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LG경제연구원

선진국에서 최근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반(反)세계화 물결이 국내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등 반세계화 움직임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세계화 물결, 점점 거세진다

7일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반세계화 시대의 세계화> 보고서에 따르면 반세계화에 대한 흐름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월의 브렉시트는 세계경제질서의 향방에 중요한 물음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지난 30여년간 세계경제질서를 지배해 온 세계화의 흐름에 금이 가는 조짐을 보인 것이 브렉시트가 처음은 아니었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전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무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WTO(세계무역기구)가 본래의 설립의도를 잃어간 지는 이미 오래 됐고, 미국과 EU 등 세계화를 이끌어온 나라들의 반덤핑 등 무역규제조치는 지난 수년간 더욱 빈번해졌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반세계화를 부르짖는 포퓰리즘 정당이 유럽에서 빠르게 세를 늘려오고 있다.

브렉시트는 기존의 산발적 움직임들을 정렬시키고 반세계화 혹은 반자유주의적 흐름이라는 의미를 뚜렷하게 채색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율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되면서 그러한 기류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은 당초 그 배경과 의미에 초점이 두어졌다. 세계화와 기업행위의 자유화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부작용을 치유하는 일이 중요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현상들이 여러 개별적 움직임들의 구심점으로 작용하면서 반세계화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와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반세계화라는 관점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 서비스,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의 국가간 자유로운 이동이냐 아니냐 하는 그릇에 최근의 현상들을 모두 담기는 쉽지 않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든가 반이민 정서와 같은 현상들은 직접적인 반세계화의 범주에 속한다.

규제 강화 등 정부의 개입 확대라든가 구글이나 애플, 도이치뱅크와 같은 거대기업들에 대한 제재, 그리고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들의 대내외경제정책은 지난날 익숙했던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질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각국의 경제와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통적인 세계화의 위축 이상으로 심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 생산요소의 이동 등에 관한 시각과 정책방향의 변화는 기업활동을 양적으로 제약할 국한될 가능성이 크지만 세계경제질서변화로 논의를 확장하면 제약요인들은 질적 측면으로까지 파급되기 때문이다.

그간 세계화는 선이고 이에 반대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현재는 세계화와 자유화가 항상 정답은 아니고 일정 정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세계화의 흐름이 중단되거나 세계화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조치가 뒤따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다방면으로 불거진 문제점에 대해 각국이 국내정책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세계화의 거버넌스 문제를 포함해 무역제도 개혁, 금융규제 및 이민 문제 등과 관련된 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반세계화, 양극화에서 시작됐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세계화와 반자유주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사건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다. 금융위기 직후 각국 정부는 위기에 빠진 대형 금융회사들을 구제했다. 반면 구제금융과 성장률 급락으로 재정적자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재정여력이 축소돼 일자리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정책대응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됐다. 2008년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성장률은 2000~2007년 평균보다 1% 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실업률은 크게 높아졌다. 경제가 취약하고 고용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점차 커졌고, 때마침 유럽에서는 중동발 난민 문제가 불거졌다. 악화된 경제상황에 이민과 난민 문제가 겹치면서 유권자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는 분리주의 운동이나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고립주의적 정치운동을 통해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이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났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소득불평등 확대는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금융위기와 이민자 문제로 촉발되었으나 반세계화의 바탕에는 1980년대 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선진국의 소득불평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유럽에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에는 30~35% 정도였으나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미국 45.8%, 영국 42.6%, 독일 38.5%로 높아졌다. 또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져, 미국은 18.4%(1980년 8.2%), 영국 15.4%(1981년 6.7%), 독일 12.9%(1981년 10.4%)에 달했다.

문제는 소득불평등도 확대가 금융위기(또는 저성장)나 이민문제와 결합하는 경우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한 조합이 발생할 때 외국자본,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제도화되거나 일상적으로 나타났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일반인의 반감이 반독점법 제정이나 규제강화로 이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정치적 양극화는 점점 심해져갔다. 반세계화 움직임은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970년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경기침체가 정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한 연구에 따르면 금융기관 파산과 심각한 경기후퇴를 동반하는 금융위기는 기존의 사회적, 정치적 구조에 균열을 초래한다고 한다. 우선 기존 주류 정당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정치적 양극화(bi-polarization)가 진행된다.

