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27일(현지시간)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기능키 대신 '터치 바'를 품고 가벼워진 13인치·15인치 신형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맥북 프로 가 나온 지 4년 만이다. 애플 행사 하루 전날인 26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상에서 가장 얇은 PC'로 불리는 서피스 스튜디오(Surface Studio) 공개 행사를 가졌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 특수를 노리는 IT 공룡들의 신작이 팬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따끈따끈한 애플과 MS의 신제품들을 만나보자.

얇고, 반짝이고, 섹시해진 맥북 프로

팀 쿡 애플 CEO는 "이번에 공개한 맥북 프로는 애플에게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맥북 프로에는 기능키(펑션키)가 사라지고, 새로운 하드웨어 인터페이스인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 '터치 바'(Touch Bar)가 탑재됐다. 신형 맥북 프로는 터치 바 기능이 없는 스탠더드 펑션키 13인치 맥북 프로 와 터치 바가 장착된 13인치 맥북 프로, 터치 바가 장착된 15인치 맥북 프로 3종으로 라인업을 공개했다.

키보드 상단 숫자키 바로 위에 위치한 터치 바를 터치하면 단축기, 이모티콘을 선택할 수 있다. 인공지능 비서 시리 전용키가 있으며, 퀵 타이프 타이핑도 사용할 수 있다. 지문을 등록할 수 있는 터치 ID도 탑재돼 애플 페이를 지원한다. 볼륨, 밝기 등을 조절할 수 있으며, 웹페이지 스크롤과 이모지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 잠금 설정 및 전원을 켤 수 있는 보안 기능도 겸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포토샵, MS 오피스 등도 터치 바에 등록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새 맥북 프로는 풀메탈 유니바디 케이스를 입었다. 17% 얇아진 13인치 맥북 프로의 무게는 1.37㎏ 두께는 14.9㎜다. 20% 얇아진 15인치 모델은 무게 1.83㎏, 두께는 15.5㎜로 역대 맥북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가볍고 얇다. 맥북 프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500니트다. 이는 이전 세대 모델들보다 67% 향상된 밝기다. 더 넓은 영역의 색상을 지원하며, 큰 픽셀 개구율과 가변 재생률, LED 절전 기술로 에너지를 30% 적게 소모한다.

맥북 프로는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2133 MHz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선더볼트 3 USB-C 포트를 장착했다. 또한 2TB SDD 저장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됐다. 이전 애플 제품들보다 최대 50%가량 속도가 빨라졌다. 배터리 수명도 최대 10시간으로 향상됐다. 15인치 모델은 16GB 램과 256GB 저장용량, 13인치 모델은 8GB 램과 256GB 저장용량을 갖췄다.

▲ 출처=애플

또한 맥북 프로에는 2세대 버터플라이 메커니즘이 적용돼 반응 속도가 빨라진 키보드, 다이내믹 레인지가 2배 증가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 2.3배 향상된 그래픽 성능, 초고속 SSD, 6세대 쿼드 코어 및 듀얼 코어 프로세서도 탑재했다. 포스트 터치 트랙패드도 커졌다. 13인치 모델에서는 46%, 15인치 모델에서는 2배 더 커졌다.

13인치 맥북 프로는 1799달러(약 205만 9800원), 15인치 맥북 프로는 2399달러(약 274만 6800원)로 책정됐다. 저사양 13인치 모델은 공개 직후부터 구입 가능하고, 나머지 2종류의 모델은 11월 중 시판될 계획이다. 국내에는 전파인증을 거친 후에 풀릴 예정이라 아직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신제품 맥북 프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복스(Vox) 미디어는 "터치 바는 멋지지만 혁신이 부족했다"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터치 바가 PC,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화면 자체에 터치스크린 기능이 도입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높은 가격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IT 전문매체 씨넷은 "일반 소비자들이 가성비 좋고 가벼운 다른 브랜드 제품 대신에 비싼 가격을 주고 애플 노트북을 선택할지 의문"이라고 알렸다.

