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인터넷 방송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형적인 변화와 권력의 이동적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연구대상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모두 가졌던 슈퍼 '갑'의 세상이 기술상향표준화의 파도를 만나 분해되고 재조합되며 콘텐츠와 플랫폼 권력은 수평적으로 펼쳐졌고, 그 연장선상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은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 소수 권력자들의 나팔에서 이미 존재하는 만인의 절대적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권력의 역전과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 출처=픽사베이

인터넷 개인방송의 부침
논의의 시각을 국내로 한정하면, 우리에게는 태초에 아프리카TV가 있었다. 물론 '고대의 전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가장 선명한 단서는 아프리카TV라고 말할 수 있다. 최초 소수의 BJ를 중심으로 매니아적 감성으로 무장했던 아프리카TV는 최근 광풍처럼 몰아친 MCN 열풍과 유튜브 등의 존재감과 어우러지며 더욱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아프리카TV는 영원한 마이너로, 소수 매니아의 리그로만 남았다면 소소하게 넘길 수 있었던 다양한 난관과 직면한 상태다. 몸집이 커지고 주시하는 눈동자가 많아질수록 공적영역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TV가 선정성 및 폭력 콘텐츠의 요람으로 규정되며 제도권의 제재가 시작된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3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일부 불량 BJ에 대한 퇴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며 6월에는 아프리카TV를 두고 장애인 비하 및 선정성 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나아가 1일부터 건전한 개인 인터넷방송 문화 환경조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방송 모니터링단'을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4개의 실무반으로 꾸려져 활동에 돌입할 전망이며 필요하다면 경찰과의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엄중한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여담이지만 MBC PD수첩은 아프리카TV를 선정성이 짙은 콘텐츠 유통 판로로 지목했고, 이에 따른 각자의 충돌도 격렬하게 벌어진 바 있다.

사실 인터넷 개인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다면적이다. 규제를 하려는 쪽은 대부분 제도권의 시각에서 '공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여기에는 '구 미디어 플랫폼의 규칙에 어긋나는 새로운 돌연변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전제도 일부 깔려있다. 나아가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다면 당연히 합당한 법적 테두리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의 대한 책임도 기존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가 동일하게 부담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규제에 일부 반발하는 이들은, 규제를 하려는 쪽의 기본적인 의도에는 찬성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시장의 논리에 더욱 가깝다.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고 방향성은 건강하게 수립되었다는 전제가 깔리고, 업계의 자체적인 자정능력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과 국내 시장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는가 하면 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결국 논의의 방점을 인터넷 개인방송이라는 하나의 틀에서 바라본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의 방법론이 다소 엇갈리는 셈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육성하려는, 혹은 공적인 게임의 법칙을 준수하려는 각자의 의지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 출처=MCNA 협회

이은권 의원의 법안...논의의 핵심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은권 의원(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이 자신들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제도권이 나서 몸집이 커진 인터넷 개인방송에 공적인 책무를 지우는 셈이다. 현재 지상파 및 케이블, 그리고 별도의 플랫폼이 없는 종합편성채널도 자사를 통해 송출되는 콘텐츠에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러한 공식이 태동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지난 8월 경찰은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음란방송을 한 여성 진행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한 바 있으며, 중국에 진출한 일부 국내 BJ들은 선정적인 콘텐츠로 방송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인터넷 개인방송에 일정정도의 자정능력을 강제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적 관점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공적 제도권 권력이 규제에 나설 경우 흔히 발생하는 '현장의 목소리 묵살'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선정적, 폭력적 콘텐츠를 이유로 인터넷 개인방송에 방송사와 준하는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고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까지 모조리 파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의도는 좋으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해 법안 자체가 치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장 MCN 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유진희 사단법인 MCNA 사무국장은 "본 법안이 말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 사업자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서비스하는 사업자를 지칭한다"며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앱 사용자를 포함하는지, 배제하는지 여부는 물론 역차별 가능성도 있다. 이어 "법안의 음란물 규제 의지 등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많은 업계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나아가 유 사무국장은 "MCN은 작게는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고 컨설팅하는 매니지먼트 사업자를 말하지만, 크게는 크리에이터-매니지먼트사(콘텐츠사)-플랫폼사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이라며 "MCN=1인방송(1인콘텐츠)=크리에이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큰 틀에서 MCN은 다양한 객체가 협력해 만들어가는 대단위 전략이 전개되는 지점이며, 이런 관점에서 일부의 문제를 다수의 폐혜로 규정하는 시각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협회가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 지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게 6가지다. 먼저 국내법상 해외 플랫폼이 법 적용 대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지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모호한 법 적용 대상 기준과 표현의 자유 제한, 시장의 성장 저해, 방송의 개념 정리에 대한 문제제기, 중복규제 등을 거론했다.

결론적으로 법 적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고,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해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논란을 대비해야 하며 새롭게 창출되고 있는 시장의 역동성을 보장하는 한편, 표현의 자유 문제를 고려하고 불필요한 규제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해당 법안이 지향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현장의 세밀한 목소리를 더욱 경청해야 한다는 논리도 읽힌다.

3일 협회는 법안을 발의한 이은권 의원실과 기본적인 소통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은권 의원실은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고 전한 것으로 확인된다.

▲ 아프리카TV 떠나는 대도서관. 출처=캡처

탈 아프리카 법안인가
이은권 의원실의 법안은 역설적으로 규모가 커진 인터넷 개인방송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인터넷 개인방송은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강제받는 셈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도권의 지나친 규제 일변도는 시장의 역동성이나 표현의 자유적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구악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면 손에 피를 묻혀야 하겠지만, 인터넷 개인방송 시장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의도는 인정되나, 이은권 의원실이 보여준 법안 발의 과정의 소통부재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표현의 자유와 시장의 역동성만큼 상당한 관심을 끄는 지점은 국내 사업자 역차별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내법상 해외 사업자는 법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규제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국내 사업자는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지점은 해당 논란의 아이콘이 바로 유튜브라는 점이다. 현재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은 국내 서비스를 실시하며 통신3사로부터 서버를 무료로 제공받고 트래픽 사용료도 면제받고 있으나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해마다 수백억 원 단위의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물론 구글이 캐시서버를 통신사에 설치해 비싼 국제구간 중계접속 비용 부담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있지만, 이러한 정지작업이 국내 포털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현재 유튜브는 국내 통신3사의 사랑에 힘입어 지난 2010년부터 4K, 1440 픽셀 해상도의 고화질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나, 카카오와 네이버는 아직도 720픽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결국 해당 법안의 결정적 패착은 국내 사업자 역차별에서 찾을 수 있다. 역차별이 현실이 되면 아프리카TV를 비롯한 국내 사업자들은 시장의 장악력을 상실하고 최초의 실험은 무산되며,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원천적 수단까지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개인방송의 정체성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 개인방송에 자체 플랫폼 검열을 강제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자를 플랫폼이 아니라 미디어로 규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프리카TV는 강제적 자정의지를 시험받게 되며, 그 과정에서 대도서관과 같은 유력 콘텐츠 유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시대의 흐름이자 권력의 분산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지금까지 무시되던 부작용들을 일소할 계기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다각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며, 현실적인 고려사항이 무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의 손으로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이것이 가능한 몇 되지 않는 아주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은권 의원실 법안의 최종 지향점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