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사업적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인수합병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근원을 확보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도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이미 잘 알려진 상황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시장의 근본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플러스 기조를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모두 장악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현실적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각국 정부가 반도체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뻗어가는 '차이나 머니'를 경계하는 지점은 변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독일 정부가 중국 푸젠 그랜드 칩 인베스트먼트(FGC)의 아익스트론 인수를 무산시켰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독일 산업 전반에 쏟아지는 차이나 머니를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칭화유니의 샌디스크 인수 불발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반도체 업계 전체가 중국의 공습, 이에 따른 반발로 대혼전을 보이는 가운데 각자의 인수합병 소식도 눈길을 끈다. 퀄컴은 27일 자동차 반도체 업계의 강자인 NXP를 무려 47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최대 인수합병이다. 한 때 삼성전자도 인수합병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NXP는 필립스의 부품 사업부에서 독립한 곳이며 자동차 반도체 업계의 강자다.

▲ 출처=NXP

퀄컴 입장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CDMA를 바탕으로 3G 시절 막대한 라이선스 수익을 올리던 퀄컴은 현재에 이르러 스냅드래곤의 모바일 AP로 모바일 시대를 호령하는 강자다. 하지만 독자 모바일 AP를 제작하는 곳이 많아지는 한편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에 이르렀고, 이 지점에서 NXP에 손을 내민 셈이다.

NXP는 차량 반도체 사업의 강자이며 퀄컴 입장에서는 모바일 시장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단숨에 진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모바일 및 5G, 자동차 반도체 등 사물인터넷 시대의 중요 핵심 인프라를 모두 빨아들일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이러한 인수합병 분위기는 중국과 퀄컴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텔이 알텔라를 인수하고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브로드컴을 품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번에 퀄컴에 인수되는 NXP도 프리스케일을 빨아들여 외연적 확장을 꾀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ARM을 인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