특히 유권자들이 외국인이나 소수자의 배제를 주장하는 극우주의적인 정치적 수사(rhetoric)에 이끌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결과 극우주의 정당의 득표율이 평균 30% 가량 올라간다. 아울러 정치적 양극화는 정책적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정치적 양극화와 동시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의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60%가 넘었으나 2001년 IT 버블붕괴, 9.11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대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 유럽에서는 극우정당의 지지율은 높아지고 중도좌파 성향 정당은 몰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이미 극우정당이 집권 중이며,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등지에서도 극우정당은 높은 지지율을 획득했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반면 유럽의 사회민주당 지지율은 1990년대 평균보다 20%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수 십 년간 유럽에서 사회민주당이 유력한 집권정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정치권과 EU체제에 대한 반감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유럽에서 극우정당의 득세는 EU체제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도파(우파와 좌파 포함) 정당들은 대체로 EU 통합에 찬성하고 있으나 극우정당들은 자국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어디로 가는가”

역사적으로 세계화나 무역자유화의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산업구조나 사회 체제 변화에 따라 찬반 세력 간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해 왔다. 특히 세계화가 빠르게 확산될 때마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 발생했다. 반작용의 형태는 각 시기별, 지역별 여건에 따라 국가 간 경쟁과 충돌, 국가 내 갈등, 새로운 이념의 출현 등 매우 다양하게 표출됐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O’Rourke와 Williamson(2002)은 19세기 운송비가 급락해 상품교역이 늘어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상품가격이 근접한 것을 세계화의 시작으로 본다. 세계화는 통합의 진전 정도에 따라 세계화의 1차 물결과 2차 물결의 두 단계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1차 물결은 상품교역의 자유화가 급속히 이뤄진 단계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있었다. 이 당시 세계화는 교역 품목의 확대와 더불어 시장 개방 대상 지역과 국가를 점차 넓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의 세계화 진전은 19세기 후반 증기선의 발달과 수에즈운하 개통, 철도 건설붐 등으로 국내외 운송비가 빠르게 하락한 점이 물리적 배경이 됐다.

1차 물결과 2차 물결 사이 약 30여년 동안은 세계화가 후퇴한 기간이다. 이 시기에 경제전쟁과 무역장벽, 이민제한, 자본통제, 민족주의 등도 나타났다. 제1·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으며 유럽에서는 민생파탄과 反기득권 정서가 나치와 같은 파시즘을 낳았다. 세계화가 후퇴한 데에는 19세기 후반 이후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과정에서 반작용으로서 동력이 약화된 탓도 있다.

2차 물결은 20세기 후반에 나타났다. 자유화 대상이 전통적인 제조업 상품에서 서비스, 지식 및 정보, 디지털 재화는 물론이고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 시장까지 확대됐다.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시장 개방에 동참하게 됐다.

2차 물결은 무역정책의 변화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이후 세계각국은 무역을 저해하는 각종 관세,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등 세계화를 국제무대의 표준(Norm)으로 정착시켜 왔다.

최근의 반세계화는 일시적 흐름에 그치기보다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주요 선진국의 소득분배 악화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해 기존 질서와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의 동력과 지지세력이 크게 축소된 형국이다. 전세계적 장기 저성장에 직면해 주요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자국통화를 약세로 몰고 가는 것은 대공황 당시 금본위제를 탈퇴하고 경쟁적으로 자국통화를 약세로 몰고 간 인근궁핍화정책과 비슷한 모양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반세계화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주요 정당의 정강에 이미 보호무역주의가 반영돼 있는 것도 현재의 움직임이 일시적이기보다는 중장기적 트렌드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20세기 전반 반세계화의 배경이 됐던 19세기 후반 유럽과 신대륙간의 경제적 관계는 현재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 간 입장과 상당한 유사성을 띤다. 1800년대 후반 유럽으로부터의 상품 수입과 이민으로 인해 미국의 산업과 고용이 악화됐다면 현재는 중국으로부터의 철강, 화학 등 제조업품 수입과 멕시코 등지로부터의 이민으로 인해 미국이 고용압박을 겪고 있다. 유럽 역시 중동 및 동유럽으로부터의 이민 및 난민 유입에 대해 반감을 키우고 있다.

