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한양행의 외국인 매수 추이가 눈에 띈다.

유한양행은 지난 27일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중단 공시를 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이 다른 제약사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향후 실적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픈이노베이션 연구개발(R&D) 전략이 충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다.

지난 9월 30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취소 공시 이후 제약·바이오주는 대부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한미약품의 경우 9월 30일~10월 21일까지 15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4만 7320주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녹십자를 제외한 여타 주요 제약·바이오주 역시 전반적으로 외국인 매도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유한양행은 같은 기간 외국인 5만 380주 순매수를 기록해 한미약품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의 유한양행 순매수 규모는 같은 기간 녹십자의 그것과 비교 해봐도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왜 유한양행은 다른 제약사와 다르게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게 된 걸까.

▲ 사진=이코노믹리뷰/ 자료=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한양행 매출액은 3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최근 원료의약품 수출 호조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비용 부담 때문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은 2012년 이후 매출액 기준으로 제약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증권 추정치를 보면 2012~2016년 연평균 매출액은 13.5%, 영업이익은 24.3%, 연구개발비는 31%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배, 영업이익은 2.4배, 연구개발비는 2.9배 성장한 것이다.

오는 4분기 유한양행 실적 전망은 밝다. 중국 제약기업 ‘뤄신’에 기술수출한 폐암표적치료제의 계약금이 인식될 시점이고 마케팅 비용 안정화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길리어드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공급이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유한양행은 길리어드를 대상으로 HCV치료제인 하보니, HIV치료제인 스트리빌드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C형 간염 치료제 엡클루사 허가를 받았다. 이에 엡클루사 원료의약품 추가 공급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 R&D 전략으로 유망 바이오벤처에 지분 투자 및 유망 R&D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있다. 바이오니아 8.6%, 엠지 37%, 테라젠이텍스 9.2%, 한올바이오파마 4.8%, 코스온 3.9%, 제넥신 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임상 2상이 종료된 펩프론의 당뇨치료제(GLP-1), 오스코텍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2013년 320억원, 2014년 309억원, 2015년 365억원 수준이다.

구자용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 도입 후 1년여 만에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기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R&D 파이프라인 중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당뇨치료제 GLP-1과 FGF21은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투자정보 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 자료를 보면 유한양행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81배다. 업종 PER이 31.4배인 것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자기자본이익률(PBR)은 1.88배이고 배당수익률은 0.79%다.

▲ 유한양행 주요 투자지표/ 출처=동부증권

한편 유한양행은 27일 주력 파이프라인 중 하나였던 퇴행성디스크치료제 YH14618 임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7년만에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YH14618은 연내 임상 2b상을 종료하고 다음해부터 다국적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기술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또한 퇴행성디스크에 대한 글로벌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만약 임상에 모두 성공할 경우 최초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YH14618 임상2상 결과에서 위약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권리반환, 기술활용 등에 대한 사항은 원개발사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와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한양행 공시가 한미약품 늑장공시와 대조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임상 중단을 공시한 시점은 27일 오후 5시 14분쯤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미약품 사태로 유한양행의 공시 태도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제약주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의 혜택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요즘 투자자들을 바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한 번 잃은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기업들이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