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침 몇 개 놓을 거예요?” “어디어디 놓을 거예요?”

“아프게 놓으면 안 맞을래요!”

침구실에 들어가니 누워 있던 꼬마 아가씨가 흥분한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중학교 1학년인 꼬마 아가씨는 입이 삐뚤어져 있고 세수할 때는 눈이 감기지 않아 비눗물이 들어가고, 밥 먹을 때는 입가로 음식물이 흐르는 증상으로 인해 입원 치료 중이었다. 병명은 구안와사(말초성안면마비, 벨마비)였다. 구안와사란 눈과 입이 돌아가고 삐뚤어진다는 뜻이다. 한 번은 침이 아프다며 스스로 뽑아서 몇 개를 손에 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어찌 보면 당돌하고 달리 보면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매번 침 치료를 할 때마다 씨름을 했다.

며칠 후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같은 안면마비로 입원했다. 대학병원에서 1주일 입원 후 내원했는데 증상이 조금 심하고 집이 멀어서 입원 치료를 권유하니 처음에는 심하게 거부했다. 며칠 후에 개학인데 공부도 걱정이 되고 친구들도 보고 싶다며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빠른 치료와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 겨우 설득해 입원 치료를 했다.

침 치료를 할 때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치료를 받아 어른들에게 칭찬을 많이 들었다. 회진 때 올라가면 늘 책을 읽거나 학교 수업 자료를 빌려 공부하고 있고 같은 병실의 할머니들에게는 손녀처럼 사랑받고 있었다. 두 학생 모두 열흘 남짓 입원 후 통원치료를 한 달간 받고 다행히 얼굴이 깨끗하게 회복되었다.

안면마비는 안면부 근육운동과 일부 감각영역을 담당하는 제7번 뇌신경인 얼굴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성질환으로,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나 와사풍, 와사증 등으로 불리고 있다. 말초성 안면마비는 어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이들에게도 증가하는 추세다. 성인 발병률은 10만명당 20~32명 정도이며 10세 이하 소아에서는 10만명당 2.7명, 10~20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는 10.1명 정도이다. 안면마비는 뇌 안의 종양이나 중풍으로도 올 수 있기에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예후는 학생이나 젊은 사람이 어른보다 회복 속도도 빠르고 치료 경과가 좋은 편이다.

한방에서는 침 치료, 뜸 치료, 한약 치료를 한다. 특히 한약의 처방구성은 개인별로 조금씩 다르다. 한약 처방은 같은 병명이라도 환자의 체질에 따라 약재의 구성이 달라진다. 즉 오장육부가 인체에서 작용하는 힘들이 상대적으로 다르고 기와 혈의 균형상태가 다르기에, 개인적인 조건을 고려해 약재를 처방한다. 체질의 판별은 체형, 식습관, 대소변 상태, 습관 성격, 약물 반응 등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앞서의 학생들을 예로 들면 첫 번째 아이는 성격적으로 소양인에 가깝다. 소양인은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고 주관이 뚜렷하고 호불호에 대한 것도 정확히 전달하는 편이다. 판단력이 빠르고 생소한 일도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다.

소양인의 체형은 가슴이 허리에 비해 발달되어 있고, 인체의 상부에 열이 많고 대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가 잘되고, 기의 흐름이 빠르고 진액이 부족하기가 쉬워서 열을 내려주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처방을 많이 사용한다.

두 번째 학생은 태음인에 가까운 체질인데 태음인의 성격은 무던한 편이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 많이 생각하는 편이고 인내심이 많다.

태음인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체격은 좋은 편이며 생리적으로는 기의 흐름이 늦은 편이고, 오장육부 중에 간과 담의 기능은 우월해 체력은 좋은데 호흡기가 약하고 피부질환과 대장질환이 잘 발생한다. 그래서 약의 처방도 땀을 잘 조절시키고 호흡기를 개선시키는 약들이 많다.

청소년이나 소아를 치료할 경우에는 서로 간의 관계 형성이 더욱 중요하기에 성격이나 체질을 판별해 대화하는 것이 치료 효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요즘 청소년들은 과도한 학업으로 인한 피로 누적, 운동 부족, 인스턴트 음식과 불규칙한 식생활로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잦은 감기나 장염, 중이염 등으로 기초 체력이 약해져 있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과일이나 채소의 충분한 섭취로 체력을 증진하고, 필요한 경우 한약의 처방을 통한 면역력 증강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