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 위버플이 만든 금융전문검색엔진인 ‘스넥’(SNEK)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검색엔진’ 같으면서도 검색 관련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음은 물론 일부 비정형데이터들과의 연관성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정형데이터는 물론 비정형데이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겉으로 보이는 ‘스넥’의 ‘화려함’은 기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과거 한게임에서 게임 ‘건스터’의 개발자로 일하다가 돌연 회계사로 변신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개발자로서 ‘건스터’에 대한 기대가 높았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았고요.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그때, 개발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그런 결과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도 생각하게 됐고요. 회사를 그만두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비록 이중전공이지만 경영학을 살려 빠르게 배우고 일할 수 있는 회계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김 대표는 과거 회계사 고시반 시험에서 낙방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고민에 휩싸였다.

“누구나 생각하잖아요. 새로운 일을 하려다가 안 되면 다시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하지만 다시 한 번 도전했고 결국 합격했습니다. 이후 회계법인에서 일하게 됐고 여기서 3년을 일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의 ‘변화’를 여기서 제한하지 않았다.

“당시 기업들을 감사하면서 ‘이렇게 기업들이 돌아가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를 더욱 살려 다른 일을 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전직했습니다.”

김 대표가 현재 위버플을 창업한 계기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재직하던 시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술들이 많은 산업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창업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금융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기본적인 생각은 금융도 기술이 들어가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하던 당시 정보들이 너무 부족했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충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기자 또한 벤처캐피탈 업계를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정보 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들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보 부족의 문제는 벤처투자활성화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하는 방식은 너무 후진적이에요. 일일이 정보를 다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죠.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하면서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만 해도 업계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물어보는 것’이 답인데 이를 활성화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과 실제 상황은 달랐다.

“전 벤처캐피탈리스트였기 때문에 물어볼 수 있는 ‘조건’이라도 됐지만 일반인들은 물어볼 대상도 없었고, 심지어 물어볼 생각도 안하더라고요. 쉽게 서로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관련 플랫폼을 열었는데 결국 그 판단은 틀렸습니다.”

이에 김 대표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기술로 풀어보려는 생각을 좀 더 고차원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그리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관계’를 기술로써 푸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인공지능 등이 있으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충족할 만한 것이라면 뭐든 만들어보자고 나섰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위버플을 창업하면서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하는 걸 하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써주지 않아도, 투자를 받지 못해도, 설령 매출액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냥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일선에서 일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람들에게도 분명 필요할 것이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스넥’을 만들게 됐습니다.”

‘스넥’이 여타 데이터 제공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기존 데이터 제공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검색 기반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김 대표 자신이 개발자로서의 경험에서 나왔던, 그리고 금융·투자 전 분야에 걸쳐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강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고 이를 금융분야에 집중해 ‘깊이’로 승부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든 생각의 근본은 결국 ‘유저 마인드’, 즉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향후에는 데이터를 단순 판매하는 것은 물론 우선적으로 투자자들이 직접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사실 금융데이터를 쓰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을 제외하더라도 생각보다 많아요. 또 금융데이터를 자유롭게 다룬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데이터는 ‘멀리’ 있고 이것을 어떻게 하면 쉽게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깊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스넥’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스넥’을 보면 기자가 지금까지 접했던 여타 데이터 제공 관련 프로그램과는 분명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스넥’이 금융·투자업계의 혁신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금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특수한 영역으로 생각됐지만 검색기반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취합해 기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기자는 ‘스넥’의 강점보다 김 대표가 어떻게 ‘스넥’을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더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필요한 것이 사람들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김 대표의 말은 ‘스넥’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