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하면 저희가 정신을 차리는 게 일단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어도, 사실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서 말이죠. 좀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 위기 대응 전략을 정리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병(病)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세요. 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다고 설정 해보죠. 그렇다면 여러 증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특정 부위가 일정 기간 아팠다거나, 어떤 이상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거나 하곤 하죠. 물론 갑작스럽게 병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위기 발생 전조나 상황, 감지도 이와 유사합니다.

일단 병이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이나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어떤 조치를 먼저 취하게 될까요? 우선 해당 질병에 대한 정보를 취합합니다. 그래야 해당 병을 치료 또는 수술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해당 질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식을 구상합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상황파악과 대응 전략 도출 단계가 되겠습니다.

그 후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와 의사가 대화합니다. 여러 가지 치료 방식이 있는데,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하겠습니까? 의사로서 이런 방식을 권장합니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겠죠.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의사결정 단계가 됩니다.

의사와 환자가 치료 방식에 대해 동의가 이루어지면 정해진 치료 프로세스에 따라 치료 작업이 실행됩니다. 약이나 주사를 투여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면 수술이나 여러 가지 조치들이 진행되죠. 이 단계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위기 대응 실행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까요?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죠. 여러 측정 방법으로 그 이전의 질병 상태와 치료 후 상태를 지속적으로 비교합니다. 만약 치료 후에도 해당 질병이 사라지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는 추가적인 치료 실행을 계획합니다. 반대로 치료 후 상황이 호전되고 이제 질병 수준으로 환자를 해하지 않는 결과가 얻어지면 의사는 환자에게 퇴원을 주문하죠. 이 단계가 실행 후 평가 및 위기 종료 단계가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기업 위기를 바라보는 단계를 기억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발전단계에 있어 원점(Source)-거실(Living Room)-시장(Market)-법정(Courtroom)의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원점(Source)이라고 불리는 것은 해당 위기나 이슈를 발아시킨 사람이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어떤 작은 최초 사건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성패를 기반으로 보면 대부분 이 원점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 대응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은 가장 높습니다.

원점에 대한 초기 관리가 실패하게 되면 해당 위기나 이슈는 거실(Living Room)로 갑니다. 즉, 여론화를 의미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해당 위기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만들어 교환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중요성은 최대화됩니다. 여론을 제대로 관리 대응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여론(Living Room)이 악화되어 그 다음 단계로 전이되는 곳은 대부분 시장(Market)이 됩니다. 팔리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안 팔리게 되죠. 제품이 회수되거나 매장에서 철수 명령을 받습니다. 가시적으로 불매운동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재무적 충격이 가시화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기존에 진행하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고, 실제적인 시장 대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발적 리콜이나 판대 중단 또는 배상 및 파격적인 시장 활동 등이 병행되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Market)에서까지 완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그 다음 단계는 법정(Courtroom)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위기는 거의 법정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피해자들이나 규제기관, NGO 등이 이전 단계들에서의 문제와 책임을 따지면서 소송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시장활동은 법적 대응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됩니다.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생겨나게 되죠.

위기는 이렇게 생겨나서 이렇게 사라집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위기 발생 후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을 중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 단계가 어떤 단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다음 단계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점, 거실, 시장 그리고 법정의 4단계를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