반세계화 흐름과는 별개로 이미 국제교역 구조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제교역 중에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금융, 법률, 회계, 운송, 보험 등 서비스의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OECD 국가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교역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0.3%에서 2015년에는 24.6%로 늘어났다. 이는 우선 상품과 사람의 이동이 크게 증가한 탓이기도 하다.

교역이나 여행 등이 증가하면서 이를 매개하는 운송이나 보험, 심지어 카드사용도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WTO 출범으로 서비스 무역에 대한 각국의 장벽이 낮아지고 자본 이동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자본의 이동 또는 해외투자가 증가하게 되면서 자금이체, 자금관리, 펀드관리, 투자자문 등 금융산업 전반에서 해외로의 확장이 나타났다.

동시에 해외투자를 위해서는 각국의 법률이나 회계 차이를 해소하는 절차도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글로벌 회계표준(IFRS)이 등장하였고, 각국의 법률 차이에 따른 사업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법률자문 시장이 성장하게 됐다. 최근 들어서는 각국이 점차 법률시장마저 개방하는 추세에 있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서비스뿐만 아니라 상품생산에 포함된 서비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출품에 포함된 서비스 수출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는 상품 제조의 부가가치는 떨어지고 생산 이전 단계인 연구개발(R&D)이나 디자인, 생산 이후의 단계인 유통이나 마케팅 등의 요소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제조업 수출에 포함된 서비스의 부가가치 비중은 1995년 33.6%에서 2011년에는 37.4%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서비스 교역의 증가, 상품 수출에 포함된 서비스의 비중 증가는 경제의 서비스화가 진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앞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더라도 규제가 어려운 무형의 재화인 서비스 교역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탈세계화와 고립주의가 기존 세계화 흐름에 대항하는 하나의 움직임이라면 또 다른 갈래는 세계화가 미국을 위주로 선진국들에 의해 이루어져 온 데 대한 반대 움직임이다.

19세기 후반부터 길게 150년, 짧게 보아 2차대전 이후 70여년 동안 이뤄진 미국과 유럽 주도의 세계화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들이 제목소리를 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중 미국은 유럽의 협력을 얻어 다자간 기구 설립과 국제적 규범 제정 등의 수단을 통해 세계화를 주도해왔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미국식 경제가치관 및 규범이 주권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끈 배경이 됐던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1990년대 이후 중국, 인도 등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세계경제에 편입하면서 세계화가 가속화될 수 있었다.

반면 이들 신흥국들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변화하면서 미국 주도 세계화에 대한 도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핵심은 미국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간의 마찰과 갈등 가능성이다.

