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의 갑질 논란이 뜨겁습니다. 사실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1인 미디어 비슷한 지역에라도 적을 두고 있다면 아프리카TV 논란은 꽤 뜨거운 편입니다. 논란이야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도서관과의 문제에요. 대도서관이 상업 방송 약관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프리카TV가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대도서관은 총총히 유튜브로 떠났습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요? 힘없는 BJ를 핍박한 갑질의 문제일가요? 일리가 있습니다. 대도서관 논쟁에서 첨예한 대립의 중심에는 항상 ‘갑질’이라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아프리카TV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입니다. 호스팅 비용 문제도 그렇고, 고무줄 약정 논란도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물론 스타 BJ와 일반 BJ를 동일선상에 두고 동일한 가이드 라인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마지노 선이 있었다면 적어도 갑질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대도서관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일입니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충돌적에서도 본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업계의 오래된 논쟁이기도 한데, 최소한 이 지점에서는 콘텐츠가 플랫폼을 압도하는가 봅니다. 실제로 대도서관이 유튜브로 떠나자 일반의 관심은 모두 대도서관이 가진 콘텐츠 영향력에 집중하고 있어요. 또 다른 플랫폼 권력인 유튜브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도 있다고 합니다. 휘발성이 강한, 유튜브 키즈 시대의 미디어 흐름에 있어 이번 논란은 상당히 흥미진진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내밀한 문제의 본질은 결국 플랫폼의 속성에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TV라는 플랫폼의 정체성입니다. 바로 ‘미디어냐, 플랫폼이냐’의 기로입니다.

지금까지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아프리카TV는 자신들을 미디어로 알고있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플랫폼과 다르게 직접적으로 콘텐츠의 유통 및 파급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도서관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고, 아마 대부분의 BJ들은 여기에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놀던 이곳이, 돈도 벌며 재미있게 놀던 이곳이 규제가 있는 곳이라니!”

아프리카TV는 미디어일까요,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뛰어 노는 플랫폼일까요. 각각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답이겠지만, 아프리카TV가 스스로를 미디어라고 규정했으면 당연히 미디어겠지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봅시다. 아프리카TV는 왜 스스로를 미디어로 생각할까요? 매우 간단한 답이 나옵니다. “규제를 받기 때문에!”

▲ 출처=픽사베이

아프리카TV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사를 봅시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일반 방송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는 논쟁은 곧장 아프리카TV의 정체성, 나아가 규제의 방법론으로 펼쳐지기 일쑤였습니다. 올해초에만 의미있는 사건들이 꽤 많았어요. 방심위는 지난 3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일부 불량 BJ에 대한 퇴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며 6월에는 아프리카TV를 두고 장애인 비하 및 선정성 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TV 입장에서 보자고요. 이들은 자신들이 미디어가 되는 것을 원할까요? 생태계 장악적 측면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방심위와 얽히게 되는 등의 규제문제를 고려하면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MBC PD수첩이 아프리카TV의 유해성을 보도하면서 일촉즉발의 전면전 분위기까지 연출됐었어요. 당시 단합대회에서 서수길 대표가 PD수첩 제작진에 욕설을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더욱 내밀하게 파고 들어가면, 결국 이번 아프리카TV 논란은 미디어와 플랫폼 사이에서 스스로를 미디어로 규정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프리카TV의 사정과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TV는 다소 느슨한 규제이기는 했지만 상업방송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대도서관에게 적용했고, 이 사단이 난 겁니다.

누구를 비호하고,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프리카TV의 선정성 등의 문제도 실제하는 위협이라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 다만 갑질이라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만 이번 사태를 보면 문제의 본질은 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뉴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미디어로의 발전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집중하면 본질은 보입니다. 아프리카TV는 미디어가 될 수 밖에 없었으며, 바로 여기에 대한 상황판단이 최초의 논쟁지점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