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G화학

LG화학은 3분기에 기초소재(석유화학) 부문의 계절적 비수기로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도 기초소재 부분의 계절적 비수기가 이어져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 제품과 중대형전지 분야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ABS 중심 고부가 제품 지속 성장

올해 들어 LG화학은 생명과학과 인수합병을 발표하는 등 비화학 부문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LG화학의 ‘캐시카우(Cash Cow)’는 화학부분이 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최근 대산 NCC공장 에틸렌 23만톤을 증설하고, 공급과잉 PS(폴리스티렌)을 고부가 ABS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의 전략을 발표했다. 기초소재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엘라스토머, ABS/EP, 고부가 합성 고무제품 등의 신증설을 통해 현재 3조원대의 고부가 제품매출액을 2020년 7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2018년까지 대산 공장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20만톤 규모의 엘라스토머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ABS. 출처-LG화학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키움증권 이동욱 연구원은 “향후 도래할 화학싸이클 저점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향후 중국‧중동 국가들과의 범용제품 경쟁 심화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ABS 수요처 중국에 공장 증설, 세계 1위 지위 굳히기‧동남아 진출 포석

고기능 ABS(Acrylonitrile-Butadiene-Styrene)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 중 하나로 내열성과 내충격성,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및 가전, IT 소재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 ABS 수요는 매년 4%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2018년 말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화남 ABS공장(광동성 혜주시 위치) 15만톤 증설에 나선다고 최근 밝혔다.

LG화학은 2008년 중국의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이하 CNOOC)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현재 ABS 15만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15만톤 추가 증설로 화남 ABS공장은 총 3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18년 화남 ABS공장의 30만톤과 더불어 국내 여수공장 90만톤, 중국 닝보공장(LG용싱) 80만톤 등 국내외 총 2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ABS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화남 지역은 중국 수요 중 절반 수준에 달한다.

 

한편 이미 LG화학은 세계 ABS 시장점유율 2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증설을 통해 중국 ABS 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화남 지역을 선점해 점유율 26%까지 끌어올려 세계 1위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다. 또 신흥 성장 시장인 인근 동남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성장 동력, 전기차‧ESS용 중대형전지

3분기 전지부문은 소형전지의 신시장 매출 증가 및 자동차전지의 2세대 신규 EV 모델 출시, ESS 매출 증가 등으로 손익이 개선됐다. 매출액 8789억원, 영업손실 14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8.6% 증가했으며 영업적자는 171억원이 개선됐다. 4분기와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LG화학은 2000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전기차 및 ESS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전지에서도 세계 1위로서 시장을 리드 중이다. 특히 배터리팩 완제품을 만드는 경쟁력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다.

LG화학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에는 전지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2세대 전기차 시장의 시발점임과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는 GM 볼트(Bolt)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볼트의 성능 개선(항속거리 급증)의 핵심 중 하나는 LG화학의 2세대 배터리다. GM의 전임 CEO 댄 에커슨(Dan Ackerson)이 직접 “The increased electric range is coming, in part, from advances in battery chemistry”라고 친절히 설명했듯이 볼트 성능 개선의 핵심에는 LG화학의 2세대 배터리가 있다. 이를 토대로 볼트 판매 증대 외 추가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성능 개선의 핵심은 1세대 대비 에너지밀도(Density, Ah)를 4배 가까이 증대시킴과 동시에 논란은 있지만 $145/kwh로 소형 배터리보다도 낮은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볼트가 예상대로 2세대 전기차의 시발점으로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낼지 여부에 따라 LG화학 전지사업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화학에 따르면 2009년 본격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EV) 등 친환경 차량 누적 대수는 총 40만대 이상이다. 이처럼 수십만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지만 배터리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이 완성차 업체들이 LG화학의 배터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출처=B3, 솔라앤에너지

ESS도 세계 시장 선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위상을 다진 LG화학은 ESS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화학은 ESS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6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글로벌 경쟁력 배터리 기업평가보고서에서 LG화학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13년 4월에 이어 세계 경쟁력 1위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출처=네비건트 리서치

해외 수주 실적도 화려하다. ▲2010년 美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사인 SCE에 가정용 ESS 배터리 납품을 시작으로 ▲2011년 11월 세계 최대 전력엔지니어링 회사인 ABB와 메가와트(MW)급 ESS 배터리 공급계약 체결 ▲2012년 6월 獨 IBC솔라와 태양광발전용 ESS 사업협력 MOU 체결 ▲2013년 5월 SCE의 북미 최대 ESS 실증사업인 테하차피 풍력단지의 신재생 에너지 전력안정화용 ESS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2013년 7월 세계 최대 태양광 인버터 회사인 독일 SMA의 차세대 가정용 태양광 ESS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2013년 8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에 기지국용 무정전 전원 장치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 ▲2014년 4월 글로벌 ESS 1위 기업인 AES ES의 전력관리시스템(EMS)에 단독 배터리 공급 자격 획득 ▲2014년 9월 에너기퀠레(Energiequelle GmbH)의 독일 최대 ESS 사업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 ▲2014년 10월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유럽 최대 상용 ESS 사업 중 11MWh 배터리 공급 업체 선정 ▲2015년 일본 GPD社의 일본 최대 상업용 태양광 연계형 ESS사업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 ▲2015년 5월 북미 1위 발전사 듀크에너지에 ESS 공급 ▲2015년 11월 세계 최대 주파수 조정용 ESS에 배터리 단독 공급 등 전력 분야 글로벌 최강자들과 미래 ESS시장을 리드할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출처=LG화학

이처럼 LG화학은 글로벌 최고의 발전회사, 전력회사, 전력엔지니어링회사 등과 세계 최강의 ESS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 시장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출처=LG화학

불안요소는 중국

불안요소도 있다. LG화학의 지난 7년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투자가 성과를 내기도 전에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또 제품 가격은 정체된 데 반해 소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을 늘리면서 소재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출처=한화투자증권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ESS 중심으로 배터리 시장은 크게 성장할 테지만 중국의 자국 시장 보호 정책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자체 배터리 생산을 모색하고 있어 내년 시장 상황은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술, 가격 등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앞으로도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 등 핵심 사업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확실한 글로벌 선두 업체로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