한편,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음성비서 시리와 연동되는 TV 가이드 앱(애플리케이션) 'TV'도 공개했다. TV는 아이튠즈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HBO 등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의 콘텐츠를 모아 쉽게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음성명령으로 원하는 방송 채널을 검색하거나 재생할 수 있다.

쿡 CEO는 "25년 전 우리 회사의 첫 노트북이 나온 이후 애플의 노트북은 많은 혁신을 이뤄왔다"라며 "오늘 우리는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뤄냈다"라고 강조했다

MS ‘서피스 스튜디오’, 예술가를 위한 종합선물세트

MS는 애플을 의식한 탓인지 애플의 신제품 공개행사보다 하루 앞선 26일 미국 뉴욕에서 올인원 PC '서피스 스튜디오'를 공개했다. 서피스 스튜디오는 28인치 1350만 화소 픽셀센스 디스플레이를 가진 올인원 PC다. 터치 스크린에 화면을 눕힐 수 있는 제로 그래비티 힌지(Zero Gravity Hinge)를 채택해 주목을 받았다.

사용자는 서피스 스튜디오를 데스크톱 모드에서 스튜디오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스튜디오 모드에서 서피스 스튜디오는 책상에서 20도로 놓이게 되며, 이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제도판과 동일한 각도다. 스케치, 글쓰기 및 디자인 작업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제품 두께는 12.5mm, 무게는 5.89kg이며 인텔 i7 프로세서, 엔비디아 980M 그래픽 칩을 장착했다. 또, HD 카메라, 마이크 등을 지원해 MS의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 '코타나'와 MS 생체 인식 서비스 '윈도 헬로'를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2999달러(약 330만 원)부터 시작된다. 26일부터 MS 매장 및 온라인 스토어, 베스트 바이 등에서 사전 주문 할 수 있다. 올해 연말까지 한정적인 물량이 제공될 예정이며, 2017년부터 대량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출시 일정 및 가격은 미정이다.

서피스 스튜디오는 서피스 펜과 서피스 다이얼이라는 액세서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서피스 다이얼(Surface Dial)은 창작 활동에 최적화된 새로운 주변기기다. 스크롤 및 화면 확대, 이동 등 다양한 동작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서피스 다이얼을 서피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위에 올리면 실행 중인 앱에 최적화된 도구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보다 편리하게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전주문 가격은 99달러로 11월 10일부터 발송된다.

▲ 출처=MS

MS는 또한 전 세계 4억 대의 윈도10 기기를 대상으로 한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Creators Update)도 선보였다. 2017년 초부터 제공될 윈도10 크리에이터스는 3-D와 혼합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윈도의 인기 프로그램인 '그림판'은 ‘3-D 그림판'으로 업ㄱ레이드 됐다. 3-D 이미지를 워드, 엑셀 및 파워포인트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MS는 델, HP, 레노보, ASUS, 에이서와 파트너십으로 생산될 299달러의 저렴한 가격의 VR 헤드셋을 발표했다. 이 VR 헤드셋은 오큘러스 리프트 및 HTC 바이브와 경쟁할 예정이다. MS의 VR 헤드셋은 윈도10 PC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으며, 오큘러스의 산타크루즈 시제품과 유사한 자유도 6등급 추적센서를 내장해 3차원 게임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후문이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는 “다양한 사람들과 조직들이 보다 더 많이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윈도10과 혼합현실을 통해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등 창작 활동을 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출처=MS

일각에서는 MS의 서피스 스튜디오가 애플의 아이맥을 위협할 제품이라며 "애플보다 혁신적이다"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씨넷은 "서피스 스튜디오가 주춤거리는 PC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올 3분기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8분기 연속으로 하락한 것으로 PC 산업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감소라고 알려졌다. 가트너는 사람들이 이미 PC를 대체할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소유하고 있기에 오래된 PC를 교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MS가 오랜만에 들고 나온 새 PC가 잠잠한 PC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새로운 제품으로 찾아온 애플과 MS의 제품 중 누가 더 빨리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