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에 개봉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이를 미리 감지하고 배짱 있게 ‘무너지는 미국 경제’에 베팅을 하는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금융’ 소재를 유쾌하고 쉽게 풀어냈지만 그 내용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월가의 탐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은 물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던 금융전문가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이었다. 이 상품은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았으며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의심을 하지 못한 배경에는 ‘설마’라며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을 저버리는 결과가 발생했고 현재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트라우마는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CDO는 구조화금융의 산물 중 하나다. 넓은 의미에서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으며 일반 ABS가 동일 기초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것과 달리 대출, 채권 신용부도스왑(CDS) 등 현금흐름을 갖는 다수의 기초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금융위기 당시를 돌이켜보면 구조화금융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 즉 구조화 상품이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만큼 금융위기의 충격은 상당했고, 그렇게 구조화 상품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듯했다.

또 위기의 충격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무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예금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구조화 상품은 ‘저금리’라는 뜻밖의 호재를 만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자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점차 과거 고금리 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저금리 시대가 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기타파생결합증권(DLS) 등의 구조화 상품이 주목을 받았다.

 

구조화 상품에 대한 오해… “제로섬 게임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기준 ELS 발행금액은 8조6492억원에서 2015년 말 57조5534억원, 같은 기간 발행건수는 3885건에서 1만16130건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발행금액은 같은 기간 3조3147억원에서 14조6404억원, 발행 건수는 이 기간 동안 1249건에서 339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저금리의 대안으로 구조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금융당국의 개인투자자들의 보호를 명분으로 한 투기적 거래에 대한 억제 정책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지난 2011년 8월 옵션매수전용계좌 제도 폐지, 2012년 6월 코스피200 옵션에 대한 거래승수 인상, 2013년 차익거래세금 부과 등의 조치가 있었다. 한편,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 지수는 2011년 50에서 2015년 6월 15 이하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옵션에 대한 매력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옵션이란 특정 자산에 대해 일정 기간 이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 A사의 주식이 1만원인데 1년 후 이 기업의 주가가 1만5000원으로 예상된다고 하자. 그리고 1년 후 이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즉 콜옵션이 1000원이라고 하자. 실제로 1년 후 이 기업의 주가가 1만5000원에 도달했다면 1년 전 해당 콜옵션을 사둔 주체는 이 기업의 주식을 주당 1만원에 매입이 가능하다.

이를 즉시 시장에서 주당 1만5000원에 매도하면 실질 차익은 5000원(1만5000원 주식을 1만원에 샀기 때문)이 아닌 이미 1000원의 콜옵션가격을 지불한 것을 제외한 4000원이라 할 수 있다. 즉, 투자자는 1000원을 투자해 4000원을 얻은 것으로 수익률은 300%에 달한다.

반면, A기업의 주가가 1년 후 1만1000원 이하(주가+옵션가격)가 될 경우 옵션에 투자한 자금은 그대로 손실을 보게 된다. 물론 옵션은 기간별, 행사가격에 따라 그 가격이 변함은 물론 시간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선물이나 옵션의 경우 투기적 거래는 물론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주체인데 금융당국의 이러한 조치로 지난 2011년 이후 선물과 옵션의 거래량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의 규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를 상당 부분 감소시켰으나 유동성을 악화시켜 시장의 질을 오히려 낮췄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이러한 규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거래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가지수 파생상품 연간 거래금액 추이는 2011년 47조원에서 2014년 412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니선물은 S&P500 E-mini, NASDAQ100 mini 등 대부분 미국 시장이며 상당 부분의 투자비중을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시장의 선물 및 옵션 거래량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거래 증가로 옮겨간 셈이다.

