면 휴대전화에 설치된 금융관련 앱은 7개 정도가 있었다.

막상 돌이켜보니 이 모든 걸 다 쓰고 있지도 않았다. 일부 앱카드는 설치할 경우 포인트를 준다는 설득에 깔았지만, 온라인 결제 한 번만 하고는 방치하고 있었다. ‘이 앱들을 왜 안 썼지?’라는 생각보다는 ‘언제 이렇게 많이 깔았더라?’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금융사들 중에서 카드사들의 ‘핀테크’ 열풍이 가장 거세다. 소비자 정보를 분석한 상품설계와 더불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확산까지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소비자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별 앱마다 기능상의 차이가 크게 없는 데다 제공되는 서비스도 이미 기존에 나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쿠폰 서비스, 할인정보 제공, 배달음식 연결 등은 IT 업체들이 이미 선점한 시스템들이다. 당장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시킬 경우 ‘배달의 민족’, 택시를 부를 때는 ‘카카오 택시’를 먼저 떠올린다.

심지어 일부 카드사 앱의 경우 해당 서비스 업체의 관련 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결제가 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중으로 앱을 설치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편리함은커녕 불편함이 가중된다.

아직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차별성 없는 서비스가 지속된다면 플랫폼을 선점한 IT 업체들에게 밀릴 수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양이 으뜸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이나 보험의 경우 주식매매 혹은 계약 순간의 정보만 받을 수 있다. 개인의 상세한 정보까지의 접근이 어렵다.

하지만 카드결제정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오게 된다. 소비자들의 행동반경과 소비패턴, 경제규모까지 가늠할 수 있다. 이미 카드사들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방대한 소비자 정보를 철저히 분석하고 실제 필요한 혜택을 제공한다면 IT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카드사들이 핀테크 열풍에 등 떠밀려 가는 서비스가 아닌 진정으로 선도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