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타고 있던 지하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모두 똑같은 자세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더군요. 저마다 보고 있는 콘텐츠는 다르지만 모두들 포즈는 같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경직된 목과 어깨가 먼저 걱정됐지만 사실 저 또한 휴대폰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입니다. 출발지에서 도착지로 향하는 막간의 이동시간, 그때마저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비 합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은 ‘피로’를 호소하며 대다수가 “쉴 틈이 없어요”, “너무 바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새 우리에게 피로감은 개운함보다 더 친숙한 느낌이 됐습니다.

근육통을 호소하는 몸의 신호만큼 중요한 것이 뇌 신호입니다. 정보화 시대 과잉된 뉴스와 이야기 속의 많은 선택지는 늘 뇌를 일하게 합니다. 짧은 수면시간, 불규칙한 생활습관 거기에 야근과 수많은 정보 주입까지 한다면 뇌를 혹사시킨다고 할 수 있죠. 우리는 대체 언제 쉬어야 할까요. 아쉽게도 바쁜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적당하게 잘 쉬는 방법조차 서툰 것 같습니다. 규칙적 식사만큼 중요한 규칙적 휴식은 사치 혹은 게으름으로 잘못 인식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뇌 피로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디지털 치매’라고 들어보셨나요. 휴대전화, 태블릿 PC, 컴퓨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일컫는 시사용어입니다. 사실 치매보다는 건망증에 가깝습니다. 틈만 나면 디지털 기기 속 콘텐츠를 보느라 자주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억이 나지 않으면 바로 찾아보는 습관 때문에 인지한 정보가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횟수가 적어지며 기억력이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병명은 아니지만 시간 부족을 호소하면서 디지털 기기로 수많은 킬링타임을 소비하는 현대인이 새겨들을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피로해진 뇌는 집중력 저하를 불러옵니다. 주의가 산만해지고 전신 피로감이 강하게 느껴지며 차분하게 집중하는 일을 하기가 힘들어지죠. 이런 증상은 직장을 다니는 현대인뿐 아니라 수험생들에게도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는 긴장감과 동시에 체력저하도 함께 동반돼 증상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럴 때 한방에서 부담 없이 처방하는 것이 공진단입니다.

 

개별 체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진단은 훌륭한 보완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황태자나 연로한 왕의 보약으로 쓰이던 공진단은 녹용, 사향, 당귀, 산수유 등을 넣어 빚은 환을 말합니다. 효능‧효과 또한 중요한 시험을 앞둬 체력이 저하됐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오래 앉아 있기 힘든 아이가 먹으면 좋습니다.

2014년 한강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멍하니 앉아 있던 진풍경이 기억납니다. ‘제1회 멍 때리기 대회’였는데요, 이 대회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주목받으며 중국에까지 진출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바이벌 오디션 구도와 자극적인 스토리에 익숙했던 대중들이 남들의 먹방을 하염없이 구경하거나, 삼시세끼를 차려 먹는 소박한 농촌의 풍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현대인은 휴식이 그리워 휴식 콘텐츠를 소비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먹방 콘텐츠를 보며 식욕을 달래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