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퇴와 관련,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낙하산 인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국민연금기금본부장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어 그만큼 검증된 인재가 발탁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과거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으로 역임했을 당시,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수익률 순위는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며 업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노후라는 불투명한 미래에 이러한 인사는 수급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올해 2월 선임됐다. 강 본부장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이사로 역임했으며 이후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메리츠자산운용의 고문으로 있었다. 2년간의 공백을 깨고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수장으로 오른 것이다.

강 본부장 선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강 본부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대구 계성고 및 성균관대 1년 후배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현재 안 수석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사퇴를 표명한 상태다.

강 본부장 선임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강 본부장이 법적 절차에 따라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강 본부장도 안 수석과 학교 동문이나, 각자 학계와 투자업계의 다른 분야로 진출했다는 점을 들며 관계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표명했다. 아울러 엄격한 절차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실적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당시 기금운용본부도 강 본부장에 대해 ‘전문성’을 강조하며 메리츠자산운용의 우수 인력 유치와 조직체계를 정비했다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2000억원의 수탁고를 7조원까지 끌어올리며 대체투자 분야를 개척하는 등 전략투자를 수행해 메리츠자산운용 신설 후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성과를 발휘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3월 결산) 메리츠자산운용은 12억6681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95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5억3254만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5억288만원의 법인세 수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2년 만에 흑자’라는 표현은 다소 석연치 않다.

정확히 말하면 메리츠자산운용은 2012년 3억4846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창립 ‘4년 만’에 성장궤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3년(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에는 7억3818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나 메리츠자산운용의 매출액 추이를 보면 ‘성장’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어렵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매출액은 2009년 39억3743만원, 2010년 59억3908만원, 2011년 72억7227만원으로 늘다가 2012년 71억8499만원으로 정체되기 시작했으며 2013년(연말 결산으로 변경)에는 57억6559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추이를 비교해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출범이후 외형성장세를 이뤘지만 질적인 측면은 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강 본부장은 임기 말 ‘비용절감’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이를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 메리츠자산운용 연도별 펀드수익률(주식형)과 순위 변화 추이(단위:%)주:순위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 마이너스(-) 부호로 표시 [출처:에프앤가이드]
▲ 연도별 펀드수익률(주식형) 1위 자산운용사와 수익률(단위:%) [출처:에프앤가이드]

연도별 자산운용사들의 펀드수익률(주식형 기준) 순위를 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2009년 14위에서 2010년 39위로 급락했다. 2011년에는 18위로 부상했으나 2012년 43위, 2013년 44위를 기록하며 업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후 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이 2014년에 취임하면서 같은 해 메리츠자산운용의 순위는 2위로 끌어올렸다. 올해 메리츠자산운용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 본부장이 메리츠자산운용이 이끌던 시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운용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은 당연히 어려워진다. 무려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을 강 본부장이 이끌 수 있는지 여부에 의구심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6월 벤치마크 가이드라인 변경 등으로 기관들의 대형주 매수를 유도한 한 반면, 중소형주 폭락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중소형주 1조원 투자’라는 카드를 슬그머니 꺼내며 여론을 잠재우려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