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이런 관점에서 스마트폰을 평가하면,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시작은 결국 스마트폰이 매개일 수 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서 미래의 패권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체제 및 부품, 그 외 모든 기술력이 스마트폰의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초연결의 권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샤오미의 재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샤오미는 MIUI를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샤오미 스마트홈 패러다임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당장의 스마트폰 성적은 나빠도 샤오미의 시선은 태생부터 '스마트폰 이후'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으로 수익을 낼 생각이 없으며, 심지어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명하는 곳이다. 이런 관점에서 샤오미의 전기자전거, 어댑터, 에어컨 등이 설명된다. MIUI를 담아낸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일종의 매개체일 뿐이다.

메이드 바이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4일(현지시각)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5개의 하드웨어 제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픽셀 및 픽셀XL과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구글홈, 4K를 아우르는 크롬캐스트 울트라, 유무선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 가상현실 데이드림 뷰가 그 주인공이다.

▲ 출처=구글

이 대목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동맹 생태계를 스스로 파괴하고 각자도생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동맹군을 버리고 스스로 픽셀이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행보가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통해 소프트웨어에서 시작된 자신들의 강점을 더욱 극적으로 가다듬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의 동맹 와해를 염두에 두고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을 시작했다는 주장은 다소 멀리 나간 분위기다.

구글은 5개의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하며 모두의 그릇에 인공지능 인프라를 불어넣고, 현재의 스마트폰 생태계가 아닌 미래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파편화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바탕으로 직접 그릇을 만들며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려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은 집(구글홈)과 아웃도어(픽셀)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에 숨은 구글의 진짜 의도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4차 산업혁명으로 끌고가는 한편, 운영체제를 기점으로 스스로의 하드웨어를 빠르게 담아내 생태계 단속까지 나서는 방법론이다. 이 역시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구글의 야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장의 안드로이드 동맹이 와해될 가능성이 낮은 이유며, 굳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덧댈 필요가 없는 핵심적 논리이기도 하다.

물론 이후 펼쳐질 플랫폼 생태계 기반의 새로운 시대에는,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보는 그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감각이 없는 기업들에게는 지옥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구글에서 좌초된 아라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페이스북에서 재개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하드웨어에 대한 페이스북의 의도를 살피는 선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페이스북이 하드웨어 스타트업 내슨트 오브젝트(Nascent Objects)를 인수한 점을 살펴봐야 한다. 본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설립된 페이스북의 하드웨어 인프라인 빌딩 8 프로젝트에 속할 전망이며 구글에서 넘어온 빌딩 8의 책임자 레지나 듀건의 역할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출처=페이스북

내슨트 오브젝트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하드웨어 기기를 만드는 모듈식 플랫폼 업체다. 수십개의 부품을 모듈형으로 구현해 색다른 제품으로 조합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곳이며 지난 2014년 설립됐다.

업계의 관심은 페이스북의 의도다. 일단 내슨트 오브젝트를 인수한 배경을 두고 실질적인 하드웨어 제품을 제작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하드웨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았지만 오큘러스 및 아퀼라처럼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다양한 실험을 전개시키던 페이스북이 직접적인 제작 역량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본사에 404구역(Area 404)이라는 하드웨어 랩까지 신설하며 나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퀼라, 레이저 통신, 프로젝트 아리스 등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플랫폼에 집중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초연결 시대의 두 축을 소프트웨어-하드웨어로 병립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을 확보하고, 나아가 내적 생태계 고도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O2O의 핵심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현상과 비슷하다.

앞으로 페이스북은 초연결 플랫폼인 핵심 역량을 자사의 하드웨어까지 연결해 '페이스북=운영체제'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오알지와 아퀼라, 가벼운 페이스북 라이트의 출시는 모두 이러한 목적을 위한 하나의 퍼즐에 불과하며 심지어 오큘러스의 가상현실도 새로운 시대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원대한 꿈이다.

