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까지는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가격 등의 한계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부품 및 소재 등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 구글과 같은 IT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핵심 부품 업체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세대 전기차’ 등장, 대중화에 한 발 다가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올해 290만대 규모에서 2020년 860만대, 2025년 238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지만 2025년이면 24%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기차 대중화 전망의 전제는 전기차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꾸준히 나오고 대중화가 가능할 만큼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1일부터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등장한 전기차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2세대’ 전기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처음 등장한 전기차에서 주행거리와 가격 문제가 해결된 전기차를 ‘2세대’라고 보고 있다”며 “전기차 대중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세대 전기차는 2010~2016년 사이 나온 모델들로 주행거리가 150~200㎞ 정도 된다. 이 시기에는 전기차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확인 기간이었다는 분석이다. 2016~2020년까지 나올 전기차들은 일명 2세대로 주행거리가 300㎞ 이상 되는 차들을 말한다. 3세대라고 불릴 전기차는 주행거리 500㎞가 넘는 것으로 2020년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부터 전기차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2세대 전기차 시대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주행거리 확보에 따른 에너지 효율이다. ‘닛산 리프’의 경우는 최초 모델의 주행거리가 4.9㎞/㎾h였다가 올해 출시된 모델은 5.7㎞/㎾h로 에너지 효율이 17% 이상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쉐보레 볼트EV’의 주행 가능 거리는 1회 충전으로 383㎞를 갈 수 있다. 기존 전기차 대비 에너지 효율이 150%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전기차 ‘부품’에 주목한다

전기차 대중화에 한 가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가격 측면이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전기차 부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배터리다. 기술 개발로 인해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0년 kWh당 1200달러 수준이었던 배터리 가격은 2014년 380달러까지 하락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가격을 더 낮추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터리 생산 업체들은 오는 2020년까지 1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모터, 인버터, 충전기 등의 전기차 부품들도 기술 개발과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중 전기차 부품에 관련된 기업들은 현대모비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만도, 후성, 엘앤에프, 에코프로, 일진머트리얼즈, 삼화콘덴서, 우리산업, 상아프론테크, 한온시스템 등이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의 대표 기업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로 세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7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내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배터리 제조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 사업 영역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와 순수 전기차 분야 성장세가 기대된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헝가리 괴드시에 순수전기차를 기준으로 연간 5만대 분량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라인을 세울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 내에서 친환경차 관련 부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파업의 영향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독립 공장으로 향후 성장 동력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차 관련 부품군에서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도는 전장부품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최근 만도는 테슬라에 EPS 공급을 시작했다. 또 Fail Safety라는 기술을 테슬라와 공동개발하고 공급하기로 했다.

후성은 2차전지용 전해질인 육불화인산리튬과 같은 불소화합물을 생산하는 회사로 자동차용 보조매트 등을 만든다. 2차 전지 소재 중 전해질 첨가제인 LiPF6의 경우 최근 가격이 오르는 추세로 2020년 전 세계 2차 전지 수요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앤에프는 NCM, LCO, LOM 등의 양극활 물질을 생산하는 업체다. 중대형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면서 NCM 양극활 물질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흑자전환 했다. 향후 실적 개선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코프로는 2차 전지용 NCA 양극활 물질과 전구체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NCA 업체 중에서는 국내서 1위로 손꼽힌다. 향후 배터리 효율에 대한 요구가 오르면 오를수록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머트리얼즈는 이차전지용 일레포일(I2B) 매출 확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I2B로 매출 비중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등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화콘덴서는 종합 콘덴서 업체로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인한 전력변환콘덴서(DC-Link Capacitor)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국내서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 기아차 등에 공급을 해외는 델파이를 통해 볼보, BMW 등에 제품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산업은 PTC 히터 부분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PTC 히터는 공기를 전류로 데워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인데 전기차의 필수 부품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조인트벤처도 설립했다.

상아프론테크는 배터리 전해액 누수 방지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최근 전기차부품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 영업이익이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점유율 3위의 자동차 공조시스템(HVAC) 공급업체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온도관리시스템, TF냉각수 가열식 히터, Heat 펌프 시스템, 고전압 BLDC 쿨링 팬 모터 등을 생산 중이고 올 상반기 신규 수주 중 37%가 친환경차 부품군인 것으로 나타났다.