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 지역의 전력 수급 문제가 숙제였다. 인구가 수천에서 수만명에 불과한 작은 섬들은 배로 디젤연료를 수송해 디젤 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거나, 육지에서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0월 31일, 인구 1만316명이 거주하고 있는 울릉도의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자립섬 조성사업’을 정부와 한전이 공동으로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빠르면 2026년 울릉도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되고,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존의 디젤발전기는 울릉도에서 퇴출된다.

이번 정부 발표처럼 섬 전력 공급은 주로 지열, 태양력, 풍력, 소수력, 디젤 등의 방법으로 공급된다. 현재 국내 섬 가운데 300개는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오고, 130개는 비싼 디젤을 써서 전기를 만들고 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서, 한국전력은 섬 지역 전력 공급 부문에서 연간 1200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인데 누적 적자만 1조원이 넘는다.

정부 발표를 보며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 생산설비를 개발해 기존 비용의 20% 수준에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생각났다. 연안 파력발전 스타트업 ㈜인진. 순수 우리 기술로 세계 최초의 ‘연안형 파력발전 설비’를 개발하여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기존의 파력발전 시스템은 수심 50~70m의 깊은 바다에만 설비를 적용할 수 있으며 해저 송전 케이블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송전한다. 이 때문에 설치비가 많이 들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132개의 섬이 디젤 자가발전에 의존해 에너지를 사용 중이며 육지보다 발전 비용이 월등히 높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파력발전을 하려면 수심 30m의 먼 바다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고, 그 비용이 최소 1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인진의 연안형 파력발전 설비는 수심 3m 이상이면 설치가 가능하며 수심의 제약이 거의 없어 가까운 바다에 설치할 수 있다. 기존 파력발전의 문제점을 개선한 이 설비는 해저 송전 케이블 또한 필요하지 않아 기존 100억원의 설치비를 단 15억원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방식은 인진의 핵심기술인 ‘다자유도 에너지 회수 기술’을 통해 가능하게 됐다. 기존의 파력발전 시스템은 파도의 상하운동이나 수평운동 등 한 가지 방향의 운동 에너지만을 회수했다. 그러나 인진의 독자적인 기술인 다자유도 에너지 회수 기술은 모든 방향의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전력을 생산한다.

 

인진은 이 설비를 통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135건의 지식재산권을 출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제주도 북촌 지역에 인진의 연안 파력발전 시스템을 적용한 파력발전소를 시운전 중이며,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해 제주시 추자면에 있는 추자도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태양광 발전은 밤에 발전을 할 수 없고, 에너지 효율이 낮고 1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최소 4000평의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파도는 태양광보다 50배 강한 에너지원이고 풍력과 태양광보다 지속성이 높아,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므로 섬과 같은 도서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원이다. 연안 파력발전 기술을 개발한 성용준 대표는 SK에너지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담당 과장이었다. 2008년 파력발전 신기술 아이디어를 고안해 회사에 제안했지만 회사가 백지화하자 잘나가던 대기업을 과감히 퇴사하고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국내시장 규모만 약 5000억원, 세계시장의 경우 약 80조원 규모! 환경오염 및 기존 에너지자원 고갈 등의 문제로 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파력발전 시장에 대한 전망이 매우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