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게임’은 논-게이머(Non-Gamer)를 게이머로 만들었다. 게임 유저층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이들이 너도나도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당시 새로운 문물이 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메신저와 연동된 모바일 게임을 함께 경쟁하며 즐겼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니 국민게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진 않았다.

2010년대 초반 얘기다. 그 때로부터 긴 시간이 흐르진 않았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급변했다. 시장에 수많은 플레이어가 난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민게임 후광효과는 약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국민게임을 만든 게임사들은 자연스레 새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도태를 피하기 위해서.

그들이 돌아왔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풍파를 이겨내고 과거 명성을 복원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이 줄줄이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직 그들의 시대가 다시 왔다고 하긴 이르다. 전통 강자인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 시장에서도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국민게임 개발사들에 지금 이 순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출처=선데이토즈

애니팡에 웃고, 애니팡에 울고, 애니팡으로 일어서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으로 기억되는 회사다. 애니팡은 ‘국민게임 중의 국민게임’으로 기억된다. 스마트폰 시대의 흐름을 타고 카카오 플랫폼과 만나 신드롬을 일으켰다. 바람을 타고 선데이토즈는 급성장해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성공 신화는 영구 보존될 것만 같았다.

시장 트렌드는 빠르게 변했다. 콘솔이나 PC온라인 게임 시장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시간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애니팡 유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과거 신드롬에 준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후속작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기는 실적 지표에서 감지된다. 2014년에 연간 매출 1441억원에 영업이익 610억원을 거두며 정점을 찍은 선데이토즈다. 그 다음해에는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매출 797억원에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급락했다. 영업이익률도 10%가량 빠졌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부진했다. 매출이 3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지난해(168억원)와 비교해 또 다시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율은 20%대로 내려앉은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난 3분기 매출 212억원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 26%, 영업이익은 16% 성장했다. 몇몇 신작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이뤄낸 결과다. 특히 국내 모바일 보드게임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니팡 포커’가 큰 기여를 했다.

▲ 출처=선데이토즈

애니팡 포커만 있는 건 아니다. 다수의 애니팡 시리즈 스테디셀러가 기반을 떠받치고 있었기에 반등이 가능했다. 지난 9월에 출시한 신작 애니팡3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4분기에는 실적 기여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IP(지적재산권) 활용 다변화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IP 활용 범위를 게임이라는 틀 바깥으로 확장시키려고 한다. 향후 IP를 중심으로 여러 콘텐츠 사업이 맞물려 수익이 극대화되는 장면을 그려봄직하다.

국민게임 시대가 끝나고 난 뒤

데브시스터즈도 선데이토즈와 궤적이 비슷하다. 데브시스터즈는 2013년에 모바일 러닝게임 ‘쿠키런’을 출시했다. 애니팡과 마찬가지로 카카오 플랫폼을 발판삼아 국민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쿠키런의 흥행을 기반으로 그 다음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하락세에 직면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진 않았다. 2014년에만 하더라도 매출 695억원, 영업이익 3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7.52%에 달했다. 지난해엔 적자 전환했다. 매출 195억원에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수렁은 올해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도 IP 활용을 통해 반전 기회를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달 27일 쿠키런 후속작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를 출시했다. 아직 출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좋다. 출시 3일 만에 글로벌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출처=데브시스터즈

흥행 예감이 드는 시점이다. 신작 흥행과 함께 실적도 흑자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신작은 카카오 플랫폼과 결별했다. 수익 배분 부담이 줄어든 만큼 흑자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넥스트플로어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슈팅게임 ‘드래곤플라이트’를 국민게임 반열에 올려놓은 회사다. 꾸준한 운영으로 드래곤플라이트는 지금까지도 많은 유저가 즐기고 있는 장수 게임으로 남아있다. 애니팡이나 쿠키런과 마찬가지로 유저 감소세를 막긴 어려웠지만.

올해 넥스트플로어는 적극적으로 세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부 IP인 카카오프렌즈를 바탕으로 모바일 러닝게임 ‘프렌즈런’을 출시해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출시한 ‘데스티니 차일드’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숨에 매출 순위 1위를 꿰찼다. 넥스트플로어의 첫 퍼블리싱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는 분석이다. 드래곤플라이트 장기 운영 노하우를 살려 믿음직한 퍼블리셔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 출처=넥스트플로어

돌아온 주역들, 낙관은 이르다

올해에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장르 편중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RPG(역할수행게임) 일변도다. 이런 상황에 국민게임 주역들이 RPG가 아닌 신작으로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시장 생태계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다만 이들의 운명을 낙관하긴 이르다. 일단 국내 게임 시장 전통 강호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모바일 퍼스트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가운데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체급으로는 약세인 국민게임 주역들이 이들과 효과적으로 겨룰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양면적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고착 상태에 빠져있다. 앱마켓 매출 순위가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것을 근거로 업계 관계자들은 “희망이 안 보인다”는 식의 한탄을 한다. 그러나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봐도 모바일 게임 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돌아온 국민게임 주역들은 아직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