세계화와 관련한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정책기조의 단면은 리쇼어링(제조업체들의 복귀)의 강화에 잘 나타난다.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갔던(오프쇼어링) 제조업체들의 복귀 시 부지제공 및 다양한 금융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조달 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시하거나 의무화하는 ‘Buy America’ 조항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미국의 소극적인 대응에 비해 중국은 지난 40년간의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중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영향력 발휘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날 중국의 대외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로 요약된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대외 마찰을 최소화했던 덩샤오핑 시절 중국 외교정책 기조를 상징한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은 군사·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재정적자 부담으로 국방비, 대외원조 등 글로벌 거버넌스 유지 비용을 축소하면서 외교적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첨단무기 개발, 대 EU 관계 강화 등 추진하는 동시에 영토 분쟁(ex. 남사군도, 조어도 등)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마침 미국이 아시아로 대외관계의 중심축을 이동(Pivot to Asia)하고 있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후원을 담당해 온 중국과의 전략적 충돌과 갈등수위 고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화를 이끌어 왔던 미국이 주춤하고 미국의 주요 파트너인 유럽은 경제위기와 브렉시트 등 통합과 관련된 파열음으로 동력을 상실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중국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이 커지고 국제협력의 실효성이 줄어들면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힘의 공백상황은 글로벌 협력 및 외교 관계에서도 ‘미-중 간 컨센서스’가 정착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예로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국면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제한이나 환율 조작 시비 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WTO 가입 시 15년간 미뤄뒀던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힘의 공백이 발생하고 미-중 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 등 독자노선을 추구해 온 거대 신흥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로 갈등이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저성장·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라”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세계화 흐름의 가장 큰 경제적인 요인은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84%)와 이민자 문제(71%)다(복수응답 가능, 2016년 5월).

유럽에서도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45.7%, 27.8%에 달한다. 그렇지만 구제금융, 실업률 급등, 국가부채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선진국의 재정여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방향은 자국우선주의와 경제적 포퓰리즘이다.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유권자들의 불만을 수월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기업을 배제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징후를 최근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WTO를 통한 무역 분쟁 해결을 선호하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양자간 분쟁 해결 방식을 선택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도네시아(담배)나 브라질(면화)과의 무역분쟁을 WTO를 거치지 않고 당사국 정부와 직접 해결한바 있다. 또 최근에는 반덤핑 항소절차를 수입기업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미시적인 차원의 보호무역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애플, 구글, 스타벅스, 피아트 등 다국적 기업에 세금특혜를 부여한 아일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에 세금추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무형자산인 특허와 아일랜드 등이 부여한 세제상 혜택을 이용해 EU 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서 극히낮은 법인세만을 납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세계화에 불만을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일자리 보호와 금융엘리트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독일은 올해 처음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바 있으며,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현재 시간당 9~10달러인 최저임금을 수 년 내 15달러로 높이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핀란드에서는 전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시범실시하고 있다. 또 프랑스 등에서는 숙박, 택시 등 영세자영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O2O 서비스(우버, 에어비앤비) 등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법안이 시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 허용을 두고 기존 자동차딜러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한 바 있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금융위기 발발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우선 국제적으로 금융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을 지정하고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대형은행의 파생상품 자기투자를 금지하고 파산시 처리절차를 수립하도록 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여 금융기관에 의한 약탈적 대출 등을 감시하도록 하였고, 심각한 법률위반이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 이미 지급한 보너스를 환수하는 제도도 마련한 바 있다.

반세계화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인 동시에 미래형이다. 세계화는 글로벌시장의 통합을 향해 가고 있는데 주권국가의 국경에 갇혀있는 각국의 국내정치와 정책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반세계화 기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을 띨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와 같은 관세, 비관세 장벽을 중심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나 이민 제한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대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국가간 물적, 인적 거래가 워낙 복잡다기한 형태를 띠는데다 경제의 서비스화, 디지털화가 매우 빠르게 진전되면서 이들 거래의 성격 규정과 효과적인 규제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이 커지고 국제협력의 실효성이 줄어들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정성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반세계화 시대에 우리 경제와 기업활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활동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규제와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간 분쟁이 잦아질 전망이고 미-중 통상마찰로 차이나 리스크가 확대되고 주요국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환율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변화는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국제교역을 더욱 짓눌러 세계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문을 확충해 중국의 성장 둔화와 같은 외부변수 악화에도 흔들림 없도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연구원은 또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시장 위축과 더불어 무역분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대내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늘리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무역금융이나 투자인센티브, 구조조정과 같이 이전에는 무역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던 보조금 등 각종 정책에 대해 시비가 걸릴 수 있다“며 ”선진국 통상당국이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공격적인 보호무역정책을 취하고 있으므로 본국 및 투자대상국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무역분쟁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만큼 공정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기업의 성장이 우리 사회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