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낙엽을 배경으로 가을의 낭만을 즐기고 싶지만 훼방꾼이 되는 것이 감기 바이러스이다. 예전에는 감기에 걸리면 약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기 때문에 그냥 몸 무리하지 않고 뜨끈한 아랫목에서 푹 쉬면 감기가 자연스럽게 달아난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기는 코로나 바이러스, 리노 바이러스 등 200여종이 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외부의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방패막의 역할을 해주는 좋은 음식이 필요하다.

감기는 영어로 Common Cold라고 하며 호흡기계의 감염질환이다. 성인은 1년에 2~4회, 아이들은 6~10회 정도 걸린다. 특히 기온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잘 걸린다. 특히 감기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잘 걸린다. 일이 바빠서 밥을 거르거나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않으면 피로와 손을 잡고 찾아오는 게 감기다. 감기 바이러스를 이겨내려면 단백질과 비타민 C 함유식품을 챙겨야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이 비타민이다. 그 단어의 이미지처럼 비타민은 대사의 보조인자로 꼭 필요하며 저항력을 향상시켜 준다. 비타민 A는 목이나 코 등의 점막에 저항력을 높여 감기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준다. 비타민의 제왕인 비타민 C는 항산화비타민으로서 추위나 더위 등 기온 변화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환절기에는 딱 좋다. 콩나물, 녹두나물, 양배추 등에 풍부한 비타민 E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추위를 이겨내게 해준다.

감기를 물리칠 민간요법의 음식으로는 예로부터 모과나 유자, 생강, 도라지, 배 등을 차로 만들어 먹으며 비타민과 수분을 보충했다. 모과는 차로 우려서 먹으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천식 등에 좋으며 모과차는 소화에도 좋고 갈증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모과에는 사과산, 주석산, 구연산과 비타민 C 등이 많이 들어 있고 탄닌산이 약간 있어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모과만큼 좋은 게 도라지다. 도라지는 목감기로 인한 통증에 효과적인데 도라지와 꿀을 넣은 차를 마시면 가래를 식혀주고 기침이 잦아든다. 도라지는 당분과 섬유질, 칼슘과 철분이 많은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기침감기에 아주 좋다. 도라지는 쌀뜨물에 담가두었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볶아서 먹기도 하고, 기침이 너무 심해서 목이 붓고 쉬었다면 도라지를 달여서 그 물을 마시거나 입 속을 헹구어 주면 좋다.

겨울 김장할 때 요긴하게 쓰이는 무도 감기에 좋다. 무에는 항균작용 성분이 있는데 꿀을 같이 먹으면 감기에는 최고 명약이다. 무의 경우도 차를 해 먹는데 그 방법은 무를 껍질째 1㎝로 얇게 썰어 그릇에 담고 무가 푹 잠길 정도로 꿀을 넣는다. 그런 다음 밀봉해서 그늘진 시원한 곳에 2~3일 두면 무와 꿀의 진액이 된다. 이 진액을 더운물에 타서 차로 마시면 된다. 가래를 없애고 구토를 없애는 데는 생강이 좋다. 생강은 갑자기 뜨거워진 열을 내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피로회복과 목감기 통증완화에 좋은 매실, 기침을 진정시켜주고 가래 제거에 탁월한 연근, 기침을 멎게 하고 호흡기를 강화해주는 비타민 C가 풍부한 대추 등 환절기 감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마늘의 경우는 영국에서 실험을 한 사례가 있는데 146명을 대상으로 12주간 마늘 추출물을 섭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감기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마늘을 먹은 사람이 감기에 2/3나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마늘 속의 매운 맛 성분, 알리신은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그뿐 아니라 파프리카에 있는 베타카로틴, 고등어에 함유된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과 양질의 단백질을 갖고 있는 면역력 강화 음식의 대명사다. 특히 고등어의 오메가-3 지방은 염증 완화를 돕고 감기로부터 폐를 보호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면역강화식품으로 식약처의 인정을 받은 홍삼에는 사포닌의 일종인 젠세노사이드와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풍부하여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며, 한줌 견과류에는 비타민 E와 셀레늄, 단백질 등의 면역력 강화 성분이 고루 들어있어서 견과류를 챙겨먹는 것이 좋다.

아침 저녁으로 싸늘함까지 느껴지면서 불판에서 끓여먹는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생각나는 가을과 겨울 사이의 계절에, 골고루 갖춰진 균형식에 비타민 C와 단백질을 챙기면서 나만의 운동이나 체온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 진짜 감기 백신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