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도 관련 최대 화제는 기아자동차가 인도 공장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이다. 과거 현대자동차가 인도에 자리를 정하자 동반진출한 한국 기업이 150개 이상이었으니 이런 관심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아차의 인도 공장 예정지는 설왕설래만 난무할 뿐 아직까지 딱 부러진 소식이 없다. 지난 8월 기아자동차의 기자회견에서도 “진출을 전제로 심사숙고 중”이라는 입장만 나온 것을 보면, 인도에서의 입지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입지 문제는 생산부지 선정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회사의 인도 본사를 어디에 두며 시범점포는 어디로 정할지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인도 진출은 입지 선정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인도는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그저 넓기만 한 것도 아니다. 29개 주 행정체계는 정치적으로, 산업적으로, 인종 및 사용언어로도 세분화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입지 선택에서 델리, 뭄바이와 같은 특정 지역만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업종과 사업 형태, 전략시장이라는 제반 조건들을 반영하여 그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을 정해야 하며, 특정된 지역일지라도 기업 용도에 맞는 해당 부지를 찾아야 한다. 지역여건은 좋지만 부지비용이 제조업을 하기엔 과다할 수도 있다. 가격이 적당해도 전력 같은 기반시설이 미비하고 공사계획이 미덥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인건비나 인력 공급 문제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인도 인건비는 동남아 개발도상국보다는 비싸다. 인구대국이지만 특성에 맞는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해당 지역의 노조문화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정치에 의해 조정되는 노조는 노조원 복지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노조활동을 벌인다.

이러한 이유로 최적의 ‘땅’을 찾아내는 ‘입지 전략’은 인도 진출을 결정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짚어야 할 기본사항이다. 제조업 입지의 경우 한 번 결정되면 쉽게 변경할 수도 없으므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무작정 다른 기업의 선례를 참고해 결정해선 안 된다. 필자는 인도에서의 입지 전략은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를 기초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9개 주 7개 연방직할지로 나누어진 광활한 나라 인도를 제조와 서비스 등 산업부문별로 나누고, 다시 기업의 정체성에 따라 개별 평가를 하는 ‘인도 쪼개 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기아차의 인도 공장입지 선정 문제를 생각해보자. 우선 ‘진출 목적’이다. 그간의 언론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기아자동차 진출에는 기존 현대차와 함께 통합 생산 100만대 돌파, 인도 내수시장 점유율 2위 고수, 주변 국가로 수출하는 전진기지 확충 등의 목적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내수시장 접근성이 확보돼야 하고 수출항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물류비용이 높은 인도에서 입지는 곧 가격경쟁력이다. 최소 6000명의 생산인력이 필요하니 원활한 인력 수급과 인건비 수준도 중요하다. 대규모 인력이므로 해당 지역의 노조 동향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세간에 거론되는 기아차의 후보지들은 기아차 진출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있다. 만약 그런 곳들로 입지가 결정된다면 그 자체가 시련이 될 것이다. 기아자동차 입지 선정에는 ‘탈(脫) 타밀나두’가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지역정당이 지배하는 타밀나두주에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을 함께 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 3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할 인도 내수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현대차와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시장분포도에 근거해 공장 위치를 결정하고 주력 생산차종을 선택함으로써 양사가 시너지를 내야 한다.

기아차 인도 공장 부지로 거론되던 MP주의 지역 풍경.  출처=김응기

입지 조건과 관련하여 주정부와의 명확한 소통도 중요하다. 현 인도 체제에서 100만평 이상의 입지 공급자는 주정부밖에 없다. 특히 왜곡된 메시지가 생성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입지조건에 대한 분명한 이해 전달은 물론이고, 관련된 인도 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은 1990년대부터 인도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입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주정부의 항만개발 계획을 철석같이 믿고 인근에 대규모 공장 부지를 정했다가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개발사업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뭄바이 인근 중견기업은 부지 사기사건을 당했다. 인도의 부지공급제도에 대한 몰이해가 원인이었다. 구자라트에서 실패했는데도 또다시 하리야나주에서 재추진하다가 결국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기업 전용공단은 그 대표사례로 꼽힐 만하다.

동서 2900㎞, 남북 3200㎞의 광대한 인도. 하지만 이 땅 넓은 인도에 정작 ‘땅’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인도 비즈니스가 ‘입지 선택’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