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위를 달성하면서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금 라이선스를 유일하게 보유한 곳으로 다른 증권사들과 차별성을 보였지만 향후 라이선스 만료가 예정돼 있어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메리츠종금증권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586억4300만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누적 매출액은 3조3381억6900만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만 보면 814억4600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25.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3.3% 감소한 실적이다. 3분기 매출액은 1조125억3900만원으로 전기 대비 13.3%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만으로 보면 시장 추정치를 하회하는 실적이지만 기업금융에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고 업종 내 최고 자본이익률(ROE)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업계 9~10위 수준임에도 영업이익이 대형사를 넘어서고 ROE도 독보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은 3분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는 14.9%로 동종 업종 내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종 평균 ROE는 5.6% 수준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강점은 기업금융이다. 기업금융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본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것을 통칭하는데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대부분 부동산 관련이 많다. 업계에서는 그간 메리츠종금증권이 공격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몸집을 키워왔다고 평가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민간 개발사업 PF로 최대 규모였던 1조7800억원의 부산 해운대엘시티 개발 사업을 포함해 약 75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부동산 PF에 사업이 편중됐다는 지적에 따라 투자금융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수익 다각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KB투자증권

최근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수익 창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에 들어갔다. 지난 2010년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진행한 뒤 5년 만이다. 올해 메리츠종금증권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은 4건이다. 지난 2월 해외 오피스 빌딩을 부동산 펀드 형태로 인수한 뒤 3개월 만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단기 차익을 거뒀다. 7월에는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와 시애틀 랜드마크인 세이프코 플라자 등 2개의 물류창고를 펀드 형태로 인수 후 다시 재매각했다. 10월에는 키움증권 등과 함께 독일 도이치텔레콤 본사 사옥을 공동 인수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특징은 단기간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점과 개인투자자들이 아닌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해외 부동산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최희문 대표이사 사장이다. 최희문 사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 682억원 수준이었던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05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최 사장은 7년간 삼성증권에서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을 지내다가 2010년부터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이사직을 맡았다. 취임 이후 각 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했다. 또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리테일의 경우 기본급여 외에 성과에 따라 최대 50%를 회사와 직원이 나눈다. 이런 방식은 자칫 과도한 성과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과 정규직보다 계약직이 많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최 사장 취임 이후 대형사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한편 수익성 다각화 측면에서 올해는 첫 항공기금융 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조원 규모의 항공기 펀드다. 지난 9일 메리츠증권은 미즈호증권과 손잡고 GE캐피탈 에이비에션 서비스가 소유해 주요 항공사에 임차하고 있는 항공기 20대를 일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항공기펀드로 기관투자가들에게 판매하고 이후 항공기 매각 차익을 노리려는 전략이다.

일임형 ISA 수익률에서도 메리츠종금증권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과 증권을 통틀어 1위 수익률을 내고 있다. ISA다모아 자료를 보면 출시 이후 수익률 기준으로 ‘메리츠 ISA 고수익지향형B’는 초고위험 유형으로 9.35% 수익률을 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운영하는 총 9개 일임형 ISA 상품 중 4개가 상위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61배로 업종 PER인 7.86배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PBR은 0.96배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배당 수익률은 6.88% 수준이다. 올해는 5.6%, 다음해는 5.9%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당 매력도 높다는 평가다.

▲ 출처=키움증권

ROE 매력 높지만 문제는 ‘유지 가능성’

FN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2013년 말 기준 ROE는 7.3% 수준이었다. 이후 2014년 17.9%로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22.6%까지 올랐다. 올해 예상 ROE는 15% 수준이다. 업종 평균 ROE(5~6% 수준)보다 높다는 점은 분명 성장성이 높다는 뜻도 되지만 문제는 이 ROE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속한 메리츠금융그룹은 국내 첫 보험지주사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모태는 한진그룹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인 조정호 회장은 67.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 분리 당시 가장 먼저 분가(2000년)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시작했다. 2006년에는 한불종합금융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험, 증권, 종금을 모두 아우르는 금융 그룹 체제를 만들었다. 기업 대출 등이 가능한 종금(종합금융) 라이선스는 알짜배기로 불린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종금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은 메리츠가 유일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수익 포트폴리오가 다양할 수 있었던 것은 종금 라이선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금 부문에서 이자수익을 내고 증권 부문에서 수수료 수익을 얻으면서 증권 업황 부진 등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종금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면 업무 영역이 매우 넓다. 은행 여수신업무(개인대출 제외), 증권IB, 국제금융(외환), 자기자본(PI) 투자 등이 가능하다. 또 종금사가 발행하는 종금형 CMA나 발행어음 상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확정금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인기도 높다. 이 외에도 부동산금융, 자문, 리스, 부실채권투자, 기업대출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종금업에서 중요한 점은 ‘리스크 관리’다. 업계에서는 향후 메리츠종금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 환경이 메리츠종금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검증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금융 관련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하고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발채무에 관련된 정부 규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는 4조8000억원 수준으로 증권사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장 연구원은 “이 중 1조9000억원에 해당하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미담확약)의 경우 지난 6년간 실제로 미분양이 발생한 사례가 1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미담확약은 준공 이후 미분양 물량이 생길 경우 이를 담보로 시공사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구조화금융의 하나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미담확약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종금 라이선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증권사들은 미담확약 시 지급보증금액의 100%를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해야 하는 구조이지만 종금업 라이선스가 있다면 8%만 차감하면 된다. 미담확약은 고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수익도 높지만 만약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경우 리스크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보다 큰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규모 부실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 라이선스는 오는 2020년 만료된다. 만료 시점까지 단기적인 관점에서 메리츠종금증권에 주목해야 할 점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라이선스 만료 이후의 수익성 보장 여부를 봐야 한다.

과거 종금을 겸했던 증권사들도 라이선스 종료 이후부터 눈에 띄게 수익성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종금 라이선스 만료 이후에도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현재 업종 대비 높은 수준의 ROE를 종금업 만료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종금증권도 신사업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 금융자문과 해외 부동산 투자로 영역을 확대한 이유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준 미담확약이 줄어들었지만 기업금융 순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24.7% 증가하는 모습을 모였다. 올해 4월 출범한 메리츠 부동산자산운용과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 향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신산업 발굴로 메리츠종금증권은 2020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은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중대형 증권사에 해당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발부채에 관련해 정부의 규제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IB 인재 우대 정책, 구조화금융 노하우 보유 등을 고려하면 (라이선스 만료 이후에도) 향후 차별화된 증권사의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이 속한 메리츠그룹은 메리츠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자회사는 메리츠화재,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캐피탈, 메리츠금융서비스, 메리츠비즈니스서비스, 메리츠부동산 자산운용 7개가 있다. 손자회사로는 메리츠코린도보험, 화아투자자문이 증손회사로는 카비로스투자자문이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했고 같은 해 메리츠화재로부터 계열을 분리해 독립된 금융사가 됐다. 지난해 6월에는 아이엠투자증권과도 합병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