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10월 27일 서울 용산 CGV 7층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영화를 보러온 이들이 아니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 쇼케이스를 찾아온 인파였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리니지 IP(지적재산권) 캐릭터 상품이 가득했다. 리니지 IP 확장을 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본격 쇼케이스는 영화 상영관에서 진행됐다. 엔씨는 전방 스크린과 좌우 벽면을 동시에 활용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CGV 스크린X 기술로 이날의 주인공인 레드나이츠를 소개했다. 엔씨는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프로젝트를 처음 소개한 바 있다. 당시엔 2016년 상반기 중에 게임을 정식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출시 일정을 분명하게 밝혔다. 올해 12월 8일이 그날이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지(총 12개국)에 레드나이츠를 동시 출시하기로 했다. 심승보 엔씨 상무는 덧붙였다. “우리만의 모바일 게임이 늦었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엔씨만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개발하기 위해 시간이 걸렸습니다.”

레드나이츠는 엔씨가 직접 개발한 첫 모바일 게임이다. 18년간 숙성된 리니지 IP를 재해석했다. 플랫폼은 바뀌었어도 원작의 방대한 콘텐츠는 그대로 담았다는 설명이다. 리니지 몬스터들은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소환수’로 다시 태어났다. 원작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재현해 ‘혈맹’의 끈끈함을 레드나이츠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엔씨는 소개했다.

▲ 출처=엔씨소프트

지난 18년 뒤로 하고 새로운 18년 준비하다

레드나이츠는 엔씨한테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게임이다. 엔씨는 18년 전 리니지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 게임이 엔씨 실적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이 자체로 문제를 삼긴 어렵지만 회사 성장이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리니지 의존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엔씨는 공격적인 라인업 다각화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리니지 IP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곧 나온다. 레드나이츠 말이다. IP 활용 전략은 이미 많은 게임사가 가능성을 입증했다. 활용 대상이 된 IP의 파워와 활용 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받아들기는 했지만.

리니지는 경쟁력 있는 토종 IP로 꼽힌다. 18년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리니지 사회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유저가 존재한다. 과금에 있어서도 거부감이 크지 않은 이들을 리니지 모바일 버전으로 불러들일 수만 있다고 해도 엔씨로서는 성공이다. 예컨대 그들이 PC 앞에 있기 어려운 시간대에 즐길 게임을 제공해준다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은가.

엔씨는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기존 유저층을 흡수하는 한편 신규 유저까지도 끌어안을 생각이다. “기존 리니지 유저층만이 타겟은 아닙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리니지의 재미를 모를 수 있어, 그 유저들에게도 다가가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리니지 유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엔씨 레드나이츠 개발실 최원석 실장의 말이다.

분명 레드나이츠는 ‘완전히 새로운 리니지’를 표방한다. 원작의 세계를 단순히 이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기존 세계관은 계승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복된 모습도 보여진다. 또 하나의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세계에 유저들이 사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살아가길 엔씨는 원한다.

▲ 출처=엔씨소프트

‘IP 파워를 활용한다’는 프레임으로 레드나이츠 사례를 보면 의아할 수 있다. IP 고유의 DNA를 최대한 계승해 후광 효과를 누리려고 하기보다는 이를 비틀어 새로운 목적지로 향해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IP 확장’이라는 엔씨가 제시한 방향성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다.

엔씨는 단순히 그간 쌓아온 IP 자산을 소진해 단기적인 추가 수익을 얻을 생각이 아니다. 리니지라는 IP에 새로운 가치를 집어넣어 잠재력을 확장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리니지를 더 강력한 IP로 업그레이드해 생명력을 연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엔씨는 리니지 IP의 동시다발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리니지2 IP를 활용해 개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오는 11월 중에 정식 출시된다. PC 온라인 리니지 원작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식해 플레이를 연동하려는 프로젝트인 리니지M도 준비 중이다. 리니지 이터널도 장인 정신을 발휘해 오랜 시간 개발에 전념 중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우려스럽기도 하다. 당장에 레볼루션과 레드나이츠가 모바일 전장에서 일종의 형제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초반 승기를 잡은 쪽에 유저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면 어느 쪽이든 뼈아플 수밖에 없다. 다만 엔씨는 IP 확장이라는 ‘큰 그림’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직 리니지만을 위한 엔씨 아니다

엔씨가 리니지 IP 확장에만 전념할 계획은 아니다. ‘블레이드앤소울’ 같은 경쟁력 있는 IP도 함께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엔씨는 내년 1분기에 이 IP를 모바일 버전으로 재해석한 ‘블레이드앤소울: 정령의 반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 출처=엔씨소프트

신규 IP 창안 역시도 준비 중이다. 엔씨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신규 IP인 프로젝트 오르카를 공개했다. 오르카는 엔씨가 하이 퀄리티(High-Quality) 그래픽과 웅장한 스케일로 제 작중인 차세대 모바일 RPG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다른 모바일 RPG와 격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모바일에서의 사용자 조작 액션을 극대화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니지 IP의 성공적 확장과 다른 게임 IP 활용에 따른 유의미한 성과, 신규 IP의 꾸준한 창안까지. 그리고 IP를 중심으로 게임사라는 틀을 넘나드는 활용 방안을 모색한 결과물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큰 그림. 엔씨가 꿈꾸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