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은행의 대손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자본건전성 강화 조치가 대응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경기는 저금리 기조를 시작으로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가계부채는 약 1206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연내 13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출처=한국은행

같은 기간 은행의 기업 대출은 약 753조원에 달한다. 여기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각각 164조원, 588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와 기업대출은 대손으로 연결될 수 있어 은행권의 금융 안정에 큰 위험 요소가 된다.

▲ 출처=한국은행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약 31.3조원으로 전년 대비 1.3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기업여신 부실채권이 29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대부분(93.3%)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9월 가계 대출 비중이 지난해보다 6조1000억원 이상 증가해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까지의 부실채권의 추이를 보면 지난 2013년부터 은행의 부실채권이 꾸준히 증가해 전년 대비 약 6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채권이 증가함에 따라 부실채권 규모도 점점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지난 상반기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이 36.9%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해 향후 부채 상환 증가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동시에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도 확대되고 있어 가계 부담 능력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확대할 경우 가계 부문의 소득 정체 현상이 더 심화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국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보면 150%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가계 부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어 은행권의 전체적인 부실채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요 부실화 기업 은행별 익스포져 현황을 살펴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대한 비중이 특수은행(89.6%)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채권 위험은 시중은행이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한국은행

한편 국내 은행권은 가계부채 증가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자본력이 악화되고 있어 자금조달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들이 아직까지 이자수익에만 의존하고 있는 탓에 자본력이 악화되어 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은행의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결정은 대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NICE신용평가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국책은행의 부실채권이 시중은행으로까지 번져나간다면 은행 전체의 위험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앞서 문제 제기된 가계부채에 대한 방안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융위의 이 같은 조치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나이스신용평가사는 대손준비금의 보통주 자본인정이 은행의 신용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손충당금에 대한 손실의 실질 완충력이 자본으로 바뀌어서 최종적인 위험에 대한 완충작용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설명대로면 금융위의 자본 건전성에 대한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특히 내년의 국내 경기가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은행권 역시 자본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은행마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의 대응책으로 은행권의 자본건전성이 향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