메신저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덧대는 한편, 소셜VR의 개념을 강조하는 모든 비전의 끝에는 이러한 페이스북의 하드웨어 집중전략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구글 아라 프로젝트의 부활을 이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 시대의 현재는 중국과 미국의 손에, 미래도 중국과 미국의 미래에 있는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 이를 활용한 빠른 의사결정이 벌어지는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어디에도 국내 기업의 입김은 보이지 않는다. 손정의와 오일머니가 만나 실리콘데저트의 비전을 창출하고 알리바바의 마윈이 전자상거래라는 단어까지 버리며 총체적 4차 산업혁명의 퍼즐을 맞추는 상황에서, 우리는 비선실세의 의지에 국가의 미래를 내던졌다.

한 방은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소위 하청업체를 자처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여파로 올해 3분기 낮은 성과를 거둔 상태에서 호실적을 거둔 부품영역에서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을 정립하지 못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ICT 시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빌 붙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VC사업본부를 통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는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방은 있다. 삼성전자의 최근 접근법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의 주요 경영진이 4일 설명회를 열었다. 구글의 가정용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이 4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시판을 시작하며 아마존의 에코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가능성도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비브의 경영진와 이인종 부사장은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끈다. 갤럭시S8에 '인공지능이 탑재되는가'라는 질문보다 훨씬 중요한 화두다.

▲ 출처=삼성전자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방형이라는 것은 인공지능이 기능을 가지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스스로의 기능적 솔루션을 고도화시키고 플랫폼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런 이유로 막강한 가전제품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비브 인수를 통해 향후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축할 핵심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품어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 조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즉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생태계에 있어, 단순한 하청업체는 물론 플레이어의 틀을 넘어 인터페이스 혁명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전략을 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인터넷 없이 사셨어요?”라고 물어보지만, 미래 다음 세대는 “인공지능 없이 어떻게 사셨어요?” 라고 물어볼 것이다. 입력방식 및 인공지능의 공기화가 삼성전자와 비브의 꿈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

이러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현재와, 더욱 우울한 스마트폰으로 시작될 미래의 4차 산업혁명에서 음성에 기반한 방식은 아직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도 이러한 '판'을 짜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인터페이스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고무적이다.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환경 조성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생태계이자, 생태계의 주인 입장에서는 모든 세상의 권력을 쥘 수 있는 최상의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을 화두로 서비스에서 기술로 빠르게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네이버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네이버가 DEVIEW 2016을 통해 풀어낸 아이템은 다소 충격적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 성과물과 기술적 방향성이 유독 강조됐기 때문이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송창현 CTO는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 ‘Ambient Intelligence(생활환경지능)’을 소개하며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랩스를 주력으로 삼아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해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뜻이다. 대화형 AI 엔진인 아미카(AMICA), 중장기적 프로젝트인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연구, 통역앱 파파고, 자연스러운 음색을 구현한 음성합성 기술과 수년간 축적해온 웹엔진 기술을 적용한 네이버의 브라우저 웨일(Whale)의 티저 등이 공개됐다.

포털의 네이버는 그 자체로 서비스 기업이다. 하지만 이제 네이버는 기술 중심의 생태계를 짜며 글로벌 기업과의 간격을 빠르게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이, 현재의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과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데 있어 최적의 상황단단능력이다.

▲ 출처=네이버

한국은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3G로 대표되는 기술표준을 통용시켜 'IT 강국 코리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4세대에 있어 와이브로에 천착한 나머지 LTE 진영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스마트폰 시장도 비슷하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막강한 점유율을 자랑했으나 이제 다음 세대에는 힘이 크게 빠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통신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결국 스마트폰을 매개로 새로운 판을 짜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져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광물 크립토나이트가 떨어지거나 네이버 웹툰 '죽은 마법사의 도시'에 나오는 '마나'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폰의 '다음'을 고민하며 '사용자 경험'과 '그 이상의 연결 및 기술적 생태계'의 포지션에 따라 패권이 이동할 전망이다. 정교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미, 단서는 나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