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해피컴퍼니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포춘>은 지난 1998년부터 매년 신년 기획을 통해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을 선정한다. 선정에는 글로벌컨설팅업체 GPTW의 분석모델이 활용된다. GPTW는 무작위로 추출한 미국 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경영 안정성, 직업 만족도, 복리 후생 등 다양한 요소를 조사해 기업을 평가한다.

올해도 명단이 발표됐다. 구글은 ‘2016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5년 연속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상위 10개사에는 어큐이티 인슈어런스(ACUITY 2위), 퀴큰론즈(Quicken Loans 5위),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 10위) 등 금융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주요 기업들의 사내 복지 프로그램과 경영철학을 면밀히 살펴봤다.

 

누구에게나 꿈의 직장 ‘구글’

구글은 지난 2011년부터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5년 매출은 745억달러(82조2280억원)다. 6만6575명이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 이직시장에서도 구글의 명성은 높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이직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0%가 구글코리아를 선택했다. <포춘>의 설명에 따르면 구글은 조직구성원 충성도를 포함한 대부분 영역에서 최고 수준 점수를 획득했다. 조직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직무와 기업문화, 각종 복지제도, 무료 사내식당 등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설문 항목을 살펴보면 응답자 중 98%가 ‘발전 기회’와 ‘사내 분위기’ ‘자부심’ 등에 만족했다. 97%는 ‘보상’과 ‘의사소통’이 뛰어나다고 답했다. 96%는 ‘상사 만족도’ 항목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연봉정보 사이트 페이스케일의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현재 구글 연봉은 약 14만달러(약 1억6030만원)다. 이는 미국 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입사원의 경우도 평균 연봉이 9만3000달러(1억648만원)에 달했다. 고액의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사내복지시설과 복지제도 같은 비금전적 보상도 빼놓을 수 없다. 구글 경영진은 직원들을 피고용인보다는 동료로 대하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한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한 가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은 자신들이 회사의 일원이라고 느끼고, 회사는 그들에게 가족과 같아야 한다. 직원들을 그렇게 대우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출산을 하는 여성 직원에게 1년 2개월 정도의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남성 직원 역시 7주간 육아 휴직과 급여를 제공한다. 출산 후 4주간은 급여 외에 별도의 지원금도 준다.

특히 인종, 성별 등 차별을 경계한다. 구글은 직원 다양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근무자의 70%가 남성, 30%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 비율은 리더 그룹의 비율(남성 78%, 여성 22%)과 유사하다. 이 회사는 정규직원(Salaried Employees)뿐만 아니라 시급근로자(Hourly Employees)에게도 충분한 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들의 자율적 자기계발과 창의적 환경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출처=포춘 '2016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슈퍼마켓 체인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위에서 3계단 뛰어올랐다. 19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연 매출 76억달러(8조6997억원)를 올리고 있다. 근무자는 4만4272명이다. 미국에서 88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1만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슈퍼마켓 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싱싱한 채소, 저렴한 가격과 넓은 매장으로 명성이 높다.

설문 참여 직원 중 99%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전 기회’와 ‘사내 분위기’ 항목에서는 98%가, ‘보상’ ‘의사소통’ ‘상사 만족도’ 등의 항목에서는 97%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직원들의 건강을 중시한다. 건강 프로그램에는 무료 건강검진, 금연 관리, 체중 관리, 요가 등이 포함돼 있다. 일상생활과 업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 출산, 부모의 병간호, 운동 등 개인사정으로도 업무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행복한 젖소, 더 많은 우유를 생산”

직원들의 자기계발에 전폭적인 투자를 지원한다. 치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직원에게는 스위스 낙농업 견학을, 와인 담당자에게는 프랑스 현지 교육을 지원한다. 3만2000명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1억달러(1144억원)을 교육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구글에게 왕좌를 뺏기기 전까지 새스(SAS)는 8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해왔다.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명단 상위에서 19년간 머물고 있다. 해피컴퍼니로서 전통의 강자인 셈이다. 올해는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31억6000만달러(3조6182억원) 매출을 올렸다. 7191명의 직원들이 미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행복한 젖소가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한다(Contented cows give more milk).’ 창업자 짐 굿나이트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회사가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직원은 고객을 만족시킨다. 고객 만족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새스는 정년, 정리해고, 야근,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다. 수영장, 휘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 외에도 병원, 프리스쿨(유아원), 상담센터, 세탁소, 미장원 등 다양한 시설을 회사 울타리 안에 갖추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직원들은 아이와 함께 출근하고 퇴근한다. 아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도 한다. 프리스쿨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80년대다. 당시 한 여직원은 육아를 이유로 퇴사를 희망했다. 회사는 프리스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이 6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600여명이 넘는 아이를 책임지고 있다. 새스는 사내 복지제도를 꾸준히 진화시켜왔다. 프리스쿨 다음에는 중고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진학 상담소가 설립됐다. 이어 재무·법률 상담소, 최근에는 은퇴 후 프로그램 안내센터, 노인건강 센터 등이 들어서고 있다. 정년이 없는 만큼 고령 직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중 1946년생부터 1964년생 직원은 35.21%를 차지하고 있다. 정규직 비율은 99%, 여성 직원 비율은 41%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