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시대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장기적인 불황은 심각한 소비 침체를 초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7P로, 8월 대비 0.1P 하락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될수록 고객은 깐깐해진다. 얇아진 지갑 때문에 작은 물건 하나도 고민하고 구매에 나선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선보인다. 고객들 역시 합리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더 부지런해진다. 얼리버드 고객(항공권이나 숙박시설을 남들보다 일찍 저렴한 가격에 예약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이 파격적으로 할인된 서비스(상품)를 찾는 경우가 좋은 예다.

항공사 프로모션에서 통용되던 얼리버드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도입되고 있다. 최근 여기어때는 얼리버드 상품을 통해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숙박 상품을 선보였다. 모텔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얼리버드 객실은 고객에게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공하는 동시에 업주는 특가 상품을 통한 고객 유치를 도모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낮은 가격은 고객을 유혹하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얼리버드’는 특효다. 우선 대규모 마케팅과 영업비를 들이지 않고도 단순한 공지 등을 통해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록인(Lock-In) 효과도 기대된다. 약 10년 전, 유럽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 에어는 100만석에 달하는 좌석을 대상으로, 항공권을 미리 구매한 고객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선보인 적이 있는데, 이 회사는 과감한 얼리버드 정책을 시행하고도 전년 대비 무려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린 바 있다.

특히 ‘시간이 금’인 바쁜 현대인에게 타임 마케팅, 즉 소비자의 일상을 잘게 쪼개 그 시간에 해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0분 미용실’로 불리는 일본의 큐비 하우스(QB HOUSE)나 ‘30분 운동’을 제공하는 미국의 커브스는 출근 전 바쁜 얼리버드에게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고 있다. 커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제휴 수를 늘린 기업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요즘처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데다 시간도 빠듯한 이들에게 폭탄 세일에 가까운 얼리버드 상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짐 콜린스는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시장의 본질적 속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본질을 관통하는 서비스(상품)가 고객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숙박시설은 공실(빈 객실) 해소를 과제로 안고 있다. 객실 상품의 특성상 누군가 객실을 이용하지 않으면 해당 객실은 소멸된다. 업주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라도 판매하면 이득인 셈이다. 날짜가 지나면 휴지가 돼 버리는 항공권과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시대에 결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가 과감한 가격정책을 앞세울 때,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