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표는 단 하나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야만 한다. 그런 만큼 CEO는 저마다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기업 모두가 다르지않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 CEO들은 대부분 자국 시장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글로벌 기업의 증가는 국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세계 유일의 조선그룹 STX. 그들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STX유럽이 건조한 세계 최대 크루즈선(자매선) 오아시스오브더시즈호와 얼루어오브더시즈호.


STX그룹(이하 STX)은 글로벌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STX에 따르면 2011년 예상 매출액은 35조원 가량. 31조5000억원이란 엄청난 금액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란 얘기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STX의 해외법인과 지사 수는 150여 곳.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진출해 있는 지역도 다양하다.

혹자는 STX를 국내를 위주로 활동하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으니 말이다. 쌍용중공업을 기반으로 한 STX는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 아커야즈(STX유럽)를 인수하며 기업경쟁력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강덕수 회장은 실제 재계에서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린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사들인 장사꾼으로 묘사되며 유명세에 비해 많은 오해와 편견에 가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사업가적 면모와 경영철학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직접 체득한 것을 아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해외진출을 통해 단순히 기업의 성장보다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덕수 STX 회장은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것이 애국’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M&A를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해외시장 개척에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더 큰 기회는 밖에 있다.” 강 회장은 직원들과 마주칠때면 습관처럼 말한다. 해외시장 진출이 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믿는 그다. 해외 진출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는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례는 있다.

강덕수STX그룹회장.


핀란드공항에 한국어를 심다

핀란드 헬싱키 반타국제공항을 찾는다면 웬지 모르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해외공항을 찾을 때면 늘 생기는 영어 울렁증은 온데간데 없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출입국 소속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핀란드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 외국임을 실감할 수 있다. 참 이상한 노릇이다.

아무리 봐도 다른 해외공항과 다를 게 없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반타국제공항의 출입국 안내에 한국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더. 홈페이지에도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된다.

핀란드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수출입을 통틀어 교역량을 놓고 봤을때 10위권에도 못 미친다. ‘휘바, 휘바’란 자일리톨 원산지로 알려진 게 고작이다. 이런 나라의 공항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하니 그 이유를 들어볼 만 하다.

현지 여론에 따르면 변화가 시작 된 것은 STX가 진출하면서부터다. STX는 핀란드에만 3개의 조선소를 가동하고 있다. 헬싱키, 투르크, 라우마조선소가 주인공이다.
각각의 조선소에서는 크루즈선, 오프쇼어지원선, 군함 및 특수선 등 다양한 선박이 선주들의 요구에 맞춰 생산된다.

특히 투르크조선소는 지난해 10월 인도한 세계 최대 크루즈선 ‘얼루어호’와 2009년 말 인도한 ‘오아시스(Oasis of the Seas)호’를 만들었다.

핀란드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3분기까지 2억 2500만유로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가 지난해 10월 흑자로 돌아섰다. 10월은 얼루어호가 만들어진 때다. 10억 유로(한화 1조5600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만큼 무역지수를 단숨에 역전시킨 셈. 핀란드 경제에 STX가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STX는 계열사인 STX유럽을 통해 6개국 15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STX유럽은 270년 전통을 갖고 있는 현지 회사로 3년 전 STX가 지분을 전격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유럽의 기술과 한국의 생산력을 적절히 조화해 경쟁력을 높인 것은 물론 각국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화합의 문화를 이끌어 내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중국에서도 STX의 활약은 대단하다.

중국 다롄 죠우쉐이즈국제공항으로부터 120km 북쪽에 위치한 창싱다오. 영종도의 4배에 달하는 중국에서 5번째로 큰 섬이다. STX의 다롄조선해양생산기지가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창싱다오는 당초 황량한 벌판에 불과했다. 인적이 드물었고, 인구 수도 적었다. 그런데 STX의 해양생산기지가 들어서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2007년 5만 명 수준이었던 창싱다오의 인구는 최근 15만명(유동인구 포함) 규모의 산업도시로 변했다.

중국어보다 한국어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특징. 도시 어느 곳에서나 발견하게 되는 조선소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 속에서 한국인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창싱다오는 STX의 도시’라는 뜻의 ‘창싱다오쓰STX더청쓰’라고 할만큼 STX는 창싱다오 발전을 이끌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 공략도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는 꿰어졌다. 가나에서 20만호의 주택 건설 본 계약을 체결했다. 주택건설을 시작으로 사업 전반에 필요한 건설분야의 진출까지 가능 할 것이란 게 STX 관계자의 귀띔. 가나의 주택 건설 계약은 인프라 구축 사업 일환으로 공사 규모만 100억달러(한화 10조8000억원)에 달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기타 시설 건설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TX윈드파워 2MW급 풍력발전설비.