이에 2013년 금융위원회는 ELS 및 DLS 등의 ‘중위험 중수익’ 상품 시장 발전을 위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투기거래 규제에서 그 기조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는 구조화 상품을 매개로 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소배 구조화 상품 시장과 금융규제에 대한 고찰’(엄영호, 장운욱, 김승현) 제목의 논문은 구조화 상품이 이를 공급하는 증권사와 소매 투자자 간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정책 당국의 관점을 지적하고 있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구조화 상품으로 수익을 낸다면, 이는 곧 증권사의 손실이며 반대로 투자자의 손실은 증권사의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예를 들면 일부 종목형 ELS의 대규모 손실상환 사태는 증권사 입장에서 낙인(Knock-In) 이벤트 발생에 따른 헤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ELS 발행사의 대량 매도 물량이 해당 주식가격의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켜 소매 투자자의 손실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또 증권사가 인위적으로 낙인 배리어 하회를 유도한다는 의혹, 즉 ELS 조기상환일 또는 만기일에 발행사가 불공정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2009년 9월 금융위는 ‘헤지거래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헤지 과정에서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발행사가 준수해야 할 원칙을 제시했다. 2012년 3월 ELS와 DLS에 내재된 투자위험요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하며 환매수수료를 5~10% 이내로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2년 9월 헤지자산을 고유 자산과 구분하며 3개월 미만의 단기물 발행을 금지, 2015년 5월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또한 증권사와 투자자 간 제로섬 게임이라는 시각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논문은 구조화 상품이 발행사와 투자자 간 제로섬 게임이라는 시각을 개선하기 위한 근거로 KOSPI200 커버드콜 지수와 다른 자산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성과를 실증 분석해 반박하고 있다.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은 일반 주식을 사는 동시에 현재 주가보다 높은 행사가격의 풋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풋옵션을 매도하면 이에 따른 프리미엄이 유입된다(앞서 옵션에 대한 설명 중 콜옵션을 사들이는 사람이 1000원을 지불했다면 이를 매도한 상대방은 1000원을 벌어들이는 것과 같음. 풋옵션은 콜옵션의 반대 방향의 수익을 추구하는 옵션으로, 매입 후 기초자산 하락 시 수익 발생).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풋옵션 매도에 따른 프리미엄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수등락에 상관없이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논문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KOSPI200 커버드콜 지수는 KOSPI200 주가지수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성과평가지표를 기록했고, 확실성초과등가수익률 측면에서 일반적 위험 회피성향을 가진 소매 투자자들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이는 역사적 저금리 속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커버드콜 전략 같은 옵션을 이용한 최적 투자포트폴리오 전략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하지만 증권사의 경우 개인을 대신해 투자자의 최적 포트폴리오와 동일한 또는 유사한 상품을 수수료를 받고 발행해주며 개인투자자가 이 상품에 간접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구조화 상품은 증권사와 투자자 간의 제로섬 게임 대상이 아니라 증권사의 전문성과 이를 수요하려는 투자자 간의 니즈가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지닌다.

 

본질은 기초자산 건전성에 있다

구조화 상품이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으로부터 투자자가 받는 상환금액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구조화 상품의 대표적인 예는 ELS와 DLS가 있으며 이들은 크게 원금보장형과 원금보장형으로 나뉜다. 이밖에도 구조화 상품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구조화 상품은 각 상품의 위험 수준에 따라 전통적인 채권이나 예금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할 시 완벽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힘든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을 쉽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구조화 상품은 완벽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대부분의 구조화 상품은 장외(OTC)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금융사에 의해 발행되기 때문에 해당 금융사의 신용 위험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구조화 상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반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완전판매 등 잠재적 위험이 있고 헤지비용과 판매수수료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금융사들이 좋은 취지로 구조화 상품을 발행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는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수익구조를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조화 상품은 어느 정도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는 이상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일반 개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투자자들이 구조화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구조화 상품은 국내 금융사들의 새로운 먹거리인 동시에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금융사와 투자자의 연결고리를 다양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두 주체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서 제시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기대수익과 위험이 낮은 수익구조를 지닌 구조화 상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LS 및 DLS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는 궁극적으로 기초자산의 문제로부터 기인한다. 일각에서는 헤징의 문제를 논하며 이 또한 분명히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기초자산이 건전하다면 해당 구조화 상품이 ‘문제아’처럼 취급되기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DLS 등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기초자산을 반드시 편입시켜야 한다”며 “이러한 상품 발행 건수와 금액이 많다는 것은 해당 기초자산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해당 기초자산을 매도하는, 즉 부정적으로 보는 주체도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 화학주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대량 발행되던 때, 해당 기초자산들은 전망 대비 고평가였는데 이러한 부분이 구조화 상품 투자에 있어서 위험을 초래하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ELS나 DLS의 경우 기초자산의 가치가 일정 폭 이상 하락하지 않을 때,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그만큼 기초자산의 건전성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안정적인 기초자산의 경우 풋옵션 매도로 인해 벌어들일 수 있는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낮아 해당 상품의 수익률도 단연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폭락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보다는 적은 수익률이라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만큼 투자자는 구조화 상품을 선택할 때,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이 무엇인지 향후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사들은 관련 기초자산에 대한 투자자 교육은 충분히 하지 않으면서 낙인 비율이나 목표 수익률 등과 같은 손익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또 더욱 복잡해져가는 소매 구조화 상품에 대해서 겉으로 보이는 안정성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그릇된 것이다. 그만큼 기초자산이라는 ‘본질’은 잊은 채, 수익률만 쫓는 행위가 구조화 상품의 긍정적 미래를 제한하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금융의 패러다임은 과거 일부 기관들 중심에서 개인 중심의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사들의 다변화되지 못한 수익구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경향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전문가 중심의 ‘어려운 금융’에서 일반 투자자 중심의 ‘쉬운 금융’이 주류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사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지닌 상품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이는 단순 ‘쉬운 금융’을 벗어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 투자자와 함께 상품의 위험도를 학습하며 이해를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구조화 상품은 금융사와 투자자가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두 주체가 협력적 관계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강조한 ‘기초자산’의 중요성과 함께 고려하면 결국 구조화 상품의 미래는 ‘기본’이 얼마나 충실해야 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