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각종 온라인과 언론에서 별별 루머와 추측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정말 말도 안 되고, 어떤 것은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각각 전부 대응하기는 불가능할 정도네요. 정신 차리기도 힘든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가시 많은 생선을 발라 먹는 법’을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식탁에 올라 있는 생선에 가시가 많은 경우 그 생선을 경험상 어떻게 먹게 되나요? 무조건 머리부터 꼬리까지 씹어 먹다가는 큰 고생을 할 것입니다. 생선살을 먹기보다는 목에 걸린 가시들 때문에 고생만 하게 되겠죠.

그럴 때 생선을 먹는 사람은 당연히 가시들을 하나하나 들어냅니다. 가장 먼저 큰 생선뼈를 잡아 들어내죠. 그 후 살 속에 남아 있는 잔가시들을 최대한 제거합니다. 못 먹을 머리를 떼어내고 꼬리와 날카로운 지느러미도 필요 없으니 발라내죠. 이후 남는 것은 대부분 살점들뿐입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으라고 하죠. 가끔은 그래도 조심해서 가시를 신경 써서 먹으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이 그와 같습니다. 대표와 관련된 사정기관 조사에서 가장 핵심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살점’과 ‘가시’를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죠. 루머나 추측 보도들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모든 분석은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그 루머나 추측 보도들 중에서 단순 ‘가시’가 무엇인지 발라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시’라는 것은 현재 조사 과정을 통해 사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혐의에 관한 내용들 ‘이외의 부가적 이슈들’을 의미합니다. 실제 근거가 있고, 증거가 살아 있고, 검찰에서 혐의를 둘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내용들은 곧 ‘살점’입니다. 이슈 관리를 하는 측에서 필히 취해 소화시켜야 하는 주제죠. 반면에 단순하고 자극적인 해프닝들, 뒷이야기들, 카더라 내용들, 곧 증거도 없고 입증이 불가능한 대부분의 것들이 ‘가시’가 됩니다. 이슈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장애가 되는 것들이죠. 발라내야 합니다.

평소 홍보를 할 때는 이 ‘가시’들에게 큰 신경을 써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홍보를 담당했던 이슈관리팀원들은 그 ‘가시’에 많이 주목하고 아파하고 힘들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법적인 이슈 관리를 함에 있어서는 그 ‘가시’는 최대한 걸러 내져야 하는 ‘대응 의사결정의 장애물’입니다. 현재 법정에까지 상황이 연결 진전되었다면, 이미 거실(Living Room)을 지나왔다는 의미입니다. 거실(Living Room) 단계에서는 그 ‘가시’들이 곧 ‘살점’의 의미를 일부 가질지 몰라도, 그 이후 법정(Courtroom)에서는 일단 그 ‘가시’들보다는 실제 ‘살점’들에 대한 준비된 대응이 필요합니다.

여러 의혹과 루머 그리고 추측들 중에서 실제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이슈들을 가려내기 바랍니다. 그 ‘살점’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각각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이에 대응 하는 활동들을 벌여 나가면 됩니다. 법정 전략을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루머 하나, 의혹 하나, 추측성 보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는, 대응해야 할 ‘살점’들을 정확하게 골라 선별적으로 준비된 대응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일부 이슈 관리를 하면서 목격되는 이슈관리팀의 대응 방식은 연이어 제기되는 거의 모든 의혹과 루머 그리고 추측들에 전부 반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일종의 흐름에 편승하는 많은 언론 보도들 하나하나에 반박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그 반박 활동을 그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살점’을 발라보고 그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언론을 따라가면서 ‘가시’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이슈 관리 주체의 ‘반박’이 또 기사를 양산합니다. 그 기사들에 대해 또 반박이 진행됩니다. 이슈는 더욱 더 커지고, 광범위하게 두루 퍼집니다. 나중에는 언론조차도 무엇이 실제 ‘살점’인지 ‘가시’인지를 헷갈려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슈 관리 주체는 이에 반해 무엇이 ‘살점’인지 ‘가시’인지를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초기의 조건반사적 대응으로 그럴 기회를 가지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슈 관리는 엉망이 됩니다.

끊임없이 ‘살점’에만 주목하고, 이에 대한 법 적용에만 신경 써왔던 법정에서는 여지없이 대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일단 법적 부분에만 주목하시고, 나머지 논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극단적(?) 처방을 내놓는 이유가 그들이 ‘살점’만을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이슈 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그룹도 마찬가지가 되어야 합니다. 진짜 ‘살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대응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입니다. ‘살점과 가시’를 분별할 수 있어야 ‘통제’도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