(위). STX다롄조선해양생산기지 전경.


크루즈선을 건조 중인 STX유럽 핀란드 투르크 조선소 이미지.


출범 10년 만에 글로벌 3대 거점 확보

STX그룹은 2009년 전 세계 조선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한국·중국·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세계 최초다. 각각의 조선소애서 일반 상선에서부터 여객선, 해양플랜트 및 방산용 군함까지 조선 4대 분야 전 선종을 건조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생산거점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조선사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엔 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까지 진출하며 해외거점 확장에 나선 상태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음이 읽힌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중동 지역이다. 각종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의 재건 사업을 따내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면모를 입증하고 있다. 200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신도시 자잔(Jazan) 지역에 건설할 2억달러(한화 2170억원) 규모 철강 플랜트를 수주가 진출 신호탄이다.

2010년 1월과 2월엔 이라크에서 총 규모 62억달러(한화 6조7300억원)에 달하는 일관공정 제철단지와 복합화력발전소, 복합석유화학단지 및 기반 시설 건설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연달아 체결했다. MOU는 사업의 우선협상권 획득을 말한다. 이라크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 STX가 가장 먼저 사업에 나설 수 있다.

중남미 지역 공략의 성과는 큰 의미를 갖는다. STX중공업은 2010년 2월 멕시코 인디그룹과 멕시코 라싸로 까르데나스항에 연간 처리용량 380만t 규모의 LNG인수 터미널을 건설하는 내용의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다.

7억달러(한화 750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규모는 작지만 중남미지역 플랜트 시장의 첫 진출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부터 사업 수주에 있어 타 기업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STX 관계자는 “전 세계 150여개 글로벌 네트워크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 및 미래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2020년 12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TX는 조선 기계, 해운·무역, 플랜트·건설을 필두로 에너지 사업을 통해 매출 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STX솔라는 4월부터 태양광 모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올해 50MW 규모를 우선 생산한다. 내년부터는 본격 증산에 돌입, 연간 150MW 규모로 생산량을 확충할 예정이다.

특히 풍력발전 분야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하라코산유럽을 인수해 STX윈드파워로 사명을 바꾼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육상용 및 해상용 풍력발전기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 주요했다. 부품, 장비, 설치, 운영 등 풍력사업 전 분야에 사업 참여가 가능한 수준의 밸류체인을 만든 것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업 구조다.

STX그룹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 및 운송, 선박 건조는 물론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까지 그룹 내 전 사업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모든 경영전략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향후 10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플랜트, 해외건설 사업과 함께 자원에너지 개발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해 2012년 비조선·해운 부문의 매출 비중을 그룹 전체 매출의 25%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 한 STX그룹. 세계 최고 조선사를 넘어 세계 최고 중공업 기업으로 성장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STX유럽 해양지원船 ‘올해의 선박’에

STX유럽이 STX의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하고 있다. 특수선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STX노르웨이 오프쇼어가 제작한 해양건설지원선 스칸디아커호가 함부르크에서 열린 ‘2010함부르크국제 조선 및 해양 박람회(SMM 2010)’에서 ‘2010 올해의 최우수 선박상’을 수상한 것.

해양건설지원선은 바다에서 석유 등을 시추하는 플랫폼이나 해양플랜트선박의 작업을 지원하는 선박을 뜻한다.

스칸디아커호는 경쟁사들의 선박이 최대 800미터 수심에서만 작업이 가능한 데 비해 최대 수심 3000미터에서 해저 파이프 설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고도의 심해 시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드릴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덕분에 고가의 드릴십 발주를 망설이던 석유회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의 해양건설지원선과 달리 자체적으로 해저파이프 설치 및 심해 시추작업 등의 고난이도 작업까지 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의 최첨단 해양건설지원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칸디아커호는 디젤발전기를 통해 추진력을 얻으며 길이 156.9미터, 너비 27미터, 높이 12미터의 규모로 해당 특수선 분야에서 지금까지 건조된 선박들 중 최대 크기일 뿐만 아니라 해상에서 선박의 위치를 고정시키는 위치제어시스템을 갖춰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해상작업에 적합하다.

‘올해의 최우수 선박상’은 노르웨이의 해운전문 잡지인 스키프스레벤이 수여하는 상으로 그 해에 전 세계에서 건조된 선박 중 기존의 선박과 차별화 되는 신제품이거나 효율성, 디자인, 선주들의 선호도 등에서 업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선박을 선정한다. 수상 후보자들은 독자들에 의해 직접 선정되며 최종선정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판단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