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도요타인가> 최원석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이 책이 담긴 포장지를 뜯어 제목을 보자마자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6년 전 한 일본 기업가가 미국 정치인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모습이다. 장본인은 도요타 아키오 日도요타 사장이다. 당시만 해도 도요타라고 하면 일본 자본주의의 자존심이면서 ‘살아 있는 경영학 교과서’였다. 세계 모든 기업과 경영학자들이 이 자동차 기업의 경영철학 ‘카이젠(개선, 改善)’을 탐구하고 배우려 애썼다. 미국의 GE 이래 도요타처럼 혁신적인 기업이 없었다. 그런 도요타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취임 1년 만인 2010년 2월, 렉서스 등의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 정치인들의 질타와 야유를 받으며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며 울며 사과한 것이다. 8시간 동안 진행된 당시 청문회 소식은 내게도 충격적이었다. “아, 천하의 도요타도 이것으로 끝나는구나” 싶었다. 도요타에 대한 기억은 이것이 전부다. 이따금 거리에서 신형 렉서스를 보면 그저 “도요타가 아직 죽지 않았군” 했을 뿐이다.

이 책은 그 다음을 들려준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반전의 실화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수모의 청문회를 마친 뒤 이날을 ‘도요타 재출발의 날’로 정하고, “원점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고 선언했다.

이후 자신이 전면에 나서 혁신을 진두지휘했다. 도요타 사장은 문제점을 깊이 성찰한 뒤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을 준비하고,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그 해법을 뚝심 있게 추진했다. 우선, 리콜과 관련하여 차량 결함의 직접적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본질이 의사소통 부족, 초기대응 실패, 본사‧현장의 통합 위기대책 부재 등 ‘규모의 불경제‧복잡성의 폭발’에 있다고 판단해 전방위 대책을 강구했다.

도요타는 경영의 최우선 가치를 ‘확장’ 대신 ‘품질 중시’로 바꿨다. 철저한 실력주의 문화를 도입했다.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본 현장형 리더를 중시하여 핵심 임원 다수가 자동차의 기획부터 개발‧생산‧판매까지 모두 경험해본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본사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한다든지, 공장 현장직이 임원으로 되거나, 전문가라면 외부 발탁도 망설이지 않았다. 실패하더라도 포기 않으며, 재도전하면 기회는 열려 있고, 누구든 실력만 뛰어나면 등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팎에 드러냈다.

도요타는 직원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회사부터 바뀌려고 노력했다. 도요타는 사무‧기술직을 대상으로 대단위 재택근무제를 실시했다. 인사‧경리 담당 직원은 집에서 컴퓨터로 일하고 영업사원은 외부에 있다가 바로 퇴근할 수 있다. 일주일에 2시간씩 회사에 나오는 시간도 회사가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개개인이 직접 정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또, 주‧야간 근무 교대 없이 밤에만 일하는 ‘야간 전담 근무제’도 시행키로 했다.

임금체계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생산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우선적으로 높였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임금곡선을 수정해 젊은 근로자에 대한 배분을 늘렸다. 기존 연공서열에 따라 올라가던 임금상승분은 줄이고 능력에 따른 임금지급액은 늘린 것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번듯한 외형을 중시하던 확장경영의 함정을 경계했다. 청문회 이후 기업설명회 등을 주관할 때도 ‘숫자’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개인사나 자신의 진솔한 생각과 각오를 밝히며 ‘공감’을 시도한다. 위기일 땐 아키오 사장이 직접 나서 소통한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 취임(2009년 6월) 이후 7년, 도요타는 나락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세계시장 1위에 등극했다. 그런데, 이것이 실화의 끝이 아니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최고의 순간에 회사를 7개로 쪼갰다. 2016년 4월 단행한 ‘도요타 신체제’ 개편은 제2의 창업이라 불릴 정도다. 아키오 사장은 ‘최대 실적을 낸 지금이 회사의 최대 위기’라고 봤다. 그는 “규모가 너무 큰 것이 도요타의 최대 약점”이라고 말해왔다.

도요타는 회사 내부에 7개의 독립 경영 ‘컴퍼니’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 컴퍼니에 미래 도요타의 CEO로 키울 인재들을 포진시키고 막강한 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내부 조율에 쓸데없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을 막았다. 특히 기획‧설계‧생산 등 기능별로 나뉜 조직을 해체하고, 소형차‧중대형차‧고급차 등 제품별로 조직을 재구성해 각각이 오로지 최적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만 집중하게 했다. 동시에 20~30년 뒤의 미래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에 집중하도록 했다.

왜 다시 도요타인가? 이 책은 부진의 늪에 빠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 대표 기업들에 교훈을 준다. 나아가 도요타의 7년간의 변신은 선진국 문턱에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