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스포츠 경기 관람이 아닌 뉴스를 틀어놓고 ‘치맥’을 하는 요즘이다. 온 나라를 충격에 도가니로 몰아넣은 ‘최순실 게이트’는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에, 국가와 정치권력에 대한 경멸의 메시지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했던 문화 콘텐츠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각자만의 ‘은유적’ 표현방법으로 비틀린 현실을 말하는 콘텐츠들은 많은 이들의 해석이 보태지면서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암울한 정치, 그리고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었던 주요 분야별 문화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영화>  

▲ 출처= 네이버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Frost vs Nixon, 2008)

“대통령의 불법은 불법이 아니오”

이 영화는 실화를 거의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배경은 미국의 제 37대 대통령 R.M.닉슨이 재선을 위해 경쟁 세력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영화는 본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닉슨 대통령과 그를 인터뷰했던 퇴물 방송인 프로스트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닉슨은 정치적 재기를, 프로스트는 방송계 컴백을 꿈꾼다. 프로스트는 날카로운 질문들로 닉슨을 공격하지만 오히려 상대의 화려한 언변에 말려들고 만다. 이에, 프로스트는 ‘마지막 카드’로 인터뷰를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 중 사임한 닉슨 대통령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히어로 영화 왓치맨(Watchman, 2009)은 닉슨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미국 사회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았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영화의 배경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정치적 성향, 피부색, 성적 취향이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다른 이들을 ‘정신집중 캠프’라는 곳에 강제 수용한다. 거리의 곳곳에는 카메라와 도청장치가 설치돼있어 모든 국민들의 행동과 사상을 감시한다. 이러한 통제에 길들여진 국민들은 어느 누구도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러던 중 영국 민중들에게 ‘저항의 상징’으로 통하는 가이 포크스(Guy Fawkes)의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정부를 향해 반기를 들면서, 정부의 통제와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한다.

정부의 주도로 사상과 행동의 자유를 뺏긴 가상의 시대를 통해 이 시대 권력층의 모순, 그리고 정부 권력 확장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언론을 한껏 비꼰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극찬을 받았다. 감독은 ‘매트릭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워쇼스키 남매다.

<만화> 

▲ 출처= 네이버 책

쿠니미츠의 정치(クニミツの政, 2001)

“여러분이 정치를 저버리고 관심을 잃어버린다면, 부정을 저지르는 정치가들로 인해 이 나라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입니다” 

정치를 소재로 한 일본 만화들 중에서 정치에 대한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주인공 쿠니미츠는 중학교 졸업이라는 짧은 학력에 툭하면 주먹질을 일삼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양아치’다. 우연한 계기로 정치가가 되기로 결심한 쿠니미츠는 각종 정치 입문서를 공부하면서 새롭게 눈을 뜨고, 시장후보의 수행원으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한다. 작가는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의 정치 권력화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쿠니미츠의 조력자인 ‘사와’ 기자를 통해 정치적 외압과 사실 보도 사이에서 고뇌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본 만화는 일본 정치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정치의식을 심어주는 메시지들을 전한다.        

<팝송>  

▲ 출처= flicker.com

섹스 피스톨즈 - God Save The Queen(1977)   

“all crimes are paid” 모든 범죄는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세상에 대한 반항을 온 몸으로 실천한 영국의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대표곡이다. 갓 세이브 더 퀸(God save the queen)은 영국 여왕을 칭송하는 국가(國歌)의 제목이다. 섹스 피스톨즈는 영국 사회의 각종 부조리한 현실을 방치한 채 온갖 특권을 누리며 살아가는 왕실과 여왕, 그리고 기득권층에 대한 조롱을 국가의 제목으로 비꼬아 노래로 표현했다. 노래 가사 중 다음 부분은 그들이 가진 영국 기득권층에 대한 시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God save the queen! cos tourists are money and our figurehead is not what she seems! Oh god save history god save your mad parade... Oh, lord god have mercy all crimes are paid

"신은 여왕을 수호하신다, 관광객은 곧 돈이거든. 그리고 우리의 우두머리께선, 사실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지! 신은 역사를 수호하신다. 신은 광적인 행진을 수호하신다. 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모든 범죄는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지"

섹스피스톨즈는 이 노래로 한때 영국 방송가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국가원수인 여왕 초상화의 눈과 입 부분을 찢고 노래 제목과 밴드이름을 새겨 넣은 섹스 피스톨즈의 앨범 커버는 록 밴드 저항 정신의 정수로 여겨지고 있다.    

 

▲ 출처= 그린데이 페이스북

그린데이 - Revolution Radio(2016)  

"Legalize the truth" 진실을 합법화하라  

미국의 사회 문제를 가장 신랄하게 꼬집는 밴드 ‘그린데이’의 2016년 새 앨범 <Revolution Radio>의 타이틀곡이다. 그린데이는 인종차별, 전쟁, 언론 권력화, 부패한 정치 등에 대한 경멸의 매시지를 끊임없이 전하고 있다. 그린데이는 자신들의 대표곡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으로 대중매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점점 바보(Idiot)가 되고 있는 미국인들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투웬티 원 건즈(21guns)'를 통해서는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메리칸 이디엇에서 TV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를 비판했다면 2016년 Revolution Radio 에서는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중독되고 맹신하면서 진짜 제대로 알려져야 할 진실들이 가려지는 세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